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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영화 `명량`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영화 `명량`의 관객이 벌써 1천600만 명을 넘어 섰다고 한다. 언론 매체에서는 연일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배경을 소개하고 있다. 이 영화는 일본의 역사 왜곡으로 상처난 우리 국민들을 이순신의 영웅적 행위를 통해 대리만족시키고 있음은 분명하다. 나아가 세월호 사건 등 국가의 기강마저 흔들린 위기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영웅 대망론`이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여하튼 이 영화가 대박이 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영화가 역사적 진실과는 괴리가 심각한데 문제가 있다. 임진왜란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던 필자도 이 영화를 찬찬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 영화는 여러 곳에서는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노력한 점이 보였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이 아닌 장면이 자주 노출되어 안타까웠다. 이순신 장군의 임명 교지에 쓰인 날짜의 오기에서부터 명량해전 전야의 거북선 소실과 암살음모 사건, 대장선이 왜군과 치른 백병전 등은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이 영화 작품도 일종의 픽션(fiction)이기에 스토리의 구성이나 배경 설정은 작가의 창작의 영역에 속하여 용인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 이 순신 장군을 영웅화하기 위하여 특정 인물을 악역으로 설정한 장면은 아무래도 이해될 수 없었다.이 영화는 당시 경상우수사 배설 장군을 이순신 장군 암살 사건의 주모자로 각인시키고 있다. 이 영화의 초반에 이 순신 암살사건의 가담자를 배설 장군의 `부장(副將)`이라는 인물을 등장시키면서 배설 장군이 이 사건의 주모자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는 역사적 기록에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조작된 내용이며, 역사의 분명한 왜곡이다. 배설 장군은 당시 수질로 인해 명량해전 발발 전 이미 신병치료차 휴양신청을 하고 이순신장군이 허락했다는 내용이 난중일기에도 소개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데도 이 영화는 배설 장군이 마치 당시 상관인 이순신장군에 대한 하극상을 음모했다는 식으로 엄청나게 오도하고 있다.더욱이 이 영화에는 배설 장군이 전쟁을 앞두고 거북선을 불태우고 도망가다 거제 현령 안위의 화살에 맞아 죽는 장면(1597년 9월)이 있다. 명량대첩 당시 거북선은 건조되지도 않았으며 없었던 거북선을 소실케 하고, 배로 도망치는 비굴한 장면 역시 역사적 진실이 아니다. 일부 언론에서도 지적 되었듯이 배설 장군은 당시 죽지 않았으며 2년 후 모함에 의해 처형(1599년 3월)되었다. 더구나 배설의 억울한 죽음은 곧 신원되어 임란 원종 일등 공신에 책록 되고 병조 판서로 추증되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당시 현장에도 없었던 배설을 침략자인 왜군보다 더 악랄한 이미지의 악역 캐릭터로 묘사한 것은 역사를 왜곡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이처럼 이 영화 초반에서 배설에 관한 수차례의 악역 설정과 인격모독은 죽은 자에 대한 명예 훼손일뿐 아니라 그 후손들에게도 엄청난 정신적 피해를 줄 것이다. 이 영화의 작가와 감독은 어느 언론을 통해 이 영화가 역사적 고증에 충실하였다고 자랑했지만 이 말 역시 진실과는 거리가 먼 주장이다. 물론 소설, 영화 등 예술의 창작 활동은 `표현의 자유`라는 입장에서 용인되어야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헌법상 보장된 언론과 표현의 자유라고 해서 타인의 손해나 인격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영화나 소설의 창작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도 법적인 책임문제가 따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그러므로 앞으로 영화나 소설 속의 `가공의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에 대해서는 반드시 엄격한 고증을 거쳐야 한다. 특히 영화나 소설에서 주인공을 영웅화 하기위해 실존 인물을 최악의 악역의 캐릭터 설정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이는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역사적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사자의 명예를 훼손할 뿐 아니라 후손의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실추된 명예는 회복될 수 없으며, 후손들이 겪는 정신적 피해는 어떤 보상으로도 회복될 수 없다. 차제에 역사적 사실에 부합되지 않는 역사물의 창작과 공연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적 책임을 물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2014-08-25

관청민정(官淸民靜)과 서정쇄신(庶政刷新)

▲ 윤종현 편집부국장중국 명대(明代) 왕양명(王陽明). 철학자이자 관리였던 그의 사상과 철학은 2천년 중국 철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당시 황제는 정덕제 주후조. 주후조는 `8호`라 불리는 여덟 환관에 둘러싸여 향락에 빠진 채 정사를 도외시했다. 35세의 병주부사 왕양명은 격무 중에도 항상 강학을 열어 후진 양성에 주력하면서 계속되는 황제의 기행에 8호를 내쫓아야 한다고 앞장서서 주장한다. 그러나 주후조는 충언을 올리는 대신들을 파직하는 등 군신 간의 소통(疏通)을 스스로 차단했다. 그 상황에서 왕양명은 36세 때 신상에 중대한 사건을 맞는다. 그는 당시 큰 권력을 쥐고 있던 부패한 환관(宦官) 유근(劉瑾)을 탄핵하다가 투옥된 한 검열관을 옹호했다. 이 때문에 자신도 40대의 곤장을 맞고 여러 달 동안 옥에 갇혔다가 귀주성(貴州省) 역승(驛丞)으로 좌천되는 등 질곡(桎梏)의 세월을 보냈다. 문무에 모두 능했던 왕양명은 학문을 연구하는 동시에 지방관으로서도 깔끔히 일을 처리했다. 그는 관청 정문에다 `관청민정(官淸民靜)`이란 글귀를 붙였다. 관(官) 즉, `공직자는 부정부패가 없이 맑아야 하고, 백성은 고요해야 한다`라는 경구다. 그는 공직자가 부패할 경우 그 폐해는 백성에게 돌아가는 것이며, 이를 사전에 예방하고 차단하고자 `관청민정`을 강조하면서 비리를 발본색원(拔本塞源)했다.박근혜 정부도 이와 맥을 같이하는 `사정(司正) 드라이브`를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정(政), 철(鐵). 해(海) 등 정부조직 곳곳에 부정부패가 있다고 규정하면서, 이를 척결(剔抉)하겠다며 칼을 빼든 것이다.이는 국가를 건강하고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의지이자 국정목표일 수도 있다. 실제 비리 사례가 연일 속출하면서 검찰의 손이 바빠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신(新) 서정쇄신`이라고들 한다. 부패는 공공의 적이다. 이를 방관하면 나라가 거덜난다. 만약에 환부가 곪아있는데 정부가 도외시한다면 국민적 비난은 소나기처럼 쏟아질 것이고, 책임 또한 통치권을 향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월호 사건 등을 겪은 정부가 부정부패 일소에 나선 것은 박수칠 만 하다. 다만 통치권이 너무 전면에 나서는 것은 지적하고 싶다. 검찰의 통상적인 기본업무는 `사정`이다. 따라서 통치권은 검찰이 본래의 임무를 잘 하도록 판을 깔아주면 된다. 현재처럼 앞장서서 굳이 방향을 제시하며 재단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다. 통치권이 나서 검찰에 드리이브를 걸고, 그걸 장기적으로 끌고가면 국가 기관이 전반적으로 위축된다. 국가 정책으로 `서정쇄신`이란 용어가 출현한 것은 유신정부, 즉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75년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공무원사회의 부조리를 일소하여 건전한 국민정신을 진작시키겠다며 정신개혁운동으로서 서정쇄신을 내세웠다. 3대 과제가 핵심이었는데, 첫째가 관료사회의 비리와 부정척결, 둘째는 사회정화, 셋째는 정화된 사회분위기를 국민 의식 속에 체질화시키는 것이었다. 관료사회의 부정을 척결해 관기확립(官紀確立)과 통치권을 강화시킨 이면도 없지 않다. 다목적 카드였던 서정쇄신은 성과 또한 적잖았다. 무사안일(無事安逸)이던 공직사회의 기강이 서고 사회 내 부조리가 척결되는 등 국가 분위기가 긴장하면서 후진국이던 대한민국 경제가 성장하는 촉매제가 됐다. 그러나 부작용도 많았다. 특히 고압적이고 하향식으로 추진되다 보니 부조리가 음성화돼 역부조리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자본주의는 태생적으로 `부패`를 안고 출발했다. 그래서 구악(舊惡), 거악(巨惡), 적폐(積弊) 등이 생겼다. 사실 용어만 다를 뿐이지 권력은 관청민정이나 사회정화, 서정쇄신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그럼에도 `적폐`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누적되기만 한다. 누구의 책임일까. 작금의 피아(Fia) 색출작업이 국민적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줄지, 그 끝이 궁금하다.

