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전체가 세월호 참사로 한 달 넘게 신음하고 있다. 그 상처가 너무 크고 깊어서 쉬이 치유되지 않을 듯싶다. 너무 오랜 기간 안전불감증을 앓았고 병증도 대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중증이다. 정부관리자를 비롯해 기업체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설마`하는 생각으로 병세를 키워왔다.
마침내 대통령이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등 대수술을 단행, `안전한 대한민국`을 선포했다. 안전은 이제 `설마`가 아니라 반드시 실현해야 할 필수과제로 떠올랐다. 국가나 기관, 기업체 등지의 안전의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민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안전생활화를 실천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 졌다.
프로운동 선수들은 저마다 운동신경이 특출하게 뛰어나지만 끊임없는 반복훈련을 한다. 경기 중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변화에 몸이 먼저 반응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우리의 안전도 마찬가지이다. 미래의 어떤 위험한 상황이 우리에게 닥칠지 모른다. 그런 위험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몸이 저절로 반응할 수 있도록 각종 안전메뉴얼에 대한 반복 훈련을 통해 생존법칙을 익혀 놓아야 한다.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바다에서의 생존법에 관심이 높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고 있는 포항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해상안전에 관한 한 일본의 사례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몇 년 전 일본의 오사카와 후쿠야마시 스포츠 시설 견학을 간 적이 있다. 도심 곳곳에 각종 스포츠시설이 조성돼 있고 특히 수영장 시설은 빼놓지 않고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최신 시설에 놀랐고 한편으로 부럽기까지 했다. 오사카시의 한 수영장은 풀의 바닥이 위아래로 이동시킬 수 있게 돼 있다. 수영장 풀의 바닥을 위쪽으로 올리면 농구와 배구 등 각종 실내스포츠를 할 수 있는 플로어가 되고 여기에 다시 물을 채워 얼리면 실내 빙상장이 된다. 한 가지 시설을 다목적 스포츠 공간으로 활용하는 일본의 정교함이 놀랍기까지 하다.
이러한 수영장 시설을 바탕으로 일본 국민의 대부분은 수영을 할 줄 알고 평소 생존 수영을 비롯해 해상 안전교육을 철저하게 받고 있다.
이는 1955년 초등학생과 중학생 수학여행단 349명을 태운 여객선 침몰로 학생 100명을 포함해 168명이 숨지는 사고가 전환점이 됐다. 이 사고로 희생된 학생들이 수영을 못해 익사한 것으로 드러나자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수영장을 신설하고 수영 과목을 필수 교육과목으로 정했다.
이 사고가 난 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의 초등학교마다 전교생이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수영을 필수과목으로 배우고 있다. 각 유치원에 마련된 수영장에서 구조구난 훈련을 주당 4시간씩 실시하는 등 해상 안전교육을 생활해 있다.
수영은 바다나 물놀이 사고에서 살아날 수 있는 필수 생존법이다. 우리나라 익사사고의 대부분이 수영 미숙에서 비롯되고 있다. 바다에서의 생존법은 구조선이 올 때까지 사고 현장 주변에서 최대한 오래 버티는 것이다. 익사자 대부분은 물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허둥거리다 사고를 당하게 된다. 평소 수영기술을 연마해 놓으면 위험한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한 반응을 하게 된다.
포항은 글로벌 해양 도시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교육여건으로 학교마다 수영장 시설을 갖추기 어렵다. 지역 학교학생들이 돌아가며 방과 후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수영장 또는 해양체험장을 만들어 해양생존체험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해양 도시 포항시민은 누구나 수영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 주고 나아가 시민들 스스로 물놀이 사고에서 목숨을 지킬 수 있는 해상안전의 일등도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