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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도청시대, 500원 동전의 융통성 기대

▲ 서인교 대구본부장경북도가 2015년 을미년 새해엔 을의 입장에서 300만 도민을 섬기겠다고 한다. 개도 700년의 역사적 바탕 위에 새로운 미래 경북의 방향타가 될 신비전과 전략, 핵심사업 과제의 구체적인 가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에 맞춰 업무 자세도 확 뜯어 고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도가 어쩌면 갑의 지위에 더 어울렸음을 부인키 어려운 면이 있었기에 을의 위치에서 어떻게 도민을 맞을지가 벌써 더 궁금해진다. 도는 우선 도민이 잘사는 시책을 선보이는 것 자체를 을이 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추진해온 기존 전략 과제를 재정비·업그레이드하는 한편 새로운 미래전략과제를 찾아 추가 반영한 30대 경북 미래전략과제 150개 사업을 중심에 뒀다. 이의 추진을 위해 한반도 창의융합경제허브, 환동해 경북 신이니셔티브, 세계 역사문화융성도시 등 3대 비전의 실현을 위한 전략과 사업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한반도창의융합 경제허브는 신 도청 성공 이전과 신도시 개발 및 북부지역 개발전략을 중심으로 한 신도청 한반도 황금 허리 중추도시 발전구상과 황금 허리 중부경제권 활성화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성공과 김천 혁신도시 활성화, 창조경제 선도핵심사업, 미래 융복합 신산업 육성 등도 포함된다.경북 동해안에서 미래발전을 위한 기지개를 펼치고 있는 환동해 경북 신이니셔티브는 국가 차원의 `북방 이니셔티브`의 세계화와 한반도 환동해권 발전전략을 경북의 입장에서 구체화하고, 선도해 동해안 시대의 부흥을 도모한다는 취지여서 기대가 크다. 특히 형산강, 오십천, 왕피천의 동해안 구석구석 지역현장과 천리 동해안 벨트 전역에 걸쳐 정부의 `북방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및 `경북 바다시대 선언`을 기점으로 에너지·원자력을 거점화한다는 시책은 해양 신산업 등과 함께 신규전략으로 추가돼 향후 경북의 새 먹거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세계 역사문화융성도시 사업도 경북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대목. 세계역사문화도시와 정신문화수도의 비전과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며 다양한 문화 소프트웨어를 확산시켜 직접 누리는 문화복지 사다리형의 사업을 조밀하게 추진한다고 한다. 한국 문화의 모태인 신라문화를 재조명해 경북을 신실크로드의 중심도시로 만들고, 글로벌 경북의 브랜드파워를 높이며, 한반도 중심으로 신한류문화를 창조해 경제영토를 넓혀 세계 속의 경북도로 재도약한다는 전략이다. 경북도는 또 3대 비전의 동서남북 4대 권역별 발전전략으로 구체화시키고 있다. 새로운 경북 미래전략은 무엇보다 민선 5기까지 강·산·해를 중심축으로 추진해 오던 것을 동서남북 권역별로 특화해 지역별 전략산업을 최대한 살려 핵심 프로젝트 중심으로 개발방향을 구체화시키는 것이 눈에 띈다. 이의 최종 콘트롤타워는 김관용 경북지사다. 그는 “한번도 경북 발전의 꿈을 잊어 본 적이 없다”며 “이번 경북 미래전략은 경북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천 년의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하고 있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혼자 가면 단순한 길이지만 300만 도민과 함께 하면 역사가 된다”며 도민 동참을 간곡히 당부한다. 새 경북 시대에 열릴 세계물포럼, 문화 대축전, 세계군인체육체회 등 무수히 많은 일들과 도청이전 마무리에 도민들의 적극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온갖 풍파를 이겨내고 오랜 숙원이었던 개도 700년에 도청이 대구 산격동 시대에서 경북인 안동·예천 일대로 이전하는 것은 경북 재도약의 원년이 될 것인만큼 도민들이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새해엔 경북도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500원 동전처럼 모가 나지 않고 둥글둥글, 융통성 있게 시작하는 새로운 모습이 되길 기대한다. 김관용 지사는 줄곧 `현장에 답이 있다`고 해왔다. 그 철칙도 2015년도에는 좀 더 지켜졌으면 한다. 신도청 시대 원년에 도민들이 갑이되고 도청이 을이 된다하니 결과가 자못 기다려진다.