2014-08-20

왜 `이순신 신드롬`인가

▲ 이창형 정치·경제팀장(국장)“병환중인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저절로 흘렀다. 종을 보내서 어머니의 소식을 알아오게 하였다. 조금 있자니 배에서 달려온 종 순화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했다. 방을 뛰쳐나가 슬퍼 뛰며 뒹굴었더니 하늘에 솟아 있는 해조차 캄캄했다”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보면 어머니를 늘 걱정하는 효심 깊은 아들, 장군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백의종군 할 때 그를 만나러 찾아오던 그의 어머니는 그만 숨을 거두게 된다. 나라마저 그를 버린 상황에 심적으로 의지하던 어머니의 죽음, 백의종군이란 죄인의 신분으로 어머니의 죽음을 제대로 지킬 수 없던 한 아들의 비통한 심정이 애절하게 드러난다.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는 `충무공유사`에서 더 확연하다.난중일기와 충무공전서 활자본에 빠져 있는 32일치의 일기가 수록된 이 책에는 부친과 아들 등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쇠약해진 병사들에 대한 연민 등이 녹아 있다.효심이 강했던 장군이었지만 전란의 와중에서는 늘 선공후사(先公後私)를 몸소 실천했다.장군은 전란 중 3년이나 어머니를 뵙지 못했다. 때 마침 “병들어 이제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죽기 전에 네 얼굴이나 한번 보고 싶다”는 노모의 전갈을 받는다.장군은 전쟁이 숙진 어느날 도체찰사(都體察使) 이원익에게 휴가를 청원하는 편지를 쓴다.“올해로 여든 하나 늙으신 어머님이 계십니다. 자식이 아침에 나가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어버이는 문밖에 기대어 서서 자식이 오는지 바라본다고 했는데, 하물며 저는 어버이를 찾아뵙지 못한 것이 벌써 3년이나 되는데 어버이의 그 마음은 어떻겠습니까”삼도수군통제사였던 장군은 전라좌수영이 있던 여수와 지척의 거리인 순천에서 피난살이를 하던 어머니를 3년이나 찾지못했다. 어머니를 뵙고 싶다며 며칠 만이라도 휴가를 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한다. 법정휴가를 청한 것이다.영화 `명량`이 개봉 최단기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1597년 9월 16일, 백의종군 후 삼도수군통제사로 다시 부임한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워 대승을 거둔 명량대첩을 다룬 영화다.영화는 장군을 영웅으로서만 다루지 않고 있다.영화 전반에는 인간 이순신이 깔려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백성의 어려움을 아파하는 장군의 인간애에 관객들이 감동하는 것이다.장군은 말한다.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 “살 곳도 없고, 물러설 곳도 없다”, “죽으려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절체절명의 현실 속에서 싸워 이겨야 하는 강렬함을 던진다.그러면서 장군은 또 말한다. “장수의 의리는 충(忠)이다. 충은 백성을 향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장군은 어머니의 위패를 몸에 품고 다녔다. 위패는 곧 백성이었다.박근혜 대통령도 얼마 전 이 영화를 관람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순신 장군을 최고 존경했던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이광수가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소설 `이순신`을 읽고 나서 이순신을 존경하게 됐다고 전해진다. 1960년대 초까지 폐가의 흉물처럼 방치돼 있던 이순신의 정신과 유물들을 재조명함으로써 그를 민족 성웅의 반열로 끌어올린 사람이다. 난중일기 도난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대통령이 직접 TV에 나와 반환을 호소했다.박근혜 대통령은 이 영화를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백성을 구하기 위해 죽음의 두려움에 맞선 이순신의 핏발선 눈빛.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임금이 있다는 장군의 진중하면서도 분노스런 일갈.이순신의 분노는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공권력의 허술한 처신과 리더십의 부재를 향해 있다. 백성을 앞세운 당리당략의 정치권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다. 관객은 국가 권력에 대한 분노와 실망을 `명량`을 통해 보상받고자 한다. 난세에 백성을 구할 영웅을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2014-08-13

경주, 콘텐츠를 확충하라

▲ 황재성부국장 올해 6월까지 경주를 찾은 관광객 수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0만 명이나 줄었다는 게 경주시의 통계이다. 이를 두고 지난 4월의 세월호 참사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경주시와 경북도관광공사 등 유관 기관은 알고 대책을 세워야 명실공히 국제관광도시 경주의 면모를 살리는 한편 두 기관의 존재 이유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객들이 `경주`라는 백화점을 꾸준히 찾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하다. 단골손님으로 적정 매출을 유지하면서 신규고객을 창출해 매출 신장을 이끌어 낸다는 경제논리를 적용하면 된다.올해 경주를 찾은 관광객 패턴을 보면 학생 위주의 수학여행단은 줄어든 대신 가족 중심의 일반 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다수 수학여행단은 경주를 처음 찾는 학생들로 구성된다. 이들이 자라서 경제활동을 하는 나이에 또다시 찾도록 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메리트`를 줘야 한다. 학창시절에 걸맞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테마파크를 확충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적지별 스토리텔링도 제공해야 한다. 또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오락 시설을 늘리고, 갖고 싶어하는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판매시설도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앞으로도 수학여행단은 지속적으로 경주에 올 것이고, 가족단위 관광·휴양객들도 두세 번이고 찾아올 것이다.사람들이 구매 경험이 있는 백화점을 단골로 찾는 이유는 그 백화점의 상품 배치와 동선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백화점을 갔을 때보다 친근감이 들고 쇼핑을 하는 데 편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직원이 친절했다는 기억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경주도 왔던 사람이 또다시 찾는, `재구매`가 이뤄지는 곳으로 발돋움해야만 관광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모든 백화점들은 매출이 많지 않은 제품도 구색으로 갖춰 놓고 때론 매출 증대를 위해 과감하게 헐값에 `미끼`상품을 던지기도 한다. 경주시와 관광공사도 늦은 감이 있지만 사적(史跡) 관광지에 요금소만 차리고 손님을 맞던 1970~80년대의 아날로그식 사고에서 벗어나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를 외치는 백화점식 관광 마케팅으로 전략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수학여행지였던 경주가 근래 들어 가족 중심의 관광객이 주도하는 관광·휴양도시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트렌드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관광콘텐츠를 다양하게 갖춰 나가야 한다.1970년대 하드웨어(hardware), 80~90년대 소프트웨어(software)가 우리 산업의 성장동력이었다면 2000년대의 키워드는 바로 `콘텐츠`(contents)라 할 수 있다. `콘텐츠`란 사전적으로는 인터넷이나 컴퓨터 통신 등을 통해 제공되는 각종 정보나 그 내용물을 말하지만, “어떤 소재나 내용에 여러 가지의 문화적 공정을 통해 가치를 부여하거나 가치를 드높인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요즘 경주를 찾는 사람들은 사적지가 널려있는데도 “문화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 문화콘텐츠란 무엇일까? 학자들은 문화의 원형 또는 문화적 요소를 발굴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 매체에 결합하는 새로운 문화의 창조과정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정의한다.이런 의미에서 볼 때 경주시가 9천540억원을 투자해 2025년 목표로 추진 중인 월성왕궁·황룡사 등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은 새로운 문화콘텐츠 확충으로 매우 중요하다.경주에는 신라의 유산인 불국사·석굴암·대릉원·분황사·첨성대·계림·황룡사지·임해전지·포석정지·남산·김유신장군묘·태종무열왕릉·오릉·문무대왕릉·기림사·경주읍성·양동민속마을·옥산서원 등 수많은 문화콘텐츠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하드웨어에 불과하다.이제 하드웨어만으로는 식상해 하는 관광객을 위해 소프트웨어 성격의 콘텐츠(외국인용 카지노·백화점 등)를 테마별로 보문단지 내에 다양하게 유치하는 전략을 써야한다.보문단지 내에 작년 말에 동궁식물원과 버드파크가 문을 연 이후 관광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은 새로운 콘텐츠가 경주 관광의 패턴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2014-08-06

이강덕 포항시장의 혜안을 기대하며

▲ 김명득 편집부국장포항운하 주변 상업지구 매각을 놓고 포항시와 LH 포항사업단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 포항시는 일괄매각해 품위있고 그럴듯한 관광지로 개발하고 싶은 반면, LH 포항사업단측은 어떤 방식이든 하루라도 빨리 매각해 투자한 돈을 회수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몇주 전 국내 굴지의 A기업이 포항운하 주변 상업지구에 워터파크 사업을 추진하려다 포기하고 말았다. 이강덕 신임 포항시장이 첫 작품을 하나 만드는가 싶었는데 물거품이 돼 시민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 아니다.기업이 사업성이 없다고 포기했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포항시는 이 시장이 취임하기 전부터 상업지구 총 28필지 3만3천㎡에 대해 일괄매각을 추진했다. A기업을 비롯해 레저전문인 S기업, K기업 등과도 접촉했었다. 문제는 사업성이다. A기업이 워터파크 사업을 포기한 이유도 바로 사업성 때문이다.A기업이 사업성 없다고 본 구체적인 이유로는 △경주 보문단지 같은 대규모 관광단지가 형성되지 않은 점 △사업지구의 전체 면적이 협소한 점 △포항운하 주변 여건(공해업체가 많은 철강공단이 인근에 있다는 점) 등이었다. 그리고 표면적으로 지적하지 않았지만 편익시설에 유흥주점 등 즐길거리가 들어설 수 없도록 제한해 놓은 것도 사업을 포기하도록 한 요인이라고 생각된다.관광지에 유흥주점이 들어 설 수 없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관광지는 술집이 들어서야 젊은이들이 들끓고 다소 흥청거리고 들뜬 분위기가 돼야 관광지다운 맛이 나는 법이다. 물을 가까이 둔 친수공간이라면 더더욱 그러한데, 포항운하 주변은 너무 품위만 고집하고 있어 안타깝다. 비근한 예로 포항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쌍용사거리(쌍사)와 영일대해수욕장 등의 술집골목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곳에는 밤만 되면 젊은이들로 넘쳐난다.관광지에 유흥업소 진입을 막는 규제는 기업의 순리에 역행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어떤 도시든 관광객들이 모이는 곳에는 야시장 같은 `밤 문화`가 있다. 그 나라를 알아보려면 그 나라의 밤문화를 체험하라는 말이 있다. 관광의 진정한 묘미는 밤의 문화를 즐기는데 있다는 것이다. 포항에 밤의 문화를 만들어내기 가장 좋은 곳이 바로 죽도시장과 영일만해수욕장이 연결된 포항운하 주변이 아닌가 싶다. 개별 매각되면 난개발이 우려되긴 하지만 어느 나라 야시장도 난개발이 문제된 일은 없다. 그것은 행정의 묘를 살리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포항운하가 포항의 대표적 관광지로 자리매김 하려면 교과서적인 품위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쌍사나 영일대해수욕장처럼 즐길 수 있는 밤 문화가 있어야 젊은이들과 관광객이 몰리고, 명소가 되는 것이다.LH 포항사업단이 이곳 편익시설에 대해 개별매각을 하고나면 재 분양되는 악순환은 불을 보듯 뻔하다. 편익시설에는 원칙적으로 구역별 용도가 지정(커피숍·상가·호프집·식당)돼 있지만 재 분양 될 경우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단란주점·노래방·룸살롱·빠 등 비지정인 유흥주점이 곳곳에서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술집 등이 들어설 수 없도록 규제하고, 억지로 틀어막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풀어주는 역발상적인 측면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밤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다양한 유흥업소를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듯하다. 교과서적인 품위만 고집해 텅빈 관광지가 되기보다는 포항만의 독창적인 밤 문화를 살려 관광객이 넘치도록 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LH 포항사업단이 지난주부터 포항운하 주변 상업지구에 대해 개별매각에 나서고 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이강덕 시장의 역발상적인 혜안(慧眼)을 기대해 본다.

