문화 예술의 나라로 지칭되는 프랑스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파리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예술성 짙은 건축물에서 탄성을 내지르곤 한다. 불문학을 전공한 덕분에 프랑스어에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나는 프랑스의 문화를 접하면서 그 문화 예술이 갖는 역사와 깊이가 단순하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외양적인 것과 내재적 가치는 둘이 아닌 하나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게 프랑스의 문화다. 그러므로 지속 가능한 것이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펼쳐진 열두 개의 대로는 데카르트의 철학이 그 바탕이며, 일률적으로 세워놓은 것 같지만 찬찬히 다가가 보면 개성적인 디자인으로 다양성을 넌지시 내미는 일반 주택은 낭만파적 사고와 초현실주의, 혹은 계몽사상 등 철학과 서로 연관돼 이뤄진 결과다.
8월31일부터 9월22일까지 터키에서 열리는 `이스탄불- 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국내 최초의 문화박람회인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올해로 7회째를 맞아 `길, 만남, 그리고 동행`이라는 주제로 과거 동로마제국과 오스만투르크의 수도였던 문화역사도시 이스탄불에서 열린다.
1천 년 전 이미 세계를 향해 열려 있던 글로벌한 도시, 서라벌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동서양 문화의 중심지에서 직접 선보임으로써 한국 문화 브랜드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기회를 통해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에서 한국의 문화와 예술과 과학의 세계화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단순한 공연과 전시가 아니라 우리의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박람회가 있고 그 중에서도 산업박람회가 대표적이지만 문화를 주제로 한 것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유일하다. 지난 1998년 처음 시작해 현재까지 6차례 열리는 동안 외국인 108만명을 포함해 1천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특정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문화와 예술 전 분야를 아우르고 있으며 건축공학, IT, 금속공학 등 오늘날 인류의 산물도 곁들이고 있다. 그야말로 시공간을 넘어 고대에서 현대까지 인류의 삶의 흔적을 문화라는 이름으로 모아놓고 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경북도는 목표 관람객 수를 250만명으로 잡고 있다. 한국에서 가는 관광객 2만여명을 빼고 나머지 248만명을 모두 외국인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이들에게 경주와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경제적으로도 직간접적 생산 유발 효과 2천 808억, 부가가치 유발 효과 1천256억~1천825억원으로 예상하고 있고 고용 유발 효과도 5천219~7천619명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는 문화엑스포는 전시회나 박람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문화엑스포는 한국이라는 상품을 마케팅하고 시장에 선보이는 장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케팅 컨셉과 좋은 상품이 있어야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는 한류(韓流)와 신라예술, 신라정신을 결합한 독특하고 부가가치 높은 한국적인 상품을 만들어야만 세계인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을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신비의 나라로 인식하게 된다면 이것이 바로 우리 후세들에게 물려줄 진정한 문화 유산이 아닐까. 신라정신 속에는 위대한 예술뿐 아니라 뛰어난 사상도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릴 줄 아는 화랑정신이 있고, 마지막 한 명까지 설득해 친구로 만드는 화백정신, 그리고 종교 간의 갈등 없이 유교, 불교, 도교 등 3교를 끌어안는 화합정신이 삼국통일의 저력이고 천년 왕국의 잠재력이었다. 그 위대한 신라의 철학을 오늘에 승화 발전시킨다면 문화관광 선진국으로 앞서가는 저 프랑스를 따라잡는 문화강국 한국도 가능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