2015-01-14

대구경북, 새해엔 제발 몸서리 치자

▲ 임재현 편집부국장인기 TV 드라마를 보고 유행처럼 기사나 칼럼의 소재로 삼는 걸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는데 최근 제대로 한방 먹었다. 지난 주말, 마치 폐인처럼 집에 틀어박혀 꼭 해야 할 일을 하느라 건너뛴 몇편을 빼고는 종편 드라마 하나를 뗐다. `이제서야 이걸 보다니`라는 마치 후회 같은 생각과 함께 엉뚱하게도 또 다른 `미생`이 된 느낌 마저 들었다.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갑과 을의 관계, 비정규직의 설움, 승자 독식과 다름 없는 상명하복에다 줄서기식 조직 문화.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게 더 큰 울림은 드라마를 다 본 뒤에 왔다. 공감이었다.대졸 후 경험했던 청년실업의 끝에 서울 충무로에서 내딛은 사회 첫발은 아팠다. 골목골목에 다닥다닥 붙은 인쇄소는 가히 을의 막장이었다. 인류 3대 발명의 업종에 종사한다는 존엄은 없었다. 일감을 주는 원청업체 `임 대리`가 걸친 흰색 와이셔츠를 검정 잉크가 묻은 얼굴로 쳐다보는 인쇄공들의 눈빛은 주로 갑에 대한 공손함과 경계심, 이 둘로 나눠졌다. 하지만 우리 사회 을들의 현실을 알게 된 소중한 시절이었다. 무역회사에서는 해외 수출에 대한 자부심이 현실의 벽에 좌절할 때도 많았다. 러시아 거래처의 뒤를 봐주는 마피아 두목 부부를 접대하고 난 뒤, 그 나라는 내게 더 이상 도스토옙스키와 푸쉬킨 만의 대지가 아니었다.이렇게 시작한 2015년인 만큼 올 한해 내거는 삶과 일의 목표는 간단해졌다. 우리 사회는 물론 내 속에 도사리고 있는 불공정과 불평등, 그리고 차별의 요소를 찾아 내어 개선하는 일이다. 가능한한 노여움도, 그리 거창한 결연함도 자제한 채 문제를 지적하고 주변의 공감을 얻어 조금씩 개선하는 그런 자세로. 단지 그 절실함과 진정성 만은 갑의 횡포에 몸서리 친 최근의 기억이 늘 함께 해야 할 것이다. 땅콩 회항에, 백화점 CCTV 모녀에, `경비원, 받아 먹어`에 몸서리 칠 만큼 쳤으니 이제는 더 이상 `하다 말다, 그럭 저럭, 흐지부지`해서는 안 된다.그런 점에서 우리 대구경북도 성찰할 일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불균형의 처지를 늘 수식어처럼 달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의 연대의식부터 점검해야 한다. 어떤 기회든 일단 먼저 누려야 한다는 중앙의 가공할 만한 기득권 유지 노력에 대해 대구경북의 지자체는 광역단체를 중심으로 공조 체제를 갖추고 있는가. 지역의 대학과 원로, 대경연구원을 비롯한 씽크탱크,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언론은 과연 지역을 가치의 중심에 두고 있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포스코를 필두로 일자리 창출의 원천인 기업도 지역으로 부터 충분히 경쟁력의 요소를 지원받고 있는지도 중요하다.하지만 상황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경북도청의 이전은 대구가 근대 이전부터 오랜 기간 누려왔던 각종 이익을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예고하고 있다. 기관의 이전이 자본의 이탈을 동반하는 위기에 맞닥뜨려 상당한 저항과 불협화음이 불을 보듯 뻔하다. 대구와 경북의 이 같은 홀로서기의 진통 속에서 신공항과 같은 공동현안은 대응의 적기를 놓칠 우려도 크다. 우리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저지하지 못해 기업의 이탈을 경험하며 몸서리 친 기억이 있다. 따라서 대구와 경북은 변화한 현실에 맞게 새 위상을 찾도록 돕고 협력체제를 유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기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포스코는 포항은 물론 대구경북이 대한민국과 세계에 자랑하는 동반자 기업이다. 회사에 전례 없던 지금 위기에 대한 예측은 지역민에게는 단순한 시사적 관심 대상이 아닌 생존의 문제였다. 이번 일은 역대 정치권에게서 끊임 없이 받아온 반경영적 요구에 포스코의 이전 경영진이 자의든, 타의든 굴복한 과오에서도 상당 부분 비롯됐다. 제철보국 신화에 몰락의 오명을 덧칠하지 않으려면 포스코는 지역의 조언에 귀를 열고, 지역은 김관용 지사와 이강덕 시장을 중심으로 포스코를 돕고 지켜야 한다.지역언론은 올 한해 자기 점검의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 언론의 기형적 중앙 지배와 패권주의의 횡포에 지역은 늘 동병상련의 현실이다. 똑같은 구태가 확대재생산돼 지역이 몸서리쳐서는 안될 때도 이제는 됐다.

