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오전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안전행정부로부터 급한 오찬간담회 참석 통보를 받았다. 지역발전정책관과의 간담회란 사실만 확인했을 뿐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없이 `필참` 주문이었다.
정책관은 이 자리에서 `새마을운동의 국제화`를 누차 강조했다. 새마을운동이 제2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기 위한 시민의식 개혁운동이긴 하지만 저개발국가에 우리의 새마을운동을 공유한다는 의미임을 누차 설명했다.
기자들은 안행부가 새마을운동의 정의를 이같이 설명하려고 긴급하게 기자들을 소집했느냐며 불평을 쏟아냈다.
그러나 안행부가 간담회를 급조하다시피 마련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전남 순천에서 열린 `2013 전국 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해 “새마을운동의 내용과 실천방식을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서 미래지향적인 시민의식 개혁운동으로 발전시키길 기대한다”며 제2의 새마을운동을 제안한 취지의 부연설명으로 보인다.
왜냐면, 박 대통령의 제안 이후 여야는 새마을운동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은 아버지의 명예회복 외에는 관심이 없다”며 혹평했다. 민주당은 `새마을운동은 유신 이념의 실천도장`이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을 언급하며 “국민은 박 대통령이 말하는 새마을운동 부흥을 또 다른 10월 유신, 과거 회귀로 볼 수밖에 없다”고 몰아부쳤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국민을 계도해 제2 한강의 기적을 만들겠다는 뜻이 아니라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 그런 자세와 정신적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라며 민주당을 비판하며 “성장동력을 새로 찾아야 하는 게 사실인데 새마을운동과 같은 각오도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정치권이 격한 대립을 거듭하자 새마을운동의 주무 부처격인 안행부가 그 성격을 바로잡고자 나선 셈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정부부처가 지나치게 요란을 떨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대통령의 제안 이후 유관 부처별 사업계획을 잇따라 발표한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유정복 안행부 장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경상북도 등 지구촌 새마을운동 관계기관과 현장전문가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정부청사에서 `지구촌 새마을운동 전략보고회`를 개최했다.
보고회에서는 지구촌 새마을운동의 추진방법이 발표되고 내년 4월에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새마을지도자 대회`를 개최키로 했다.
새마을운동의 세계화는 이미 발상지인 경북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지자체 차원의 새마을에는 관심도 보이지않다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는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다.
봇물을 이루고 있는 정부부처의 요란한 전시성 짙은 계획발표가 새마을에 대한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읽고 있는 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원론적으로 보면 새마을운동이 추구하는 공동체 정신은 시대적으로 적절하다.
그러나 시민의 자율적 참여와 순수성이 보장되지 않는 관 주도의 공동체 운동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 또한 시대적인 인식이다.
새마을운동은 1980년대 새마을운동 중앙본부 사무총장·회장 등을 지낸 전경환씨가 1988년 새마을중앙회 공금 73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되면서 국민 뇌리속에 부정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당시 새마을 중앙본부는 어떤 정부부처보다 막강한 힘(?)을 자랑했고 결국 새마을정신을 퇴색시켰다는 점에서 외형상으로만 제2의 새마을에 올인하고 있는 정부의 행태가 걱정스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