2014-07-30

누가 돌을 던지나

▲ 정철화 문화체육부장포항스틸러스 축구장에 들어서면 본부석 맞은 편에 낯익은 인물들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포항스틸러스구단이 지난해 창단 40년을 맞아 명예의 전당에 헌액한 13명의 레전드들이다. 이들 가운데 홍명보 전 브라질 월드컵 축구감독의 얼굴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홍 감독은 지난 90년 국가대표가 된 뒤 12년간 `영원한 리베로`란 별명으로 한국축구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 스페인과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그라운드를 내달리며 보여준 홍 감독의 어린아이와 같은 해맑은 미소는 아직도 생생한 감동으로 남아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감독을 맡아 숙적 일본을 꺾고 한국 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 획득의 감동을 국민에게 선물했던 한국 축구의 영웅이었다.그런 축구 영웅이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역적이 되다시피 해 온갖 비난을 감당하고 있다. 과연 홍 감독 혼자서 책임질 문제인지 되짚어 봐야 한다.이번 월드컵에는 대륙별 지역 예선을 거친 32개국이 본선에 진출했다. 월드컵 출전 당시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57위였다. 월드컵 참가국 32개국 가운데 31등으로 꼴찌 다음이었다.우리나라 K-리그 현실 또한 참가국들과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할 정도로 초라하다. 지난해 K-리그 평균 관중은 7천656명. 3만 명을 훌쩍 넘는 유럽 리그 평균 관중 수의 30%에 미치지 못한다. K-리그 경기장은 매번 관중석은 텅텅 비어 있고 TV중계조차 없을 정도로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수십만 원의 입장료에도 연간 입장권이 매진되는 유럽리그나 전세금을 빼내 해외원정 응원까지 다니는 남미 국가들의 축구 열정과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인구대비 축구 관중 비율을 따지면 0.5% 수준에도 못 미친다. 연중 프로축구경기장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국민이 대다수라는 결론이다. 그런데도 월드컵이나 올림픽 때면 전 국민이 축구 광팬이 되고, 또 축구 전문가로 돌변해 선수와 지도자들을 맹렬히 비난한다.이런 형편없는 축구 기반 위에서 좋은 성적을 바라는 것은 과욕이다. 16강 탈락은 당연하고 오히려 전패를 당하지 않은 것이 기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월드컵 축구팀에 쏟아지는 비난은 마치 자식의 성적이 꼴찌에서 맴돌고 있는데도 평소 관심을 갖지 않았던 아버지가 막상 대입시험 치르고 나서 “왜 서울대에 합격하지 못했느냐”고 닥달하는 꼴이다.기독교인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자주 인용하는 성경구절이 있다. 성경 요한복음 8장에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음행 중에 잡힌 여자를 예수께 끌고 와 “모세 율법에 간음한 여자를 돌로 치라고 명하였다”며 처벌을 묻고 있다. 예수께서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했다.우리의 비참한 축구 현실을 만든 국민 누구도 홍명보 감독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 축구장 한 번 찾지 않고 무관심했던 우리 모두에게 월드컵 실패의 책임이 지어져 있다.더욱이 명문대학 진학을 요구하는 성적지상주의 학교교육과 과정이 무시된 성과가 정당한 사회적 가치로 인정받는 우리의 사회구조는 더욱 문제다. 성적만이 모든 평가의 잣대가 되는 이런 사회구조에서 유능한 지도자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다. 현재 축구 토양으로는 아무리 세계적인 명감독이 온다 해도 그들 역시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역대 국가대표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명성만 더럽힌 채 쫓겨나는 전철을 되풀이할 것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는 비난과 질책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변함없는 관심과 애정의 바탕 위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국민들이 K-리그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사랑의 텃밭이 조성돼야 희망의 싹을 피우고 전략과 전술, 제도개선 등의 곁가지를 뻗어나게 할 수 있다.

2014-07-23

권영진 대구시장의 변화와 혁신

▲ 이곤영 대구본부 부장권영진 대구시장이 그동안 정체돼 있는 대구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고 시민들에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침체된 대구에 새로운 활력을 넣는다고 하니 기대도 되고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란다.지난 6·4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두고 단기 필마로 대구시장에 출마했을 당시 아무도 그가 공천의 벽을 넘어 대구시장에 당선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그를 지지하는 측근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변화를 갈망하는 지역민심을 꿰뚫어 보고 변화의 불을 지폈고 결국 대구시장에 당선됐다.권 시장은 예비후보 당시 공직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혁신요구와 행정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듣고 시장이 되면 강도 높은 공직혁신을 할 것이라고 강하게 밝혔다. 특히, 일과 능력위주의 인사 혁신을 단행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시와 비고시, 학력과 학연, 성별 등의 인사차별을 철폐하고 민생 최일선에서 일하는 사람이 우대받는 인사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을 천명했고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를 없애겠다고 밝혔다.그는 새로운 변화와 혁신은 쉬운 것도 아니고 편한 것도 아니다면서 시정혁신 100일위원회를 통해 조직을 개편하고 시정 실행계획을 짜 시 구성원들에게 각각의 미션을 주는 등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그 성취도에 따라 인사를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하지만, 오랬동안 누려왔던 지역 보수 기득권층과 공직사회에 변화와 혁신을 전도하기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것을 깨지 않고는 변화와 혁신은 없다. 시민들은 지역 변화와 혁신의 걸림돌인 기득 보수층와 끼리문화를 과감하게 깨기를 원하고 있다.지역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려면 우선 공직사회부터 변화와 혁신을 해야 한다. 공직자는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살아야 한다. 시민이 공직자를 믿지 못하고 불신하면 대구시 정책은 물론 정부 정책도 불신하고 이는 결국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신뢰받지 못하는 공조직은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공직자들 스스로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고,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혁신에 앞장설 수 있어야 성공적인 혁신을 할 수 있다.그러나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민선 1기부터 5기까지 대구시장은 고위 공직자 출신이 도맡아 왔다. 물론 앞서 대구시장을 지낸 공직자 출신 시장이 변화와 혁신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전 시장들의 변화와 혁신은 공직자 기준 내의 변화와 혁신에 그쳤다.공직자들은 자기가 속한 칸막이 안에서만 일하는데 너무 익숙해져 있다. 조직 내 타 부서와 협조하고, 다른 기관과의 협력에도 서툴다. 공조직 밖에 있는 시민과 소통하는 데도 익숙하지 않다. 시민의 입장에서 정책을 입안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 편의주의로 입안하고 시민의 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시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경험도 부족하다.물론 이러한 문제가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는 물론 전국 지자체가 동시에 안고 있는 문제이다. 과거에는 공조직이 제한적인 재정으로 가장 높은 효율로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에 맞춰져 있었다. 이제는 시대정신이 달라져 공조직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이익집단의 요구와 언론, 국회, 사회단체, 국민 등이 직·간접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참여하는 사람도 많아졌다.그동안 대구시는 고시 출신과 비고시 출신 간의 승진 비율, 고시 출신의 중앙부처 근무 회피, 부서별 승진 속도의 차이 등이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내부의 불만이 높아 왔다. 따라서 조직개편을 서두르고 있는 대구시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평적 열린 시스템으로 바꾸고 외부와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업무체계, 조직구조, 평가제도 등을 모두 조정해야 한다. 권 시장이 끼리끼리 공직문화를 일하는 조직으로 변모시키고 측근·학연·지연 인사가 아닌 능력 인사로 대구시 조직을 일신할지 기대된다.

