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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면후심흑(面厚心黑) 계절

등록일 2014-04-11 08:48 게재일 2014-04-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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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현 편집부국장

정치 계절이다. 여·야 가릴것 없이 지방선거에 이기기 위해 갖은 총력전을 펴고 있다. 정당 수뇌부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갖은 전략과 전술을 펴고 있으며, 유권자의 마음과 머리까지 파고들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진정성과 도덕성, 공정성도 없다.

국가의 발전과 안정, 그리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목표는 오직 `승리뿐이다`는 신념하에 무궁무진한 선거묘수가 동원된다. 특히 무릎을 탁 칠만 묘수를 창안할 `인재`까지 찾고 있다.

정치인이 면후심흑(面厚心黑·얼굴이 두껍고 마음이 검다)하다는 얘기를 듣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초한지에 등장하는 영웅은 `항우`와 `유방`이다. 두 사람의 인물이나 가문을 비교하면 항우가 압도적으로 앞선다. 항우는 팽성전투에서 3만명의 군사로 무려 56만명의 대군을 가진 유방연합군을 대파해 세계전사의 사례로 남겼다. 그러나 중국 천하를 거머쥔 최후의 승리자는 `유방`이었다.

이를 중국 청조말기 리쫑우(李宗吾)는 이렇게 분석했다. 항우는 명문 귀족 출신인데 비해 유방은 빈농의 자식이었다. 항우는 병법과 학식에 뛰어나 본인이 직접 출전한 전투에서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 병법의 대가였던 것이다. 단점은 `독선`이었다. 그는 주변의 얘기를 무시하는 독선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반면 유방은 남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의 재능을 적극 활용해 `득인(得人)`과 `용인술(用人術)`이 탁월했다. 이런 유방의 정치력과 리더쉽이 중국 천하를 통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리쫑우는 두 사람을 사자성어로 비교했는데, 유방은 얼굴이 두껍고 속내는 검은 `면후심흑`으로, 항우는 면박심백(面薄心白)으로 구분했다. 유방은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철저하게 자신을 낮추고 `와신상담`하면서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처세를 한 대표적인 사례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정치계나 재계에서 `유방 따라하기` 바람이 불고 있다.

`면후심흑` 국가를 꼽으면 단연코 중국이다.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칼날의 빛을 칼집에 숨기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르는 도광양회(韜光養晦)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정치인에는 푸틴 대통령이 `면후심흑`한 경우다. 그는 대통령에 이어 총리, 그리고 또 다시 대통령에 오르는 등 정치공학으로도 풀 수 없는 `창조 권력`을 탄생시켰다. 일본 아베 역시 푸틴에 버금간다. 한·일간의 문제에 대해 고개를 숙일 기미조차 없다. 국내에서는 김대중, 노태우 전 대통령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원칙주의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공약으로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걸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천 폐지 약속을 지키지 않자 안철수 새정치연합공동대표는 민주당과 함께 무공천약속을 지키며 새정치를 하겠다고 새정치연합을 창당, 바람을 일으켜왔다. 또 안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지방선거 공천폐지를 촉구하는 등 압박을 가해왔으나 본인 역시 공천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당내 저항에 못이겨 백기를 들고 말았다. 짧은 시간에 정치 기린아로 부상한 안 대표이지만 박 대통령에게 내공에서 뒤지는 게 입증된 셈이다.

두 사람을 비교하면 박 대통령은 `면후심흑`, 안 대표는 `면박심백`인 셈이다.

혹자는 안철수 대표가 성공한 정치인이 되려면 `정치는 이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기본부터 다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리쫑우가 언급했듯이 대업을 이루거나 선출직에 오르려면 면후심흑해야 한다고 했는데, 여기에 필수적인 요소는 `민심(民心)`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민심의 `거울`이 자신을 어떻게 비추는 지도 모르고 `공천`만 받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 지역민과 불통이고 지역정서도 모르는 인사들이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유감이다.

민심을 모르는 인사들이 지방선거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다만 흑심(黑心)이 발동됐기 때문으로 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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