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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와 공무원

등록일 2014-04-25 02:01 게재일 2014-04-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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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인교 대구본부장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의 후유증이 나라 전체를 휘감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에 미숙하게 대처한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 비난이 멈추질 않고 있다. 어쩌다 이런 지경이 됐는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저 안타깝다. 오랫동안 현장을 지켜보며 느낀 공직사회는 묘하다. 국민의 편에서 일하는 것 같지만 규제를 꽉 움켜쥔 공룡이기도 하다. 단 절대 손해나는 장사는 안한다. 최근 한 사례. 도내 모 중앙부처 지방기관은 한 기업이 신청한 재료 수출 허가를 신청하자 문제없다면서 승인했다. 그 기업은 외국에 물건을 팔았다. 허가를 받았으니 문제될게 없었다. 한 달 후, 그 기업이 같은 방법으로 신청했다. 이번엔 불허했다. 수출제한 품목으로 묶여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한달 전 수출한 것까지 문제삼아 조사를 벌였고, 검찰에 고발까지 한다고 통보했다. 자기들이 수출 승인을 해줘놓고, 기업이 수출제한 품목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거였다. 항의한 그 기업주는 열 받아서 홧병이 났다. 그 기업인을 더 허탈하게 만든 건 자꾸 반발하면 다른 문제가 없는지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앞으로는 공무원은 절대 믿질 않기로 했다”고 했다. 이쯤되면 공무원은 갑 중에서 `슈퍼 갑'이다.

최근 공직사회는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방법까지 터득했다. 다음 달 실시될 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의 후보를 고르는데, 그 지역 공무원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현상이 그 단적인 예다. 그들은 예비후보 중 누가 당선되는 것이 자기들에게 유리하고, 또 편하게 일할 수 있는지를 사발통문으로 돌리고 있다. 그리고선, 특정 후보 편들기를 노골화한다. 도내 시장 군수가 되려면 공무원들에게 밉보여서는 사실상 어렵다. 그들 가족까지 합하면 판세 를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시장 군수를 뽑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들이 그들의 수장을 선택하는 모양새다. 공무원들의 위력은 이번 선거에서 더 발휘되는 것 같다. 대구 경북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새누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상향식 공천을 실시한다면서 후보 대부분을 여론조사를 실시해 결정하고 있어서다. 대구에 있는 한 여론조사 기관의 설명이다. “농촌에선 거의 십중팔구가 노인들이어서 전화를 통한 여론조사는 어렵다. 반면 공무원들은 전화가 걸려 오면 선택을 정확히 하더라. 물론 그들도 유권자니 산택할 권리는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좌지우지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민의의 왜곡이라는 것이다.

진도 사고 속에서도 6·4 지방선거 판은 돌아 갈 모양이다. 여야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가 지난 2주일 동안 6·4 지방선거운동을 잠정중단시켰으나 더이상 시간이 없어 공천자 결정을 하지 않을수 없는 국면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궁금한 것은 이번에 공관위가 제 역할을 했는가다. 새누리당 대구·경북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을 한번 보자. 대구의 경우 현역시절 음주운전 등의 전과 기록이 있는 한 후보는 논란속에서도 경선에 동참한 반면 다른 예비후보들은 턱을 넘지 못했다. 경북도 마찬가지다. 일부 후보는 음주운전 경력 탓에 눈물을 삼킨 반면 일부는 최종 경선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원칙이 모호하다. 당협위원장이 사천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천 기준이 흔들렸다면 유권자가 바로잡아 줘야 한다. 그게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다. 다음 주부터 지방선거 후보를 선택하는 대구 경북에서 여론조사가 쏟아진다. 정치는 국민의 수준이라는 말이 있다. 이제 지방자치가 실시된지 20년을 맞고 있다. 지금 쯤은 당을 떠나 누가 지역을 잘 발전시키고 누가 이번 진도와 같이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있을 경우 잘 대처할 수 있는지 유권자 스스로 판단할 정도는 됐다. 공무원들이 그들의 수장을 선택해 가는 그런 일이 우리 지역에선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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