2014-07-16

교원 명퇴신청 신중해야

▲ 이창훈 대구본부 부장교원 명예퇴직 대란 조짐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와 달리 교원 명퇴신청자가 급격하게 늘면서 학교수업분위기를 염려하는 말도 나오는 등 교육계가 뒤숭숭하다.이렇듯 명퇴자가 급작스럽게 늘어나면서 교원총연합회도 정부의 대책과 입장을 묻는 등 사태가 확대될 전망이다.대구교육청의 경우 올 8월 명퇴신청자는 350여명이고, 경북은 272명으로 총 622명에 이른다. 지난 2월 명퇴자는 대구·경북 각각 248명, 266명으로 올해 명퇴로 나가는 지역의 교원수는 1천100여명이 넘을 전망이다. 이같은 수치는 과거와 비교해볼 때 1.5~2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명퇴 열풍은 지역뿐 만이 아니다. 서울지역의 8월 명퇴신청자는 2천3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시기 383명의 6배에 이르고 있다. 이외 부산 957명, 경기 763명, 경남 440명, 충북 279명, 충남 280여명이 신청하는 등 전국적으로 명퇴 붐이 일어나고 있다.명퇴신청이 갑자기 늘어난 원인은 공무원연금법 개정 움직임때문인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sns를 중심으로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되면 연금의 20%정도가 줄고, 향후에는 명예퇴직 수당이 없어질 것이라는 등 괴소문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교사들 사이에서는 연금이 더 깎이기 전에 명퇴를 해, 연금과 명퇴수당 등을 챙기는 것이 몇 년 근무를 더 하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확산되면서 신청자가 더욱 늘어나는 분위기다.명퇴자가 늘어나면서 교육청도 재원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대구교육청에서는 예산부족으로 명퇴를 전원 수용못하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복지예산이 늘다보니 명퇴예산이 부족한 사태가 발생했던 것.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경북에서는 명퇴지원자 모두가 수용됐다”며 “올해에는 명퇴자가 늘어났지만 자세한 사항은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명퇴예산 마련에 신경쓰고 있는 지경이다.일각에서는 명퇴자가 늘어나면서 학교수업 부실걱정도 우려하고 있다. 명퇴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신청자는 의욕부족으로 학생들의 수업에 최선을 다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이렇듯 전국적으로 교사 명퇴열풍이 일자 한국교총은 최근 “교직사회에 괴담(명퇴제도 폐지, 공무원연금 수혜 대폭 축소)이 이는 만큼 정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과 교직사회와 협의 없는 일방적 공무원연금 개악을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아울러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기채(지방채) 발행, 추경 등을 통해 명퇴예산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우선 교사가 이렇게 명퇴를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 정부는 괴담을 잠재우고, 학교의 안정을 위한 올바른 대책을 조속히 밝혀야 한다. 수 십년간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친 교사들이 일신상의 사유가 아닌 금전상의 불이익을 회피하기 위해 명퇴신청을 하는 것은 학생과 학교의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교사들도 명퇴문제를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경제적인 손해를 조금 덜 보기위해 너도나도 명퇴대열에 동참하는 것은 수십년간 학생을 가르치는 것을 사명으로 여겨온 교사의 태도로서는 적절치 않다.또 그동안 교원은 일반 사기업과는 달리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만 62세까지 보장되는 철밥통을 누려왔다는 사실도 상기해야 한다. 경쟁이 치열한 사기업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교사를 사기업 회사원과 일률적인 비교를 해서는 안되지만 사회의 거시적인 틀속에서 함께 움직이기에 하는 말이다.특히 교사는 젊은 시절부터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자신의 직무와 적성에 맞다고 생각해 사범대학에 진학해, 어려운 교사시험을 통과하고 학생들과 마주해왔기에 더욱 그렇다.단지 경제적으로 좀 더 많은 위로금을 챙기기 위해서 명퇴를 생각하고 있다면 다시한번 재고를 요구한다. 퇴직후 한동안 어린 학생들의 눈망울을 잊지못해 학교를 배회했다는 어느 퇴직교사의 말도 다시 한번 곱씹어 봄직하다.

2014-07-09

여성들이여 분발하자

▲ 윤희정 문화부장`어머니`라는 말은 사랑과 희생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들이 어머니에게 바라는 것들을 떠올려보자.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머니를 참고 견디고, 사랑하고, 증오하는 자녀로서, 또는 자녀들에게 많은 관심을 쏟을 수 없었던 남편으로서 바랐던 일들을 상기해보자. 사회 역시 어머니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어머니의 삶에서는 자녀가 중심이 되기를 요구당할 뿐, 어머니 자신의 직업이나 성공, 자녀와 남편으로부터 독립돼 자신만의 꿈을 품은 인격체로서의 정체성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어머니는 이 요구들을 자신이 수행해야 할 의무로 받아들이게 되고 책임감을 느낀다. 또 그와 같은 사회적 관습에서 벗어나기도 어렵다.독일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루이 쉬첸회퍼는 `당신은 어떤 어머니입니까`란 책에서 좋은 어머니가 되는 길을 안내한다. 그는 권력형 어머니, 희생형 어머니, 자기도취형 어머니, 애정결핍형 어머니 등 4가지 유형을 보여주면서, 자녀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올바른 길로 안내하기 등 각종 함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준다.`모든 어머니는 거룩하다`는 게 `어머니 신화`의 절대명제라면, 이 책은 `어떤 어머니는 거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 모든 사랑에도 어머니들은 어떻게 자녀들을 불행하게 만드는가`라는 원제에서 보다시피 이 책은 어머니가 사랑하는 `방법`을 문제 삼는다.저자는 18살에서 84살에 이르는 자녀들 50여명과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적 어머니의 유형을 크게 넷으로 나눈뒤 `문제적 엄마`가 안 되는 방법을 제시한다. 권력형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자신이 결정하려 하고 모든 일을 자신의 뜻대로 이루려고 하기 때문에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라난 자녀들은 매사에 자신감을 잃고, 자신의 주장과 권익을 관철하지 못하는 대신 모든 것을 어머니에게 떠넘기는 소극적인 인간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희생형 어머니는 자신의 희생을 무기 삼아 자녀의 복종을 끌어내기 때문에 그 자녀들은 무거운 책임감과 죄책감에 사로잡힘으로써 정상적인 유년기를 박탈당하며,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리지 못하게 된다. 자기도취형 어머니에게 자녀란 자신을 내세우기 위한 도구로 인식된다. 이 유형의 어머니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상`을 가지고 있으며, 자녀를 자신의 생각대로 키우기 위해 폭력을 포함한 온갖 수단에 의존한다. 애정결핍형 어머니는 `어머니 신화`의 배반과도 같다. 칭찬에 인색하고 스킨십을 모르며 무관심 아니면 편애로 자녀들을 대하는 이 유형의 정말 심각한 문제는 그것이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책의 말미에는 각각의 유형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의 객관적인 인식, 어머니와 자녀 사이의 대화를 강조하는 한편, 아버지들의 역할을 역설하는 대목이 흥미롭다.7월1일부터 7일까지는 여성주간이다.헌법상 명시된 남녀평등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지난 1995년 12월30일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 시행된 것을 기념해 매년 열린다. 여성발전기본법은 차별과 불이익을 감수하며 살아왔던 대다수 여성의 삶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기대만큼 여성발전에 기여했다. 그동안 정부, 비정부기구들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방안과 여성발전기본법에 따라 마련된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는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도달해야 할 고지는 아직도 먼듯 하다.특히 여성 문제는 종전과 같이 사회정책의 과제만이 아니라 경제, 인권, 정치, 문화, 환경 등 모든 정책영역에서 다뤄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여성정책은 물신주의에 빠져 있는 우리사회가 상실해버린 인간성 회복에 기여해야 한다. 따뜻한 인간성의 회복은 생명을 낳고 기르는 모성에서 출발돼야 함은 물론이다.더 많은 여성 정책을 요구하기 보다 나부터 단단히 중심을 잡아 실력을 길러가는 것, 이것이 더 정직하고 당당한 자세라는 점도 명념하자. 실력 있으면 여성도 대통령 되고 국무총리 될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

2014-07-02

선서(宣誓)

▲ 서인교대구본부장 `아무리 잘난 사람도 오른손이 오른 손톱을, 왼손이 왼 손톱을 깎을 수 없고, 왼손과 오른손이 사이좋게 서로 깎아주고 다듬어 줘야 한다. 나는 너의 거울이 되고 너는 나의 반사점이 되어 서로 비춰가며 사는 거야` 김기원 시집 `행복 모자이크`에 실린 `손톱을 깎으며`중의 한 부분이다. 상대를 이기기 위함이 아니라 상생하기 위함이다.이제 며칠 후면 6·4지방선거에서의 당선인은 오른손을 들고 선서를 해야 한다. 초선이든, 재선이든, 3선이든 당선인은 지역민들과의 약속과 자신과의 새로운 다짐을 해야 한다.대통령, 공무원은 취임에 공법상 선서를, 증인, 감정인, 통역인은 소송법상 선서를 한다. 대학에서 서양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수석 입학한 학생은 입학선서를, 신규 교사 선서, 걸스카우트 선서, 체육대회 선수대표와 심판대표 선서, 청문회 선서 등 많은 선서가 있다. 선서는 상대방과의 약속이고 자신과의 다짐이다.대한민국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2월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선서했다.이제 6·4전국지방동시선거에서 당선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선서를 통해 지역민과 자신과의 약속, 다짐을 해야 한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기초단체장 3선, 공역단체장 3선 등 전무후무한 총 6선의 관록으로 선서한다. 그의 선서 내용은 이렇다. “나는 법령을 준수하고, 주민의 복리증진 및 지역사회의 발전과 국가시책의 구현을 위해 경상북도지사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물론 권영진 대구시장도 대구시장직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선서하게 된다.모든 선서는 오른손을 들고 한다. 엄숙한 선서를 오른손으로 하는 이유는 옛날 중세 때 `신(神)은 오른손 잡이요. 악마는 왼손잡이`라고 생각한 인습에서 비롯됐다고 한다.선서에는 지역민과의 약속이 담겨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경북 새출발위원회를 통해 공공개조, 경제혁신, 민생행복, 안전개혁, 사회 상생 등 5대 아젠다를 발표했다. 특히 김 지사는 대구와 경북은 역사 문화 경제적으로 한 뿌리였으며, 지금까지 DUP과학벨트, 경제자유구역 등 국책사업 추진과 세계물포럼, 에너지 총회 등 국제행사 유치 등 다방면에 걸쳐 상생 협력을 가장 모범적으로 추진해 왔다고 했다.따라서 김 지사는 대구·경북 공무원 상생 워크숍, 대구·경북 정체성 찾기 공동추진과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통일 대박 연구소`등을 통해 통일에 대한 준비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했다. 혼자 가면 단순한 길이지만 역사를 만들고자 함께 가겠다고 늘 강조했다.권영진 당선자는 “대구·경북의 상생을 통해 신 TK시대를 바탕으로 남부권 중심지역으로 우뚝 서야 한다”며 “이제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지역 어른인 수장으로 모시고 함께 지방분권 강화에 나서겠다”고 역할론을 표했다. 권 당선자는 경제혁신, 공직혁신, 교육혁신, 분권혁신, 안전혁신 등 5가지 혁신을 약속하고, 안 되는 행정을 과감히 되는 행정으로 변화시키고 그 책임을 시장이 지겠다며 상생을 강조했다. 대구와 경북에서 제일 큰 포항과의 교류확대로 상생을 예고했다. 대구 물류 대부분이 포항으로 가도록 해 대구·경북 상생 발전의 시발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김범일 대구시장과의 관계도 남달랐다. 경북 출신으로서 형님, 동생하면서 상생을 강조했다. 이제 형님 김관용 지사와 동생 김범일 시장은 서로 입장이 달라졌다. 그러나 경북과 대구는 영원하다. 대구의 새로운 시장이 될 권영진 당선자도 한 뿌리인 만큼 대구·경북을 함께 채워주길 바란다.대구시와 경북도내 일선 시군구청 당선자도 작심삼일이 아닌 초지일관으로 취임선서의 의미를 임기 내내 되새겨 주길 바랄 뿐이다.

