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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문화 변해야 된다

등록일 2013-10-18 02:01 게재일 2013-10-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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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훈 대구본부 부장

바야흐로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며 손짓하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하늘은 드없이 맑고 깨끗하며 말이 살찌는 계절이다.

지난 여름이 유난히 덥고 지루했기에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가을이 더욱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더운 여름날 열대야와 모기와의 전쟁으로 잠도 설치고 출근한 샐러리맨들은 이 좋은 가을에 흠뻑 빠져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도 전에 밀려드는 청첩장과 부고장으로 가뜩이나 힘든 가계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는 것.

며칠전 샐러리맨들이 주축이 된 모임에 갔다. 친목모임이 그렇듯 처음 정치 이야기에서 시작해 사는 이야기로 옮겨갔다. 그러다 결혼, 장례 등으로 화두가 이동했다.

누구나 한번씩은 치러야 할 인륜의 대사를 앞두고 있지만 밀려드는 경조사 고지서로 힘든다는 것이었다. 힘든 여름을 이겨낸 후 가을의 선선함을 느낄새도 없이 9월부터 시작된 청첩장이 10월이 들자마자 쏟아져 고민이 깊다고 했다.

한 공무원은 “9월달에 경조사비로 100만원이 나갔다. 이번달도 아마 100만원이 넘을 것 같다. 월급의 3분의 1이 부조금으로 나가다보니 모자라는 돈은 현금서비스를 받아 채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회사원은 “솔직히 말해 가을과 봄철에는 날라오는 청첩장이 버겁다. 한 열흘정도 휴가를 가 차라리 모르고 싶은 심정도 한번씩 들때가 있다”고 말했다. 멀리 떠나 모르면 뒷날 상대방을 봐도 미안한 마음이 적어 부담감이 가볍다는 것.

다른 참석자는 “가을에는 청첩장이 많고 겨울이 들면 부고장이 쏟아진다”며 나름대로 분석을 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므로 면역기능이 약한 노인들이 겨울에 많이 사망한다며 그럴듯한 이유까지 댔다. 그는 신문의 화촉이나 부고면을 보기가 겁이 날 정도라고 했다. 지역의 여러곳에서 근무를 한 만큼 아는 사람이 많고 특히 상사나 원청업체 관계자의 경조사는 반드시 가서 얼굴도장을 찍어야 하기때문이란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나중의 후환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때 한 참석자가 조용히 하나의 소신을 밝혔다. 경조사비는 1만원이 적당하다는 것. 1만원은 크게 부담이 되지않아 주는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이 없는 만큼 자신이 볼때는 적정금액이라는 것이다. 이 친구는 “기관장의 경우 판공비에서 직원 경조사를 충당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중간직의 경우 고스란히 자기 용돈에서 나가기 때문에 경조문화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상조문화는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다. 지인이 어려움에 처했을때 여러사람이 힘을 모아 도와준다는 원래취지가 변색됐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 금액이 너무 과도하게 인상됐고 해당자들도 과거에 부조했던걸 이번에 회수해 한몫잡겠다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조직의 장들도 현직과 비현직에 있을때 들어오는 부조금의 차이가 너무 많이 나 자녀의 결혼을 서두르는 모습도 종종 눈에띄고 있다. 이 웃지못할 해프닝에 우리나라가 당연 주연이다.

또 결혼식이나 장례시 행사장이 붐벼 자기세를 과시하려는 풍조도 개선되야 한다. 수많은 화환과 북적거림으로 자신의 세를 과시하겠다는 생각은 우리나라의 뿌리깊은 잘못된 전통이다. 구미 선진국들은 집안행사 시 가족과 친지 등이 조촐하게 참여해 행사를 치르고 있지만 우리는 그 사람들을 업신여기지 않는다. 이런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정착돼야 한다.

품앗이에서 시작된 경조사비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있는 현실인 만큼 과시나 허례가 아닌 진심어린 축하와 위로가 담긴 경조사 문화의 정착이 시급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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