2015-01-07

올해의 사자성어

▲ 이창형 정치경제팀장·국장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선정했다.전국의 교수 7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201명(27.8%)의 교수들이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휘두르는 상황`을 가리키는 지록위마를 선택한 것이다.지록위마는 사기(事記)에 나오는 고사다. 진시황제의 아들인 진나라 2대 황제 호해가 즉위할 무렵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환관 조고는 호해에게 사슴()을 말(馬)이라며 바쳤다. 호해가 “사슴을 어찌 말이라고 하는가”라며 물었지만 대부분의 신하들은 조고의 위세가 두려워 호해에게 “사슴이 아니라 말이다”라며 거짓말을 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대답한 신하들은 처형했다. 환관의 국정농단을 비유한 지록위마를 선정한 의미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두 번째로 많은 170명(23.5%)의 교수들이 꼽은 `삭족적리(削足適履)`도 공감을 얻고 있다. `발을 깎아 신발을 맞춘다`는 뜻으로 억지로 맞춘다는 의미다. 세월호 참사 당시 어설픈 구조활동을 한 해경과 사고원인과 구조실패의 책임을 확인하기보다는 이를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시킨 정치권을 겨냥한 말이다.특히 정윤회와 문고리 3인방, 십상시 등 청와대 측근들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서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각본 대로의 수사결과 등을 연상케 한다.중소기업인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기진맥진(氣盡脈盡)`을 꼽았다. 세월호사고 여파로 인한 내수부진과 엔저 파동 등 1년 내내 경영악재를 헤쳐 나오느라 지친 중소기업의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소기업인들은 이어 2015년 사자성어로 `필사즉생(必死則生)`을 들었다. 내년 한 해의 경영환경이 생사를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죽기를 각오하고 경영에 임해야 겨우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어 `거주양난(去住兩難)`과 `속수무책(束手無策)`도 그 다음으로 꼽혔다. 내년 한해가 위기일 것임을 잘 알고 있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극세척도(克世拓道)`를 택한 중소기업인들도 많았다. 내년 한 해가 위기지만 적극적인 투자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도 2년이 다 돼 간다.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2012년 12월, 교수신문은 그해의 사자성어로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는 뜻의 `거세개탁(擧世皆濁)`을 꼽았다. 이 말은 초나라의 충신 굴원(屈原)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에 실린 고사성어다. 굴원이 모함으로 벼슬에서 쫓겨나 강가를 거닐며 초췌한 모습으로 시를 읊고 있는데, 고기잡이 영감이 그를 알아보고 어찌하여 그 꼴이 됐느냐고 물었다. 이에 굴원은 “온 세상이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 뭇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서 쫓겨났다”고 답했다.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할 지식인과 교수들마저 정치참여를 빌미로 떼거리로 몰려다니고 진영논리와 당파적 견강부회가 넘쳐나 세상이 더욱 어지럽고 혼탁했던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다.이명박 정부의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이자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목전에 둔 당시 박 당선인에게 바라는 사자성어로는 `구세제민(救世濟民)`이 꼽혔다. 취업포털 `사람인`조사 결과 선정한 이 말은 `세상을 구하고 민생을 구제한다`는 뜻으로, 청년실업난 등 어려운 경제를 살려달라는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또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달라는 `소언다행`, 사사로운 욕심을 버리고 공을 위해 힘써달라는 `멸사봉공`, 허물을 고치는 데 인색하지 말라는 `개과불린`,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와달라는 `억강부약`이 뒤를 이었다. 박 당선인이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는 빈말만 하고 실행을 하지 않는 `공언무시(空言無施)가 첫 번째로 선정됐다.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늘 말했던 박 대통령의 소신을 당시 국민들은 철썩같이 믿었고 기대했던 셈이다.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지났다.박근혜 정부는 내년 2월이면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아직 3년의 임기가 남아 있다. 사람 목숨으로 치자면 산 날보다 살 날이 더 남은 셈이다. 국내외 상황이 엄중한 시기다. 박근혜 정부는 `공언무시`하지말고 `구세제민`에 매진하길 국민들은 원망섞인 기대를 하고 있다. 내년 이맘 때는 멋진 사자성어가 탄생하길 희망해 본다.