2014-06-27

파리 텍사스, 포항 경상북도

▲ 임재현 편집부국장막 막을 내린 6·4지방선거는 우리가 사는 경상북도와 대구의 삶과 현실 그리고 극복해야 할 모순들이 고스란히 담긴 거울이라 하기에 충분한 결과를 남겼다. 지난 6개월 남짓한 기간에 가히 집중적으로, 드라마틱하게 펼쳐진 이곳의 선거를 돌이켜보면 희망의 맹아를 발견할 수 있는 여지는 그다지 많지 않다. 전국에서 대선 주자들이 광역단체 주민에게 인정 받은 다음 국민에게 나아가겠다는 야심찬 구도가 6월4일 자정을 전후해 속속 성사됐다. 하지만 이곳 3선 도지사의 영광은 왠지 경북 전체가 나누기엔 불안한 기미가 역력하다.특히 경북 제1의 도시 포항에는 신인 단체장을 얻고도 패배주의 마저 감지되고 있다. 박승호 전 시장의 무기력함에 대한 조소마저 나왔다. 요약하면 `3선을 그냥 누리지` 또는 `왜 해묵은 네거티브를 했느냐` 정도이다. 반박을 대신하면 `개인적 영달을 포기한 정치적 용기` 또는 `외로운 폭로(정장식)가 아닌 전략적 동지(권오을)를 만난 연대적 후보 검증`이 아닐까.하지만 이제 필요한 일은 과거지사에 대한 갑론을박이 아니다. 어쨌든 오랜 경륜과 도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공·사의 영예를 안은 김관용 지사가 남은 공직 인생을 걸고 무엇을 이뤄내야 하는가이다.김 지사는 4년 전 선거에서 `신도청 북부권 이전` 카드를 꺼내어 대마(大馬)로 활용했다. 유치 경쟁에 가세한 포항은 북부권 주민들의 애끓는 낙후지역 호소에 이전 부지 결정을 깨끗이 받아들였다. 포항 출신인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도 고향사람들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북부권 균형발전의 당위성을 설득해 나갔다.하지만 상황은 바뀌었다. 대구가 지금 위기를 느낄 만큼 도청 이전의 효과는 엄청난 파급을 현실화하고 있다. 세종시가 상징하는 충청권의 수도권화는 낙후의 상징이던 경북 북부권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안동은 말할 것도 없고 봉화와 영주도 백두대간을 활용한 산림과 테라피의 기린아 도시가 예고되고 있다. 이러니 경북 동남권의 신 낙후지역 위기의식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왜 이런 상황이 됐을까?산업 다변화는 물론 포스코 불패라는 열매에 안주한 채 도시 발전의 정체에 대비하지 않은 포항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경북 제1도시라며 우쭐해 원근(遠近) 지자체 간 협력에 소홀한 측면도 크다. 인접한 경주와는 상수원 문제로 갈등했고 포항대게를 홍보하자 영덕과 사이가 틀어지기도 했다.지역정치인들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포항과 경북도가 과연 제대로 협력했던가? 민선 부활 이래 포항시장은 경북지사의 경쟁자였다. 그 중간에서 어부지리를 취한 이도 있었다.따라서 이제 공직과 삶의 대장정을 정리할 마당에 선 김관용 도지사는 포항의 위기 극복을 도와주는 리더십으로 경북 전체의 조화로운 발전이라는 위업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지역의 상상력에서 독일의 영화 거장 빔 벤더스의 1984년 작 `파리 텍사스`(PARIS TEXAS)의 상황을 가정해본다.파리와 텍사스, 어울리지 않는다. 50여년전 파리를 떠나 첫 미국 여행길에 선 당대 지성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눈에 비친 텍사스 사람들처럼 이 둘은 이방인에 가깝다. 낭만과 풍요로움의 상징인 파리, 그리고 카우보이로 상징되는 남성과 보수성의 이미지인 텍사스.감독은 황량한 텍사스의 사막 한 가운데 마을에 나타난 상처 받은 남녀들을 통해 파리의 황홀감을 찾아 떠난 영혼들의 상실감을 극대화한다.지난 40여년 간 해양이 상징하는 낭만과 활력, 철강산업의 호황을 누렸던 포항은 이제 기로에 서 있다. 경상북도는 대한민국 보수의 상징이지만 유교의 본산 답게 의리와 절제의 가치가 존중되는 곳이다. 내륙과 해양이 조화된 경북에서 한 축을 형성해온 포항의 쇠퇴는 영화 속 `파리 텍사스` 같은 상황을 몰고 올 것이다. 낭만과 활력을 상실한 이중의 정체 도시 포항이 이제 새로운 발전의 희망에 찬 경북 전체에 언젠가 재앙이 될 수 있다면 지나친 상상력일까?

2014-06-20

월성1호기는 가동돼야 한다

▲ 윤종현 편집부국장현재 우리나라의 원전위상은 빈국(貧國)에서 보유국(保有國)으로 급성장하면서 수출국으로 도약했다. 원전 도입 후 국내 경제력은 하루가 다르게 신장되면서 국가 에너지 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에너지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원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 경제가 선진국 반열에 진입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원전이었다.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원전 비리 이후 국민들이 원전 종사자들을 보는 시각이 따뜻하지 않아 사기가 추락하고 있다. 원전 운영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원전운영의 기본은 `안전성`확보다. 현재 국내외 원전산업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안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견제와 감시를 하는 국제원자력기구를 비롯 환경단체, 민간감시기구 등 눈초리는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원전에 관한 한 가장 큰 쟁점은 역시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여기서 논란이 되고 있는 원전은 바로 `월성 1호기`다.정치권이나 환경단체 등에서는 계속운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막연하게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며 폐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국내 현실과 큰 차이가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간과하고 있다며 국내 원전 관계자들이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전 세계에서 운전 중인 원전은 현재 436기이다. 이 중 34.4%에 달하는 150기가 운영허가기간(설계수명)을 연장해 계속운전 중이거나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다.미국의 경우 104기 중 약 70% 이상이 계속 운전 중이거나 계속 운전 승인을 받았다. 폐로된 경우 상용원전은 많지 않고 소형 실증로 등이며, 사용된 지 5년 이내에 해체한 것이 절반에 달한다.미국이 11기의 원전을, 캐나다가 7기, 프랑스가 2기의 원전을 계속운전하도록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월성1호기와 같이 중수로를 운영하고 있는 캐나다의 경우 19기의 원전 중 11기의 원전에 대해 계속운전 승인을 했다.지난 1982년 상업운전을 한 월성1호기는 국내 원전사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 국내 1호 중수로이고, 원전 연구와 발전이 여기서 출발했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이 원전은 지난 2012년 11월20일 운영 허가기간이 종료됐다. 한수원 측은 이 원전의 운영연장을 위해 예산 5천600억원을 들여 지난 2009년 4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설비개선작업을 마치고, 원자력안전위로 부터 가동여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우리나라는 매년 한 여름과 한 겨울에 예비전력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전력설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원전 1기는 국가의 전력공급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더구나 월성1호기를 돌리지 않고 가스나 석유 등 다른 발전원으로 전기를 생산했을 때 2조5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이 손실된다.특히 전기 생산에서 경제적 비용 절감뿐 아니라 기후변화 예방을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측면에서도 원전이 가장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원전은 석탄 발전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100분의1 정도밖에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이다.국가자산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서라도 안전성이 전제된다면 계속운전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향후 2021년까지 `원전해체기술` 자립을 목표로 900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도 전담조직과 인력을 갖추고, 폐로기술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이 연구용 원자로 2기를 폐로한 경험이 있다. 장기적인 계획 하에 폐로기술을 확보해야 하지만 폐로기술 확보를 위해 설비개선으로 향상된 원전을 일부러 폐쇄한다는 것은 `리모델링을 마친 건물을 철거기술 확보를 위해 부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월성1호기 계속운전은 국가의 이익과 안전성이 전제된다면 국가 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014-06-13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

