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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편한 곳?

등록일 2013-06-07 00:03 게재일 2013-06-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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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형 서울지사장

박근혜 대통령은 `썰렁유머`를 잘 하기로 유명하다.

박 대통령은 최근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자신의 방에서 물건을 찾는 상황의 연극배우 오디션 얘기를 하면서 “한 사람은 허겁지겁 온갖 서랍을 다 열어가며 물건을 찾는 상황에 몰입했고, 또 한사람은 방을 한바퀴 둘러보고는 자신이 찾는 물건이 없자 방문을 닫고 그냥 나갔는데 누가 선발됐을까요?”라고 물었다.

기자들이 어리둥절해하자 대통령은 인위적인 연출보다는 평상시와 같이 자연스러운 후자의 배우가 선발됐다고 답했다. `썰렁유머`지만 박 대통령은 “카메라 앞에서는 손짓이라도 하는 제스처를 좀 보여달라”는 한 풀(Pool) 영상취재기자의 주문에 “인위적인 것 보다는 자연스런 것이 어울리지 않느냐”며 이같은 유머를 소개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5월 초 미국방문후 해외 언론으로부터 `아시아의 철의 여인`이란 별명을 얻었다. 대처 총리의 별명을 이어받은 셈이다. 원칙에 철저하고 목표한 바를 반드시 이뤄내는 박 대통령의 집념이 대처 총리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안에 대해 참모들은 스스로 대안을 마련하기보다는 대통령이 어떤 지침을 주지않으면 `꿀먹은 벙어리`다.

정무직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늘공`(늘 공무원 즉 일반직 공무원)은 “청와대처럼 일하기 편한 곳이 없다”고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가 그만큼 편한 곳일까?

역대정권 초기 청와대에 근무한 경험이 있던 지인들을 만나면 “화장실 갔다가 뭐 볼 틈도 없었다”며 빡센(?)청와대 생활을 회상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도 노무현 정부 초기 치아 10개를 뽑았다고 했다.

4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박 대통령은 초기보다는 한시름 덜긴 했지만 여전히 현안은 산재해 있다. 공약가계부에 포함되지않은 신공항건설 등 지역 SOC사업, 원전 비리 및 전력비상, 라오스 탈북 청소년 북송, 밀양 송전탑공사 등등.

신공항 문제는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지만 청와대 참모들은 “별 수 없지 않느냐”는 입장이었다가 지역 민심이 들끓자 지역공약 로드맵을 별도 발표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원전비리 및 전력문제는 총리가 대국민담화를 발표키로 했다가 MB정부 때 드러난 사실이란 청와대 쪽의 반응이 나오자 돌연 취소하는 등 엇박자를 냈다. 이같은 현안만 보더라도 참모진들은 대통령의 `말씀`이 없으면 방향타를 잡지못하고 허둥대거나 아예 침묵하고만 있다.

참모들도 할말은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가 워낙 구체적이다 보니 별도의 대책을 먼저 마련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자발적으로 어설픈 대응책을 마련했다가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느니 보다 기다렸다가 대통령의 지시를 그대로 부처에 전달하면 된다는 식일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지시가 구체적이긴 하다. 매주 또는 격주의 대수비(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통령의 평소 발언분량이 1천자를 넘는다. 한때는 1만자를 넘기도 했다. 모두발언을 취재하는 풀기자들도 발언량이 많아 애를 먹기도 한다.

하지만, 참모들은 대통령이 어떤 국정철학을 가지고 있고 어디에 중심이 있는지를 간파할 수 있어야 한다. 취임 100일을 넘기고서도 대통령의 철학을 읽지못하고 대통령의 입만 쳐다본다면 `미숙아`일 뿐이다. 대통령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위적인 제스터가 아니라 참모로서의 역할과 책임에 충실하는 `자연스러움`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취임 100일간 눈코뜰새가 없었다며 “신(神)이 나에게 48시간을 주셨으면….”이라고 말했던 박 대통령의 마음을 참모들은 이제 읽고 솔선하는 자세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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