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가 끝났다.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대구시장 선거전은 그야말로 예측불허였다.
치열한 당내 경선을 통해 새누리당 후보가 된 권영진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피말리는 승부를 연출했다.
경북지역 단체장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들이 무소속 후보와 초접전을 펼치며 간신히 당선된 경우가 허다했다.
군위에서는 무소속 김영만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하지만 대구경북 전체 기초단체장 선거구에서는 여전히 새누리당 후보들이 대부분 당선됐다. 대구 8개와 경북 23개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지역은 3곳이었다.
그 중 2곳은 새누리당이 무공천지역으로 결정한 상주와 청송이어서 실제로는 1명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셈이다.
다만, 새누리당이 여론조사로 공천을 결정했던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무소속 바람이 거셌다. 후보 나름의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지만 당보다는 인물을 선택하고 있는 선거문화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4년 전 6·2 지방선거 당시에는 대구 서구·달성군, 경산·문경·영주·칠곡·울진·영양 등 모두 8곳에서 무소속 기초단체장이 배출됐다. 이 또한 대구경북이 새누리당의 텃밭이라고 하지만 유권자들은 더 이상 당을 보고만 투표하지않는다는 것이다.
매번 선거가 그랬지만 특히 이번 선거는 진흙탕 싸움이 심했다.
대구·경북에서 총 494건의 선거법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4년 전 지방선거에 비해 55건 늘어난 수치다.
우리는 23년간 지방자치제를 경험했다. 하지만 아직도 투표율은 낮다.
유권자를 사로잡지 못하는 선거이니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이 차려진 밥상과 같다는 유권자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고안된 민주적 의사 결정 방식 중 선거보다 나은 것을 찾아내지 못했다. 전세계에서 끊임없이 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이유다.
이번 지방선거 예산은 8천929억원이다. 이를 유권자 4천129만6천229명으로 나누면 1인당 투표권 행사에 2만1천622원의 세금이 들어간다. 여기에다 당선되거나 득표율이 일정 비율 이상인 후보자에게 보전해주는 비용, 정당 보조금 등을 합하면 9천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지방선거 한번 치르는데 1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소요되다보니 유권자들의 냉정한 심판과 당선자들의 책무가 막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세월호의 `평형수`라고 비유할 수 있다. 여야에 골고루 힘을 실어주되 견제와 균형의 정치를 포기한다면 한국 정치의 침몰을 경고한 셈이다.
전국적으로만 보더라도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 새누리당이 경기·인천·부산을 포함해 8곳, 새정치민주연합이 서울과 충청권을 비롯해 9곳에서 승리했다.
특히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 정부의 무능 책임을 물은 듯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 성향 후보들이 대거 승리했다.
이른 바 `앵그리 맘` 표심이 교육감 선거에 반영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
4년간의 임기 내내 유권자들은 우리가 뽑은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에 대한 감시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선거 때가 돼서야 표로 심판한다는 말은 너무 원시적이다. 임기도중이라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남용하거나, 선거때의 초심을 잃었다고 판단하면 주민소환제 등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심판해야 한다. 그래서 선거는 진행형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