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영덕 앞바다에서 최고급 어종인 참다랑어(참치)가 대량 잡혔다. 일식집에 직행 할 수 있는 200kg이 넘는 개체도 다수 어획됐다. 그러나 어획량 쿼터에 묶여 위판도 할 수 없게 돼 그냥 사료공장으로 넘어갔다.
영덕군 강구수협에 따르면 이날 1300여마리의 참치가 강구와 남정 등의 앞바다 정치망에서 잡혀 반입됐다. 평균 무게가 130kg에 달할 정도로 상품성이 좋았고, 300여 마리는 200kg를 넘어가기도 했다. 종전 같으면 200kg급이면 1마리당 500~700만원에 거래됐었다.
하지만 국제협약에 따른 어획 쿼터 한계로 이날 잡은 참치는 하역 후 모두 한 폐기물업체가 수거해 처분했다. 참치를 어획한 7척의 어선은 고기값으로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통상적으로 거래할 경우를 이날 폐기 처분된 참치만 30여억 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그동안 다른 고기가 잡히지 않아 애를 태웠던 어민들은 참치가 대량 어획된 후 한가닥 희망을 갖고 입항했으나 폐기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A선주는 혹시 포항에서는 쿼터 물량이 있는지 수소문했으나 포항수협도 이미 물량이 찼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어민들은 “고기를 잡고도 바다에 내던져야 하는 이 비정상적인 현실이 서글프다”며 쿼터 확대와 초과 어획분 활용대책 마련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경북도 등에 따르면 참다랑어는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의 협약에 따라 국가별로 연간 어획량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 한국은 2025년 기준으로 경북도 전체에는 110t의 쿼터가 배정됐고, 이 중 영덕군은 47.28t(추가 할당 포함)을 할당받았다.
하지만 8일 기준 영덕군의 누적 어획량은 이미 99.19t에 달해 쿼터를 두 배 이상 초과했다. 관련 규정에 따라 초과된 참치 어획물은 유통은 물론 수산물로도 인정받지 못해 모두 폐기 처분된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이날 강구수협에서 이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했지만, 묘책을 찾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이런 현상은 최근 영덕 뿐만 아니라 포항, 경주, 울진, 울릉 등 도내 전 수협에서 빚어지고 있다. 동해 수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올해의 참다랑어 어획량이 예년 보다 훨씬 웃돌았기 때문이다.
각 수협과 선주들은 어획고는 커녕 오히려 처리에 골몰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어민들은 “지금은 동해 참다랑어가 고부가가치 어종으로 자리 잡을 절호의 기회인데, 제도적 준비가 너무 부족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쿼터를 초과해 잡은 참치를 버리는 것도 문제이다. 처리에 소요되는 시간도 그렇거니와 상·하역에 드는 인건비 등이 큰 손실로 이어진다. 어민들은 돈이 되지 않은 만큼 바다에 곧바로 참치를 대량 폐기될 경우 해양 생태계 오염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영덕의 한 정치망 어업인은 “지금처럼 참다랑어 어획량이 계속 늘어난다면, 매년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국제협약을 고려하더라도 현실에 맞는 쿼터 확대와 초과 어획분 활용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덕군은 오래전부터 해양수산부에 참다랑어 쿼터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으나 기대하는 답을 듣지 못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현장 어획량과 배정 쿼터 간의 간극이 너무 크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과 국제적 협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해양 상품 유통 전문가들은 쿼터 확대 협상을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초과 어획분을 연구, 가공, 비식용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때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의 참다랑어 수매제 도입이나 긴급 할당 시스템 구축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