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 5분만 더 잠을 잤으면 좋겠다는 본능적 욕구에 맞서 그래도 일찍 일어나 운동이라도 좀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출근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성적 판단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이렇게 시작된 하루는 온 종일 크고 작은 선택의 반복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출생과 죽음 사이의 선택이다`라고 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순간마다 선택을 해야 하고, 좋은 선택이든 나쁜 선택이든 순간순간 이뤄지는 크고 작은 선택의 결과에 의해 결정된다.
선택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예측이고, 준비이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100%의 합당한 선택은 없다. 개인적이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오늘 내린 최선의 선택이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볼 수 있는 예지력이 있다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매뉴얼이 있다면 선택을 놓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내셔널지오그랙픽 조사에 따르면 우리는 하루에 150번의 선택의 상황에 놓이고, 이 가운데 올바른 선택은 겨우 5번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미래를 예측한 올바른 선택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미래를 완전하게 볼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하다. 책이나 신문을 읽으며 열심히 공부하고, 역사의 위인들인 남긴 삶의 지혜를 배우고, 선배나 어른들의 경험담을 전해 들으며 지혜를 쌓는다. 조각조각 모아진 삶의 지혜와 경험들이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준다.
이런 지혜를 통해 닥쳐올 미래의 상황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데도 그에 대비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무지한 바보이거나 무모한 객기, 둘 중 하나이다.
포항지역 최대 이슈가 됐던 포항시립승마장 사태가 좋은 예이다. 이 사업은 공정률 90% 상태에서 주민 반대로 백지화됐다. 이런 결말은 사업이 결정되기 전부터 예상할 수 있었다. 애초 사업예정지였던 동해면과 상대동에서 주민반대가 있었다. 아무리 친환경 시설로 짓는다고 해도 시민들은 여전히 악취가 나는 혐오시설로 인식하고 있어 집단민원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또한 포항시의회 역시 집단민원해결을 사업 최우선 조건으로 제시하며, 민원가능성을 예견했다.
승마장사업의 보편성도 문제였다. 시정의 원칙은 대다수 시민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공익성이 우선이다. 우리나라 승마인구는 여전히 귀족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는 골프 인구 250여만명의 1%에 불과하고, 포항의 승마동호인클럽 회원수 역시 1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극소수를 위해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이 시민들로부터 공감을 얻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양덕초등학생들의 등교거부라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결정에 대해서도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나무라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강한 추진력`의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포항운하사업, 감사나눔 운동 등에서 박 시장의 추진력은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는 생태환경 복원 및 무너진 인성교육의 대안이라는 시민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체 시민들의 보편적 복지가 고려되지 않은 강한 추진력은 독선과 오만으로 비쳐질 수 있다.
박 시장은 잘못된 선택임을 뒤늦게 깨닫고, 과감하게 사업백지화를 선택했다. 이 선택 역시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현재로서는 판단할 수 없다. 다만 양덕주민과 시민단체, 지역 체육인들의 상당수가 반기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심사숙고해 선택을 했다면 선택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더 이상 잘못된 선택으로 지역이 혼란과 갈등을 겪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