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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성 행사와 경찰

등록일 2013-10-04 02:01 게재일 2013-10-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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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호 편집부국장

끔찍한 사건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 금전문제로 차남이 엄마와 형을 살해하고 귀갓길 여고생이 생면부지의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안타깝게 숨지는 등 잇단 강력사건에 일반인들은 놀랍고 불안하다.

인천 모자 살해사건의 범인으로 잡힌 차남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경찰에 두 사람의 실종신고를 할 정도로 대담했다. 그는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시신이 발견 될 때까지 범행사실을 부인했다. 퀵서비스 배달원으로 강원랜드에 수십차례 드나들었고 이로 인해 수천만원의 빚에 허덕이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도박이 10억대의 건물을 소유한 엄마와 형을 살해하는 패륜범죄를 저지르게 만든 셈이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던 경기도 하남의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범인도 마찬가지다. 유치원생과 초등생 자녀를 둔 40대 초반의 범인은 평범한 직장인 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한방만 터뜨리자며 경륜에 빠져 수천만원을 탕진하면서 무고한 여고생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살인범으로 돌변했다. 주말마다 경륜장을 찾으며 2천여만원의 빚을 지게 됐고 전세금을 빼 빚을 탕감하고도 경륜에서 헤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신용불량자로 금전적으로 쪼들리자 돈도 빼앗고 성적 호기심도 있어 숨진 여고생에게 접근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여고생이 완강하게 저항하자 흉기로 수차례 찌르고 달아났지만 결국 범행 열흘 만에 덜미가 잡혔다.

범행을 저지른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도박 중독자라는 점이다. 허황된 한탕주의를 쫓던 이들은 마침내 가족을 살해하고 어린 여고생의 목숨마저 앗아간 것이다 딸을 둔 부모들은 아이들의 귀가 시간이 늦어지면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하남 여고생 사건 처럼 밤길에 여학생과 여성을 노린 범죄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피살된 여고생도 버스정류장에서 불과 500여m 떨어진 집으로 가던중 범행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CCTV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고 하지만 치안 사각지대는 도처에 있다. 부모들은 빈발하는 강력범죄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율방범대와 협력하여 밤늦은 시간 귀가하는 여성이나 청소년, 아동을 상대로 귀갓길 안심 서비스를 해주는 경찰서비스도 생겼다.

사전에 112나 경찰서 상황실로 연락하면 집까지 동행해 안전하게 귀가시켜준다는 것이다.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경찰의 대책이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지는 미지수다.

새 정부 들어 경찰은 4대악(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불량식품)근절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4대악 근절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이와 관련한 경찰관들의 투고와 캠페인 등 보여주기식 활동도 덩달아 넘치는 것 같다. 물론 경찰이 하는 중요한 일을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출근 시간 교차로에 차량 소통을 돕기보다 현수막을 들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평상복 차림의 경찰관들의 모습은 어딘가 낯설다.

일반인들의 체감 치안은 경찰이 여유롭게 각종 전시성 행사에 치중해도 될 만큼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경찰 인력은 과거보다 늘어났다고 하는데 정작 필요한 곳에서 경찰 보기는 더 힘들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도심에서 고막을 찢는 듯한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오토바이와 차량들이 있지만 단속을 하는 경찰은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보여주기식 전시성 행사에 경찰력을 낭비한다는 인상을 주기보다 국민을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는 본업에 충실하는 경찰의 모습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게 힘든 여건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다하는 대다수 경찰관들의 바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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