▲ 이창형 서울지사장6·4지방선거가 끝났다.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대구시장 선거전은 그야말로 예측불허였다.치열한 당내 경선을 통해 새누리당 후보가 된 권영진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피말리는 승부를 연출했다.경북지역 단체장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들이 무소속 후보와 초접전을 펼치며 간신히 당선된 경우가 허다했다.군위에서는 무소속 김영만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다.하지만 대구경북 전체 기초단체장 선거구에서는 여전히 새누리당 후보들이 대부분 당선됐다. 대구 8개와 경북 23개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지역은 3곳이었다.그 중 2곳은 새누리당이 무공천지역으로 결정한 상주와 청송이어서 실제로는 1명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셈이다.다만, 새누리당이 여론조사로 공천을 결정했던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무소속 바람이 거셌다. 후보 나름의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지만 당보다는 인물을 선택하고 있는 선거문화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4년 전 6·2 지방선거 당시에는 대구 서구·달성군, 경산·문경·영주·칠곡·울진·영양 등 모두 8곳에서 무소속 기초단체장이 배출됐다. 이 또한 대구경북이 새누리당의 텃밭이라고 하지만 유권자들은 더 이상 당을 보고만 투표하지않는다는 것이다.매번 선거가 그랬지만 특히 이번 선거는 진흙탕 싸움이 심했다.대구·경북에서 총 494건의 선거법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4년 전 지방선거에 비해 55건 늘어난 수치다.우리는 23년간 지방자치제를 경험했다. 하지만 아직도 투표율은 낮다.유권자를 사로잡지 못하는 선거이니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이 차려진 밥상과 같다는 유권자도 있다.하지만 지금까지 고안된 민주적 의사 결정 방식 중 선거보다 나은 것을 찾아내지 못했다. 전세계에서 끊임없이 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이유다.이번 지방선거 예산은 8천929억원이다. 이를 유권자 4천129만6천229명으로 나누면 1인당 투표권 행사에 2만1천622원의 세금이 들어간다. 여기에다 당선되거나 득표율이 일정 비율 이상인 후보자에게 보전해주는 비용, 정당 보조금 등을 합하면 9천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지방선거 한번 치르는데 1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소요되다보니 유권자들의 냉정한 심판과 당선자들의 책무가 막중해야 하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세월호의 `평형수`라고 비유할 수 있다. 여야에 골고루 힘을 실어주되 견제와 균형의 정치를 포기한다면 한국 정치의 침몰을 경고한 셈이다.전국적으로만 보더라도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 새누리당이 경기·인천·부산을 포함해 8곳, 새정치민주연합이 서울과 충청권을 비롯해 9곳에서 승리했다.특히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정부의 무능 책임을 물은 듯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 성향 후보들이 대거 승리했다.이른 바 `앵그리 맘` 표심이 교육감 선거에 반영된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4년간의 임기 내내 유권자들은 우리가 뽑은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에 대한 감시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선거 때가 돼서야 표로 심판한다는 말은 너무 원시적이다. 임기도중이라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남용하거나, 선거때의 초심을 잃었다고 판단하면 주민소환제 등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심판해야 한다. 그래서 선거는 진행형이어야 한다.

2014-06-06

포항상의 회장자리가 뭐길래

▲ 김명득 편집부국장9개월 앞둔 포항상의 회장 선거가 벌써부터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6·4지방선거의 포항시장 선거보다 오히려 더 달아오르는 느낌이다. 상의 회장은 포항시장에 이어 제2의 기관장으로 불릴 만큼 영향력이 막강한 자리다. 그렇기에 상공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오르고 싶어 하는 감투자리이기도 하다. 내년 3월에 치러질 제22대 포항상의 회장 선거에도 자천타천으로 4~5명의 상공인이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자칫 지난 21대 선거처럼 과열로 치달아 편 가르기나 이전투구가 벌어지지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공교롭게도 그런 조짐들이 벌써 감지되는 것 같다. 후보들은 더 많은 상공의원을 확보하기 위해 학맥, 인맥을 총 동원하는가 하면 물밑에서 상공인들과 자주 접촉하는 등 이미 선거전에 돌입한 모양새다.호수 위를 한가롭게 헤엄치는 오리마냥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상대방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조차 신경 쓰인다. 오는 9월 상공의원 대의원 총회가 열리면 이 자리에서 어느 정도 조율을 거쳐 최종적인 출마자의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현재로서는 모두가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이들은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 대신 “많이 도와 달라”고 했다.지역의 원로 상공인들도 벌써부터 분열을 걱정하고 있다. 일부 상공위원들은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예전의 추대형식으로 회장을 뽑는 것을 은근히 바라고 있다.지난 21대 선거만 최병곤 현 회장과 박병재 후보가 맞붙어 최 회장이 당선됐지만 그 이전에는 모두 추대형식으로 회장이 선출됐다. 투표로 결정하는 선출방식이 가장 민주주의적이라고 하지만 선거 그 자체가 경쟁이고, 최후의 1인자만 살아남기 때문에 과열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선거다.지난 21대 포항상의 회장 선거를 치르면서 많은 상처와 교훈을 남겼다. 당시 선거를 앞두고 상의 회원과 상공의원들에게 실명의 괴편지가 나돌았는가 하면 후보자 서로 간에 오해 아닌 오해로 갈등을 겪는 등 심한 선거 후유증까지 남기기도 했다. 누가 상의 회장이 되든 그것은 차후의 문제다. 포항이 상의회장 선거로 패가 갈려 쪼개진다면 이는 누가 승리하더라도 결코 포항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더 걱정되는 이유다.서로 힘을 모아 포항의 시너지를 극대화시켜도 모자랄 판에 선거로 인해 힘이 분산되고 낭비되서는 안된다. 글로벌 철강경기 침체로 포항철강공단 업체들이 그 어느때보다도 힘들어 하고 있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 기업이 상의회장 선거 때문에 지장을 받거나 혼란을 겪어서는 더더욱 안될 것이다. 철강도시 포항의 현주소를 똑바로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우리는 흔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자주 들먹인다. 당연하고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우리의 산업화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빚어졌고 그 후유증은 풍요를 무임승차한 오늘날 우리들 모두의 부채임을 명심해야 한다. 포항이 상의회장 선거로 패가 갈려 서로 불신하고, 갈등을 초래하게 된다면 이는 누가 승리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일 것이다. 상의 회장 선거가 비록 9개월이나 남았다고 하지만 결코 긴 시간은 아니다. 추대가 아니라면 선거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난번과 같은 상처는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포항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상공인이라면 현명하고 슬기로운 판단을 해야 한다. 무엇이 포항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 어떻게 해야 포항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위기에 처한 `포항호(號)`를 구하기 위해 누구를 선장으로 선택해야 하는지를 지금부터 미리 생각해 둬야 한다. 포항경제 3년이 달린 문제다.

2014-05-30

안전의 생활화

▲ 정철화 사회부장나라 전체가 세월호 참사로 한 달 넘게 신음하고 있다. 그 상처가 너무 크고 깊어서 쉬이 치유되지 않을 듯싶다. 너무 오랜 기간 안전불감증을 앓았고 병증도 대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중증이다. 정부관리자를 비롯해 기업체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설마`하는 생각으로 병세를 키워왔다. 마침내 대통령이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등 대수술을 단행, `안전한 대한민국`을 선포했다. 안전은 이제 `설마`가 아니라 반드시 실현해야 할 필수과제로 떠올랐다. 국가나 기관, 기업체 등지의 안전의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민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안전생활화를 실천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 졌다.프로운동 선수들은 저마다 운동신경이 특출하게 뛰어나지만 끊임없는 반복훈련을 한다. 경기 중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변화에 몸이 먼저 반응하도록 하려는 것이다.우리의 안전도 마찬가지이다. 미래의 어떤 위험한 상황이 우리에게 닥칠지 모른다. 그런 위험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몸이 저절로 반응할 수 있도록 각종 안전메뉴얼에 대한 반복 훈련을 통해 생존법칙을 익혀 놓아야 한다.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바다에서의 생존법에 관심이 높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고 있는 포항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해상안전에 관한 한 일본의 사례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몇 년 전 일본의 오사카와 후쿠야마시 스포츠 시설 견학을 간 적이 있다. 도심 곳곳에 각종 스포츠시설이 조성돼 있고 특히 수영장 시설은 빼놓지 않고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최신 시설에 놀랐고 한편으로 부럽기까지 했다. 오사카시의 한 수영장은 풀의 바닥이 위아래로 이동시킬 수 있게 돼 있다. 수영장 풀의 바닥을 위쪽으로 올리면 농구와 배구 등 각종 실내스포츠를 할 수 있는 플로어가 되고 여기에 다시 물을 채워 얼리면 실내 빙상장이 된다. 한 가지 시설을 다목적 스포츠 공간으로 활용하는 일본의 정교함이 놀랍기까지 하다.이러한 수영장 시설을 바탕으로 일본 국민의 대부분은 수영을 할 줄 알고 평소 생존 수영을 비롯해 해상 안전교육을 철저하게 받고 있다.이는 1955년 초등학생과 중학생 수학여행단 349명을 태운 여객선 침몰로 학생 100명을 포함해 168명이 숨지는 사고가 전환점이 됐다. 이 사고로 희생된 학생들이 수영을 못해 익사한 것으로 드러나자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수영장을 신설하고 수영 과목을 필수 교육과목으로 정했다.이 사고가 난 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의 초등학교마다 전교생이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수영을 필수과목으로 배우고 있다. 각 유치원에 마련된 수영장에서 구조구난 훈련을 주당 4시간씩 실시하는 등 해상 안전교육을 생활해 있다.수영은 바다나 물놀이 사고에서 살아날 수 있는 필수 생존법이다. 우리나라 익사사고의 대부분이 수영 미숙에서 비롯되고 있다. 바다에서의 생존법은 구조선이 올 때까지 사고 현장 주변에서 최대한 오래 버티는 것이다. 익사자 대부분은 물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허둥거리다 사고를 당하게 된다. 평소 수영기술을 연마해 놓으면 위험한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한 반응을 하게 된다.포항은 글로벌 해양 도시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교육여건으로 학교마다 수영장 시설을 갖추기 어렵다. 지역 학교학생들이 돌아가며 방과 후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수영장 또는 해양체험장을 만들어 해양생존체험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해양 도시 포항시민은 누구나 수영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 주고 나아가 시민들 스스로 물놀이 사고에서 목숨을 지킬 수 있는 해상안전의 일등도시가 될 것이다.

