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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덕 포항시장의 혜안을 기대하며

등록일 2014-07-30 02:01 게재일 2014-07-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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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득 편집부국장

포항운하 주변 상업지구 매각을 놓고 포항시와 LH 포항사업단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 포항시는 일괄매각해 품위있고 그럴듯한 관광지로 개발하고 싶은 반면, LH 포항사업단측은 어떤 방식이든 하루라도 빨리 매각해 투자한 돈을 회수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몇주 전 국내 굴지의 A기업이 포항운하 주변 상업지구에 워터파크 사업을 추진하려다 포기하고 말았다. 이강덕 신임 포항시장이 첫 작품을 하나 만드는가 싶었는데 물거품이 돼 시민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기업이 사업성이 없다고 포기했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포항시는 이 시장이 취임하기 전부터 상업지구 총 28필지 3만3천㎡에 대해 일괄매각을 추진했다. A기업을 비롯해 레저전문인 S기업, K기업 등과도 접촉했었다. 문제는 사업성이다. A기업이 워터파크 사업을 포기한 이유도 바로 사업성 때문이다.

A기업이 사업성 없다고 본 구체적인 이유로는 △경주 보문단지 같은 대규모 관광단지가 형성되지 않은 점 △사업지구의 전체 면적이 협소한 점 △포항운하 주변 여건(공해업체가 많은 철강공단이 인근에 있다는 점) 등이었다. 그리고 표면적으로 지적하지 않았지만 편익시설에 유흥주점 등 즐길거리가 들어설 수 없도록 제한해 놓은 것도 사업을 포기하도록 한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관광지에 유흥주점이 들어 설 수 없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관광지는 술집이 들어서야 젊은이들이 들끓고 다소 흥청거리고 들뜬 분위기가 돼야 관광지다운 맛이 나는 법이다. 물을 가까이 둔 친수공간이라면 더더욱 그러한데, 포항운하 주변은 너무 품위만 고집하고 있어 안타깝다. 비근한 예로 포항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쌍용사거리(쌍사)와 영일대해수욕장 등의 술집골목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곳에는 밤만 되면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관광지에 유흥업소 진입을 막는 규제는 기업의 순리에 역행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어떤 도시든 관광객들이 모이는 곳에는 야시장 같은 `밤 문화`가 있다. 그 나라를 알아보려면 그 나라의 밤문화를 체험하라는 말이 있다. 관광의 진정한 묘미는 밤의 문화를 즐기는데 있다는 것이다. 포항에 밤의 문화를 만들어내기 가장 좋은 곳이 바로 죽도시장과 영일만해수욕장이 연결된 포항운하 주변이 아닌가 싶다. 개별 매각되면 난개발이 우려되긴 하지만 어느 나라 야시장도 난개발이 문제된 일은 없다. 그것은 행정의 묘를 살리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포항운하가 포항의 대표적 관광지로 자리매김 하려면 교과서적인 품위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쌍사나 영일대해수욕장처럼 즐길 수 있는 밤 문화가 있어야 젊은이들과 관광객이 몰리고, 명소가 되는 것이다.

LH 포항사업단이 이곳 편익시설에 대해 개별매각을 하고나면 재 분양되는 악순환은 불을 보듯 뻔하다. 편익시설에는 원칙적으로 구역별 용도가 지정(커피숍·상가·호프집·식당)돼 있지만 재 분양 될 경우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단란주점·노래방·룸살롱·빠 등 비지정인 유흥주점이 곳곳에서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술집 등이 들어설 수 없도록 규제하고, 억지로 틀어막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풀어주는 역발상적인 측면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밤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다양한 유흥업소를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듯하다. 교과서적인 품위만 고집해 텅빈 관광지가 되기보다는 포항만의 독창적인 밤 문화를 살려 관광객이 넘치도록 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LH 포항사업단이 지난주부터 포항운하 주변 상업지구에 대해 개별매각에 나서고 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이강덕 시장의 역발상적인 혜안(慧眼)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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