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왜 `이순신 신드롬`인가

등록일 2014-08-13 02:01 게재일 2014-08-13 18면
스크랩버튼
▲ 이창형 정치·경제팀장(국장)

“병환중인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저절로 흘렀다. 종을 보내서 어머니의 소식을 알아오게 하였다. 조금 있자니 배에서 달려온 종 순화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했다. 방을 뛰쳐나가 슬퍼 뛰며 뒹굴었더니 하늘에 솟아 있는 해조차 캄캄했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보면 어머니를 늘 걱정하는 효심 깊은 아들, 장군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백의종군 할 때 그를 만나러 찾아오던 그의 어머니는 그만 숨을 거두게 된다. 나라마저 그를 버린 상황에 심적으로 의지하던 어머니의 죽음, 백의종군이란 죄인의 신분으로 어머니의 죽음을 제대로 지킬 수 없던 한 아들의 비통한 심정이 애절하게 드러난다.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는 `충무공유사`에서 더 확연하다.

난중일기와 충무공전서 활자본에 빠져 있는 32일치의 일기가 수록된 이 책에는 부친과 아들 등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쇠약해진 병사들에 대한 연민 등이 녹아 있다.

효심이 강했던 장군이었지만 전란의 와중에서는 늘 선공후사(先公後私)를 몸소 실천했다.

장군은 전란 중 3년이나 어머니를 뵙지 못했다. 때 마침 “병들어 이제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죽기 전에 네 얼굴이나 한번 보고 싶다”는 노모의 전갈을 받는다.

장군은 전쟁이 숙진 어느날 도체찰사(都體察使) 이원익에게 휴가를 청원하는 편지를 쓴다.

“올해로 여든 하나 늙으신 어머님이 계십니다. 자식이 아침에 나가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어버이는 문밖에 기대어 서서 자식이 오는지 바라본다고 했는데, 하물며 저는 어버이를 찾아뵙지 못한 것이 벌써 3년이나 되는데 어버이의 그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삼도수군통제사였던 장군은 전라좌수영이 있던 여수와 지척의 거리인 순천에서 피난살이를 하던 어머니를 3년이나 찾지못했다. 어머니를 뵙고 싶다며 며칠 만이라도 휴가를 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한다. 법정휴가를 청한 것이다.

영화 `명량`이 개봉 최단기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1597년 9월 16일, 백의종군 후 삼도수군통제사로 다시 부임한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워 대승을 거둔 명량대첩을 다룬 영화다.

영화는 장군을 영웅으로서만 다루지 않고 있다.

영화 전반에는 인간 이순신이 깔려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백성의 어려움을 아파하는 장군의 인간애에 관객들이 감동하는 것이다.

장군은 말한다.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 “살 곳도 없고, 물러설 곳도 없다”, “죽으려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절체절명의 현실 속에서 싸워 이겨야 하는 강렬함을 던진다.

그러면서 장군은 또 말한다. “장수의 의리는 충(忠)이다. 충은 백성을 향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

장군은 어머니의 위패를 몸에 품고 다녔다. 위패는 곧 백성이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얼마 전 이 영화를 관람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순신 장군을 최고 존경했던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이광수가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소설 `이순신`을 읽고 나서 이순신을 존경하게 됐다고 전해진다. 1960년대 초까지 폐가의 흉물처럼 방치돼 있던 이순신의 정신과 유물들을 재조명함으로써 그를 민족 성웅의 반열로 끌어올린 사람이다. 난중일기 도난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대통령이 직접 TV에 나와 반환을 호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영화를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백성을 구하기 위해 죽음의 두려움에 맞선 이순신의 핏발선 눈빛.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임금이 있다는 장군의 진중하면서도 분노스런 일갈.

이순신의 분노는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공권력의 허술한 처신과 리더십의 부재를 향해 있다. 백성을 앞세운 당리당략의 정치권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다. 관객은 국가 권력에 대한 분노와 실망을 `명량`을 통해 보상받고자 한다. 난세에 백성을 구할 영웅을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데스크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