2014-05-23

공직사회의 기본 덕목은 청렴

▲ 이곤영 대구본부 부장23, 59, 78, 94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이는 민선 1기부터 4기까지 각종 불법행위와 비리혐의로 기소된 기초자치단체장의 숫자다. 갈수록 각종 불법행위와 비리가 늘어나는 추세이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지역에서도 경북도 공무원과 출연기관 직원이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기는 등 비리커넥션이 잇따라 드러나며 지역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경북도 도청이전추진단 간부로 재직했던 공직자가 대우건설로부터 수억원의 뇌물을 받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또 지난달에는 (재)한국한방산업진흥원 전 원장과 팀장이 연구과제비와 운영비 수천만원을 횡령했고, 이에 앞서 안동의료원 원장이 측근과 아들이 소개한 사람을 특별채용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대구시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일부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이에 대한 공직기강 관리의 부실로 지역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대구시는 비리로 중징계 처분을 받은 공무원들에게 직위해제 기간 중 수천만원의 급여를 지급했고, 3개월 만에 다른 자리에 복직시켰다. 또 간부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외부 강의에 나가 수백만 원의 강의료를 챙겼고, 위생 관련 부서의 공무원들은 위생교육에서 수천만원의 강의료를 받는 비리가 드러나기도 했다.국민들에게 공직자의 덕목 중에서도 첫 번째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청렴을 1순위로 꼽는다. 하지만 `공직사회가 청렴한가`라고 물어보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는 국민들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직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공직자들의 청렴도가 낮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것이다.국민권익위원회가 2013년 부패인식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54.3%가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공무원은 응답자의 4%만이 `부패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도 청렴도 측정에서 지방자치단체는 모두 평균(종합청렴도 평균 7.86점) 이하로 광역자치단체가 가장 낮은 수준(7.20점)을 보였고, 외부청렴도 측정 결과에서는 광역자치단체(7.54점)가 가장 낮은 수준이고, 시도교육청(7.69점), 기초자치단체(7.76점) 모두 평균 이하 수준을 보였다.업무유형별로는 재량권이 많거나, 사업규모가 큰 업무가 청렴도가 낮은 것으로 측정됐고, 광역자치단체는 규모가 크고 현장근무가 많은 공사 관리·감독(6.25점), 기초자치단체는 인허가(7.58점)업무, 시도교육청은 운동부 운영(5.89점)의 청렴도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생각과는 달리 공무원들은 4%만이 부패하다고 인식하는 등 공직사회가 부패하지 않다는 인식이 절대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자치단체는 `공무원이 부패하다`고 인식하는 비율(3.3%)이 일반국민의 인식(54.3%)과 16.5배나 차이를 보였다. 떡값, 스폰서 등 일반 국민들의 시각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부정과 부조리에 대해 아직도 일부 공직자들은 관행이라는 이유로 스스로 정당화하고 있다. 실제로 지방부패에 대한 자체감사 적발은 낮은 수준(15.9%)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대부분 검·경찰 등 외부기관에 의해 적발(69.7%) 된 것으로 부패행위가 적발돼도 경징계 이하의 온정적 처벌에 그치며, 부패와 비리를 단절시키지 못하고 있다.권익위는 최근 3년간 부패행위로 제재 처분을 받은 국가 전체 공직자 5천80명 중 57.5%인 2천919명이 지방공직자이며, 그 수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선거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6·4 지방선거가 채 한달도 남지않았다. 광역·기초단체장에 출마한 후보들 대부분은 공직자들의 부패척결을 공약을 내놓고 있다. 부패척결 공약이 허튼 약속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단체장의 자세와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6·4지방선거에 당선된 단체장들이 부패·비리척결 공약 하나라도 제대로 이행해 공직자 비리척결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14-05-16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 이창훈 대구본부 부장“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의 한 모퉁이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가을 햇빛이 떨어져 있을 때, 우리를 슬프게 한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가 문득 발견될 때. 그곳에 `나의 사랑하는 아들아, 네 행동 때문에 나는 얼마나 많은 밤을 잠 못 이루며 지새웠는지 모른다…`라고 씌여 있을 때.”독일 작가인 `안톤 슈낙`이 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이 수필은 오랫동안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이다.우리가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감수성을 배가시켰던 이 내용이 우리를 더욱 가슴아리게 하고 있다.생각조차 하기싫고 답답한 가슴을 더욱 짓누르고 있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은 아직 진행형이다. 이 진행중인 사건에 수많은 아픔이 녹아져 있지만 또 다른 아픔이 필자를 괴롭히고 있다.아들을 잃은 한 아버지가 국민세금을 낭비할 수 없다며 장례용품을 가장 싼 걸로 골랐다는 소식이다.단원고 학생의 이 아버지는 장례식장에서 가장 싼 41만6천원짜리 수의와 27만원짜리 관으로 아들의 장례를 치렀다. 가장 비싼 수의의 가격은 무려 400만원으로 이 가격과 무려 10배나 차이가 났다. 특히 아들은 180cm가 넘는 덩치라 비싼 특수관을 써야만 했으나 아버지는 한사코 “국민세금으로 장례를 치르는데 비싼 것을 쓸 수 없다”며 거부했다고 한다.아들은 검도 3단의 유단자로 사고당시 자신이 입고있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준 것으로 알려졌다.과연 그 아들에 그 아버지 였다. 이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이 어처구니없이 사라지는 모습이 우리를 너무나 슬프게 하고 있다.하지만 이런 가슴적시는 사연을 뒤로하고 우리를 분노하게 만드는 것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수만가지의 분노는 아예 제쳐두고라도 이해하지 못 할 부분이 관의 행태다.아이의 시체를 실적으로 잡기위해 민간이 건져올린 사체를 양보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국가기관이 민간 잠수부가 건져올린 시신을 실적 부풀리기에 활용하기 위해 양보해 달라고 했다니 이런일이 있을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실적이 중요하다지만 학생의 시신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니 너무나 비통할 따름이다. 이러한 행태는 임진왜란당시 조선군사의 코를 베어 실적으로 삼은 일본의 행태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 소식을 들은 죽은학생의 부모마음이 어떻겠는가. 백번 양보에 양보를 거듭해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또 있다.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있을 때 공무원들은 바로 옆의 분향소에 나가 일하면서도 출장수당을 꼬박꼬박 챙겼다는 것이다.경기도, 경기도교육청, 안산시 등은 사태수습을 위해 비상대책반을 가동, 200여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이 원 근무지에서 15~30분정도 거리의 곳에서 일하면서 근무지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관외 출장수당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이들 공무원이 장례식장, 분향소에 파견돼 받는 수당은 하루 8만~1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물론 공직자로써 법이 허용한 테두리내에서 출장비를 받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시민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사비를 들여가면서 자원봉사를 하는것과 비교해볼 때 너무나 부끄러운 행태라고 보여진다. 분향소에 수많은 조문행렬과 시민성금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 공무원이 출장비를 반납했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참으로 가슴이 미어진다.무책임하고 무능한 공무원들이 세월호 참사를 키웠다는게 속속 밝혀지고 있는 마당에 이러한 공무원들의 작태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누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던가. 다시는 이러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2014-05-09

6·4 지방선거와 공무원

▲ 서인교 대구본부장진도 여객선 침몰사고의 후유증이 나라 전체를 휘감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에 미숙하게 대처한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 비난이 멈추질 않고 있다. 어쩌다 이런 지경이 됐는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저 안타깝다. 오랫동안 현장을 지켜보며 느낀 공직사회는 묘하다. 국민의 편에서 일하는 것 같지만 규제를 꽉 움켜쥔 공룡이기도 하다. 단 절대 손해나는 장사는 안한다. 최근 한 사례. 도내 모 중앙부처 지방기관은 한 기업이 신청한 재료 수출 허가를 신청하자 문제없다면서 승인했다. 그 기업은 외국에 물건을 팔았다. 허가를 받았으니 문제될게 없었다. 한 달 후, 그 기업이 같은 방법으로 신청했다. 이번엔 불허했다. 수출제한 품목으로 묶여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한달 전 수출한 것까지 문제삼아 조사를 벌였고, 검찰에 고발까지 한다고 통보했다. 자기들이 수출 승인을 해줘놓고, 기업이 수출제한 품목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거였다. 항의한 그 기업주는 열 받아서 홧병이 났다. 그 기업인을 더 허탈하게 만든 건 자꾸 반발하면 다른 문제가 없는지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앞으로는 공무원은 절대 믿질 않기로 했다”고 했다. 이쯤되면 공무원은 갑 중에서 `슈퍼 갑'이다. 최근 공직사회는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방법까지 터득했다. 다음 달 실시될 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의 후보를 고르는데, 그 지역 공무원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현상이 그 단적인 예다. 그들은 예비후보 중 누가 당선되는 것이 자기들에게 유리하고, 또 편하게 일할 수 있는지를 사발통문으로 돌리고 있다. 그리고선, 특정 후보 편들기를 노골화한다. 도내 시장 군수가 되려면 공무원들에게 밉보여서는 사실상 어렵다. 그들 가족까지 합하면 판세 를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시장 군수를 뽑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들이 그들의 수장을 선택하는 모양새다. 공무원들의 위력은 이번 선거에서 더 발휘되는 것 같다. 대구 경북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새누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상향식 공천을 실시한다면서 후보 대부분을 여론조사를 실시해 결정하고 있어서다. 대구에 있는 한 여론조사 기관의 설명이다. “농촌에선 거의 십중팔구가 노인들이어서 전화를 통한 여론조사는 어렵다. 반면 공무원들은 전화가 걸려 오면 선택을 정확히 하더라. 물론 그들도 유권자니 산택할 권리는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좌지우지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민의의 왜곡이라는 것이다.진도 사고 속에서도 6·4 지방선거 판은 돌아 갈 모양이다. 여야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가 지난 2주일 동안 6·4 지방선거운동을 잠정중단시켰으나 더이상 시간이 없어 공천자 결정을 하지 않을수 없는 국면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궁금한 것은 이번에 공관위가 제 역할을 했는가다. 새누리당 대구·경북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을 한번 보자. 대구의 경우 현역시절 음주운전 등의 전과 기록이 있는 한 후보는 논란속에서도 경선에 동참한 반면 다른 예비후보들은 턱을 넘지 못했다. 경북도 마찬가지다. 일부 후보는 음주운전 경력 탓에 눈물을 삼킨 반면 일부는 최종 경선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원칙이 모호하다. 당협위원장이 사천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공천 기준이 흔들렸다면 유권자가 바로잡아 줘야 한다. 그게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다. 다음 주부터 지방선거 후보를 선택하는 대구 경북에서 여론조사가 쏟아진다. 정치는 국민의 수준이라는 말이 있다. 이제 지방자치가 실시된지 20년을 맞고 있다. 지금 쯤은 당을 떠나 누가 지역을 잘 발전시키고 누가 이번 진도와 같이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있을 경우 잘 대처할 수 있는지 유권자 스스로 판단할 정도는 됐다. 공무원들이 그들의 수장을 선택해 가는 그런 일이 우리 지역에선 없었으면 한다.

