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전국적으로 열리는 기초,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열기가 벌써부터 뜨겁다. 아직 선거까지는 9개월여의 기간이 남아있으나 현직 자치단체장은 수성을 목표로, 후보군들은 단체장을 꿰차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민선단체장은 한 지역의 장으로서 산하 조직의 예산권과 인사권을 가지고 있어 선망의 대상이다. 특히 한번 당선되면 4년동안 임기가 보장되는 만큼 각 후보자들은 생사를 걸고있다. 현행법상 단체장은 4년의 임기를 세 번할 수 있는, 즉 3선까지 출마가 가능해 최장 12년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민선이 시작된 후 20년이 넘은 현재 `3선이 과연 바람직한가`를 한번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여긴다.
기초 광역 할 것없이 단체장은 지역단위의 인지도가 중요해 한번 당선된 후 다른 마음을 먹지 않으면 내리 3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10년 이상의 롱런은 누구에게도 바람직 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재선이후 사업자체에 신선도가 떨어져 단체장이 별 의욕없이 밋밋한 행정을 펼치며 추진력이 급감하는 사례가 적지않다. 새로운 인물로 새바람을 불어넣어 시·구정에 동력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자치단체장이 장기집권하면 한번 인연을 맺은 제 사람이 끝까지 중요보직을 독점해 행정폐해가 심하다는 것도 문제다. 처음부터 단체장의 코드에 맞지않거나 한번 눈밖에 난 사람은 단체장의 임기내내 한직을 맴돌아 공직생활에서 밀려나버리기도 한다.
현재 지역에는 3선에 도전하는 광역단체장은 대구시장, 경북도지사, 경북도교육감 등 3명이다. 기초단체장은 달서구, 동구, 중구, 남구 등 4명으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3선을 할 가능성이 많다. 광역 기초를 포함하면 무려 7명이 내리 3선으로 12년간 롱런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현직 단체장은 수년동안 지역민과 밀착, 자연적으로 사전선거운동이 가능해 신진들이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않다. 3선 단체장이 많아지는 이유다. 현직 프리미엄에 밀려 패기와 능력을 겸비한 후보자라도 챔피언벨트를 획득하기가 결코 쉽지않은 구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단체장의 임기를 재선까지만 제한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시민 이모(48·수성구 시지동)씨는 “단체장 3선은 너무 길다고 생각한다. 능력있는 단체장이라도 재선에 성공, 8년정도 하면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만큼 제도개선이 절실하다고 본다”며 장기집권에 반대했다.
달서구의 한 재선 구의원은 “재선이후에는 새로운 내용이 안 보이더라. 그저 밋밋할 뿐으로 의욕이 현저이 감소했다”며 “단체장 임기는 재선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대구의 경우 북구청장이 내리 3선을 해 내년 6월 구청장 임기가 만료된다. 북구청장의 경우 3선 단체장으로서 12년째 구정을 맡다보니 새로운 활력이나 의욕을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일고있다. 지난 3~4년동안 구청장은 그 흔한 언론과의 공식 간담회 한번도 한 적이 없을 정도로 소통불통이었다. 언론과의 소통은 구정을 언론에 알리기도 하고 협조도 구하는 자치행정 업무의 기본인데도 말이다.
시중엔 공무원을 하려면 북구청에서 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나마 부구청장이 구청 업무를 챙기고 있어 다행이라는 말도 한다. 의욕없는 수장아래의 직원들은 그만큼 생기가 없다는 방증으로 충분한 사례가 될 듯하다.
능력이 뛰어나면 재선에 성공, 8년동안 열심히 일해 기반을 닦아놓으면 된다. 8년은 결코 짧지않은 시간이다. 우리도 미국 대통령제처럼 단체장의 임기를 재선까지로 제한해 신진들의 공직진출 기회를 앞당기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때가 됐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