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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등록일 2014-08-25 02:01 게재일 2014-08-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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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영화 `명량`의 관객이 벌써 1천600만 명을 넘어 섰다고 한다. 언론 매체에서는 연일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배경을 소개하고 있다. 이 영화는 일본의 역사 왜곡으로 상처난 우리 국민들을 이순신의 영웅적 행위를 통해 대리만족시키고 있음은 분명하다. 나아가 세월호 사건 등 국가의 기강마저 흔들린 위기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영웅 대망론`이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여하튼 이 영화가 대박이 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영화가 역사적 진실과는 괴리가 심각한데 문제가 있다.

임진왜란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던 필자도 이 영화를 찬찬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 영화는 여러 곳에서는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노력한 점이 보였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이 아닌 장면이 자주 노출되어 안타까웠다. 이순신 장군의 임명 교지에 쓰인 날짜의 오기에서부터 명량해전 전야의 거북선 소실과 암살음모 사건, 대장선이 왜군과 치른 백병전 등은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이 영화 작품도 일종의 픽션(fiction)이기에 스토리의 구성이나 배경 설정은 작가의 창작의 영역에 속하여 용인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 이 순신 장군을 영웅화하기 위하여 특정 인물을 악역으로 설정한 장면은 아무래도 이해될 수 없었다.

이 영화는 당시 경상우수사 배설 장군을 이순신 장군 암살 사건의 주모자로 각인시키고 있다. 이 영화의 초반에 이 순신 암살사건의 가담자를 배설 장군의 `부장(副將)`이라는 인물을 등장시키면서 배설 장군이 이 사건의 주모자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는 역사적 기록에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조작된 내용이며, 역사의 분명한 왜곡이다. 배설 장군은 당시 수질로 인해 명량해전 발발 전 이미 신병치료차 휴양신청을 하고 이순신장군이 허락했다는 내용이 난중일기에도 소개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데도 이 영화는 배설 장군이 마치 당시 상관인 이순신장군에 대한 하극상을 음모했다는 식으로 엄청나게 오도하고 있다.

더욱이 이 영화에는 배설 장군이 전쟁을 앞두고 거북선을 불태우고 도망가다 거제 현령 안위의 화살에 맞아 죽는 장면(1597년 9월)이 있다. 명량대첩 당시 거북선은 건조되지도 않았으며 없었던 거북선을 소실케 하고, 배로 도망치는 비굴한 장면 역시 역사적 진실이 아니다. 일부 언론에서도 지적 되었듯이 배설 장군은 당시 죽지 않았으며 2년 후 모함에 의해 처형(1599년 3월)되었다. 더구나 배설의 억울한 죽음은 곧 신원되어 임란 원종 일등 공신에 책록 되고 병조 판서로 추증되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당시 현장에도 없었던 배설을 침략자인 왜군보다 더 악랄한 이미지의 악역 캐릭터로 묘사한 것은 역사를 왜곡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처럼 이 영화 초반에서 배설에 관한 수차례의 악역 설정과 인격모독은 죽은 자에 대한 명예 훼손일뿐 아니라 그 후손들에게도 엄청난 정신적 피해를 줄 것이다. 이 영화의 작가와 감독은 어느 언론을 통해 이 영화가 역사적 고증에 충실하였다고 자랑했지만 이 말 역시 진실과는 거리가 먼 주장이다. 물론 소설, 영화 등 예술의 창작 활동은 `표현의 자유`라는 입장에서 용인되어야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헌법상 보장된 언론과 표현의 자유라고 해서 타인의 손해나 인격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영화나 소설의 창작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도 법적인 책임문제가 따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영화나 소설 속의 `가공의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에 대해서는 반드시 엄격한 고증을 거쳐야 한다. 특히 영화나 소설에서 주인공을 영웅화 하기위해 실존 인물을 최악의 악역의 캐릭터 설정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이는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역사적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사자의 명예를 훼손할 뿐 아니라 후손의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실추된 명예는 회복될 수 없으며, 후손들이 겪는 정신적 피해는 어떤 보상으로도 회복될 수 없다. 차제에 역사적 사실에 부합되지 않는 역사물의 창작과 공연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적 책임을 물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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