2014-04-25

진주 그리고 진도

▲ 임재현 편집부국장대한민국에서 고등학생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성적 만을 강요하는 일등주의, 친구 사이라도 지면 안 된다는 경쟁주의는 피가 쩔쩔 끓는 그들을 밀실로 내몬다. 창문 하나 밖의 세상이 꽃 피는 봄날인데도 이른바 신경 꺼야 하는 교실도 밀실이요, 파김치가 돼 돌아와 또다시 책을 펴야 하는 내 방도 밀실이다. 아예 공부와 담 쌓았다면 대부분이 거쳐가는 코스인 PC방은 또 어떤가?그저께 진도 참사에서 희생된 고교생들의 영전에는 어떤 조사를 올려야 할까? 천안함 사건 당시처럼 제발 살아서 돌아오라고 하는 건 이젠 진부하기 까지 하다. 지금쯤 차가운 어느 선실에선가 얼마 전 까지 싱싱하던 제 육신을 바라보고 있을 어린 영혼이 있다면 과연 이 바람이 얼마나 위로가 될 수 있을까?할아버지뻘인 선장이 초반에 도망가고도 선실에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고 한다. 이를 따른 아이들은 비교적 `범생이`들이었을 거다. 용케 미리 몸을 움직여 빠져 나온 아이들은 위기 상황에 대한 동물적 감각이 작동했거나, 어른들의 말을 뒤집어 생각할 수 있는 꾀도 있었을 거다. 어른들이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나라에서 우리의 아이들은 알아서 살길을 찾아야 한다.대중교육의 틀에 짜여진 한국의 학교에서 공부의 의무만 강요당하며 마치 사육되듯 커가는 우리 고등학생에게 과연 무엇을 더 가르쳐야 하는가? 영어단어만 강요할 게 아니라 안전행정부가 교육부와 부처의 벽을 허물고 위험 상황에 대한 대처 요령을 이제부터라도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살아 있는 공부다. 학교 밖을 나서서 자연과 만나면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세상을 그대로 이해하게 해야 한다. 그들이 대피를 제대로 못해서 참사가 났다는 말은 아니다. 국가의 규제와 관리를 벗어난 여객선의 폐쇄공간 속에서 수백의 꽃다운 목숨을 방치하는 나라에서 공부만 하라는 사회적 강요 또한 참사와 다름 없다는 답답함에서 주장하는 것이다.경남 진주의 외국어고 학생 2명 폭행치사 사건도 마찬가지다.교육감의 부인이 이사장인 이 학교 학생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외국어고교생과는 좀 다르다고 한다. 소위 `1진` `2진`들이 많이 진학하는 학교라면 기숙사 관리는 철저했어야 한다. 지난해 교외 성폭력 1건 등 모두 4건의 학교폭력사건이 있었는데도 `학교폭력예방 우수사례공모전`에서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쯤 되면 `어글리 코리아`라고 해도 고개를 못 들 수밖에 없다. 이사장은 11일만에 두 번째 희생자가 나왔는데도 다음날 창원의 보육단체 행사에 참석해 남편의 선거운동을 도왔다고 한다.정해진 수순처럼 교육청과 경찰 등이 모듬으로 학교폭력 대책을 점검한다고 부산을 떨고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 학교와 교육청의 학폭 대책은 진정성을 잃은 지 오래 됐다. 겨우 초등학교 3학년생들의 교실에서 `짝을 샤프로 건드렸다` `친구에게 달고나를 사주고 집에 가서는 돈을 빼앗겼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시비가 나와도 학교폭력위원회를 연다. 학생마다 가해와 피해의 혐의가 뒤섞여 있더라도 마치 선착순처럼 먼저 신고를 하는 쪽이 완벽한 피해자가 되는 것이 우리 학교의 현실이다. 수업까지 맡아야 하는 상담교사에게 관련 학생 조사는 성가신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따돌림을 당하고 호소해도 `당할 짓을 했겠지`라는 조롱이 앞선다.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수학여행길에 나섰다가 선장은 먼저 도망가고 배는 침몰해 실종된다. 교육감의 부인이 이사장인 변종 외국어고에서 열하루 사이에 친구 두명이 맞아 죽는다. 정부가 나서서 우리 아이들 참사의 근본문제부터 점검하지 않은 상황은 국가의 폭력이나 다름 없다. 어린 희생들 앞에 비통해 하고, 어른들의 부조리에 분노한다면 지금 당장 자리를 털고 일어나 개선을 촉구해야 한다.

2014-04-18

때는 면후심흑(面厚心黑) 계절

▲ 윤종현 편집부국장정치 계절이다. 여·야 가릴것 없이 지방선거에 이기기 위해 갖은 총력전을 펴고 있다. 정당 수뇌부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갖은 전략과 전술을 펴고 있으며, 유권자의 마음과 머리까지 파고들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진정성과 도덕성, 공정성도 없다.국가의 발전과 안정, 그리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목표는 오직 `승리뿐이다`는 신념하에 무궁무진한 선거묘수가 동원된다. 특히 무릎을 탁 칠만 묘수를 창안할 `인재`까지 찾고 있다.정치인이 면후심흑(面厚心黑·얼굴이 두껍고 마음이 검다)하다는 얘기를 듣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초한지에 등장하는 영웅은 `항우`와 `유방`이다. 두 사람의 인물이나 가문을 비교하면 항우가 압도적으로 앞선다. 항우는 팽성전투에서 3만명의 군사로 무려 56만명의 대군을 가진 유방연합군을 대파해 세계전사의 사례로 남겼다. 그러나 중국 천하를 거머쥔 최후의 승리자는 `유방`이었다.이를 중국 청조말기 리쫑우(李宗吾)는 이렇게 분석했다. 항우는 명문 귀족 출신인데 비해 유방은 빈농의 자식이었다. 항우는 병법과 학식에 뛰어나 본인이 직접 출전한 전투에서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 병법의 대가였던 것이다. 단점은 `독선`이었다. 그는 주변의 얘기를 무시하는 독선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반면 유방은 남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의 재능을 적극 활용해 `득인(得人)`과 `용인술(用人術)`이 탁월했다. 이런 유방의 정치력과 리더쉽이 중국 천하를 통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리쫑우는 두 사람을 사자성어로 비교했는데, 유방은 얼굴이 두껍고 속내는 검은 `면후심흑`으로, 항우는 면박심백(面薄心白)으로 구분했다. 유방은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철저하게 자신을 낮추고 `와신상담`하면서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처세를 한 대표적인 사례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정치계나 재계에서 `유방 따라하기` 바람이 불고 있다.`면후심흑` 국가를 꼽으면 단연코 중국이다.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칼날의 빛을 칼집에 숨기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르는 도광양회(韜光養晦)전략을 구사하고 있다.정치인에는 푸틴 대통령이 `면후심흑`한 경우다. 그는 대통령에 이어 총리, 그리고 또 다시 대통령에 오르는 등 정치공학으로도 풀 수 없는 `창조 권력`을 탄생시켰다. 일본 아베 역시 푸틴에 버금간다. 한·일간의 문제에 대해 고개를 숙일 기미조차 없다. 국내에서는 김대중, 노태우 전 대통령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원칙주의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공약으로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걸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천 폐지 약속을 지키지 않자 안철수 새정치연합공동대표는 민주당과 함께 무공천약속을 지키며 새정치를 하겠다고 새정치연합을 창당, 바람을 일으켜왔다. 또 안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지방선거 공천폐지를 촉구하는 등 압박을 가해왔으나 본인 역시 공천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당내 저항에 못이겨 백기를 들고 말았다. 짧은 시간에 정치 기린아로 부상한 안 대표이지만 박 대통령에게 내공에서 뒤지는 게 입증된 셈이다.두 사람을 비교하면 박 대통령은 `면후심흑`, 안 대표는 `면박심백`인 셈이다.혹자는 안철수 대표가 성공한 정치인이 되려면 `정치는 이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기본부터 다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리쫑우가 언급했듯이 대업을 이루거나 선출직에 오르려면 면후심흑해야 한다고 했는데, 여기에 필수적인 요소는 `민심(民心)`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요즘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민심의 `거울`이 자신을 어떻게 비추는 지도 모르고 `공천`만 받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 지역민과 불통이고 지역정서도 모르는 인사들이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유감이다.민심을 모르는 인사들이 지방선거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다만 흑심(黑心)이 발동됐기 때문으로 볼 수 밖에 없다.

2014-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