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이 그동안 정체돼 있는 대구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고 시민들에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침체된 대구에 새로운 활력을 넣는다고 하니 기대도 되고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란다.
지난 6·4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두고 단기 필마로 대구시장에 출마했을 당시 아무도 그가 공천의 벽을 넘어 대구시장에 당선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그를 지지하는 측근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변화를 갈망하는 지역민심을 꿰뚫어 보고 변화의 불을 지폈고 결국 대구시장에 당선됐다.
권 시장은 예비후보 당시 공직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혁신요구와 행정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듣고 시장이 되면 강도 높은 공직혁신을 할 것이라고 강하게 밝혔다. 특히, 일과 능력위주의 인사 혁신을 단행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시와 비고시, 학력과 학연, 성별 등의 인사차별을 철폐하고 민생 최일선에서 일하는 사람이 우대받는 인사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을 천명했고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변화와 혁신은 쉬운 것도 아니고 편한 것도 아니다면서 시정혁신 100일위원회를 통해 조직을 개편하고 시정 실행계획을 짜 시 구성원들에게 각각의 미션을 주는 등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그 성취도에 따라 인사를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오랬동안 누려왔던 지역 보수 기득권층과 공직사회에 변화와 혁신을 전도하기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것을 깨지 않고는 변화와 혁신은 없다. 시민들은 지역 변화와 혁신의 걸림돌인 기득 보수층와 끼리문화를 과감하게 깨기를 원하고 있다.
지역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려면 우선 공직사회부터 변화와 혁신을 해야 한다. 공직자는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살아야 한다. 시민이 공직자를 믿지 못하고 불신하면 대구시 정책은 물론 정부 정책도 불신하고 이는 결국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신뢰받지 못하는 공조직은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공직자들 스스로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고,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혁신에 앞장설 수 있어야 성공적인 혁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민선 1기부터 5기까지 대구시장은 고위 공직자 출신이 도맡아 왔다. 물론 앞서 대구시장을 지낸 공직자 출신 시장이 변화와 혁신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전 시장들의 변화와 혁신은 공직자 기준 내의 변화와 혁신에 그쳤다.
공직자들은 자기가 속한 칸막이 안에서만 일하는데 너무 익숙해져 있다. 조직 내 타 부서와 협조하고, 다른 기관과의 협력에도 서툴다. 공조직 밖에 있는 시민과 소통하는 데도 익숙하지 않다. 시민의 입장에서 정책을 입안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 편의주의로 입안하고 시민의 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시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경험도 부족하다.
물론 이러한 문제가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는 물론 전국 지자체가 동시에 안고 있는 문제이다. 과거에는 공조직이 제한적인 재정으로 가장 높은 효율로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에 맞춰져 있었다. 이제는 시대정신이 달라져 공조직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에 대한 다양한 이익집단의 요구와 언론, 국회, 사회단체, 국민 등이 직·간접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참여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동안 대구시는 고시 출신과 비고시 출신 간의 승진 비율, 고시 출신의 중앙부처 근무 회피, 부서별 승진 속도의 차이 등이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내부의 불만이 높아 왔다. 따라서 조직개편을 서두르고 있는 대구시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평적 열린 시스템으로 바꾸고 외부와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업무체계, 조직구조, 평가제도 등을 모두 조정해야 한다. 권 시장이 끼리끼리 공직문화를 일하는 조직으로 변모시키고 측근·학연·지연 인사가 아닌 능력 인사로 대구시 조직을 일신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