2014-12-31

골든 시티, 경주

▲ 황재성 경주본부장`컬러풀(Colorful) 대구`, `프라이드(Pride) 경북`, `하이(Hi) 서울`,`이츠(it´s) 대전`, `다이내믹(Dynamic) 부산` 등은 우리나라 도시브랜드 슬로건들이다. 도시브랜드 슬로건이 난무하고 있지만 딱히 뇌리에 남는 것은 없는 듯하다. 슬로건이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보거나 들었을 때 그 의미가 확실치 않고 호기심을 유발하지 못한다면 좋은 슬로건이 아니다. 슬로건은 도시의 정체성을 충분히 표현하는 한편 미래지향적 가치를 지녀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신라천년 고도인 경주시의 `뷰티풀(Beautiful) 경주`도 마찬가지 범주다.이런 가운데 행정고시(차관) 출신으로 역사·문화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갖고 있는 최양식 경주시장이 최근 `골든 시티(Golden City) 경주`를 주창하고 나섰다. 경주가 좀 더 세계 속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이덴티티`가 명확하지 않은 현재의 도시브랜드 슬로건을 내려놓고 역사를 바탕으로 한 실체적·비전적인 `황금 도시(Golden City)`로 말을 갈아타야 한다는 생각이다.최 시장은 “신라 시조 혁거세왕 때 왕성(王城)이 금성(城)이었고 사료에 황금이 많았던 곳으로 나오는 가운데 고분에서 금관이 출토되는 등의 충분한 근거와 다량의 황금 유물이 있는 만큼 세계적인 고품격 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역사성을 근거로 황금 도시의 가치를 충분히 알리고 위상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또 그는 내년 초 `골든 시티(Golden City)` 선포식과 함께 장기적으로 황금박물관 건립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황금박물관에는 금관 등 황금 유물이나 그 금모형을 제작, 황금을 좋아하는 중국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신라천년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온전히 세계에 알리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다.도시브랜드 슬로건은 감성적이면서도 자극을 주는 것이어야 성공할 수 있다. 이런 의미로 볼 때 `골드시티`는 부르기도 편하고 역사성과 실체적 진실을 바탕으로 한 후속 조치와 더불어 외부인에게도 그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외국 사례로 볼 때 음탕한 분위기에서 툭하면 파업을 하는 도시의 이미지가 강했던 영국 런던은 1990년대부터 `London is changing`이라는 캠페인을 전개, 창의적·개방적인 도시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Iamsterdam(나는 곧 암스테르담이다)`이라는 도시 슬로건 구조물에서는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도시브랜드를 가장 잘 만든 곳은 미국 뉴욕이다. 뉴욕의 `I Love NY`이라는 로고는 이미지를 크게 부각시키고 선양한 브랜드로 손꼽힌다. 70년대 중반 석유 파동 이후 경기 침체의 늪에 빠져든 뉴욕주는 관광수입이 급감하자 75년에 대대적인 캠페인에 나서 `I Love New York` 이라는 문구를 창안, Love를 빨간색 하트 모양으로 대체해 강력·심플한 로고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자부심과 공동체의식을 불어넣으면서 1년 뒤 관광수입 증가액이 1억4천만 달러나 됐다. 그 후 10년 간 같은 내용의 광고를 지속, 뉴욕주는 세계 속의 `매력 도시`로 각인됐다.이렇듯 오늘날 세계 주요도시들은 그 도시의 역사성이나 정신 문화 등을 함축한 슬로건 및 상징물을 내세워 관광산업의 고유 브랜드화를 시도하면서 실제로 중요한 수익 창출원이 되고 있다. 특히 도시브랜드는 그 도시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이고 소속 공무원들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행정 집행과 시민들과의 소통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도시 운영 요소이기도 하다.기업과 상품 브랜드가 해당 기업의 이미지와 상품의 질·서비스 등을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도시브랜드는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한편으로 시민들에게 일종의 자부심을 심어주고 감동을 느끼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외국인 관광객 1천400만, 중국인 관광객 1천만 명 시대를 맞아 신라 천년왕경 경주시가 그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골든 시티` 같은 역사적 스토리를 가진 강력한 문화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

2014-12-24

아름다운 용퇴(勇退)

▲ 김명득 편집부국장이강덕 포항시장이 취임한지 6개월째 접어들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이 시장은 포항호(號)의 선장으로서 그 역할에 나름대로 충실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첫 번째 시험무대가 바로 눈앞에 다가 온 조직개편과 인사(人事)다. 이달 말이면 새롭게 바뀌는 행정기구에 새로운 적임자를 배치하게 되고, 또 공로연수를 떠나는 구청장, 국·과장 자리에 새로운 인물을 발탁해야 한다. 이 시장이 그동안 집무실 벽에 걸어놓은 국장, 과장, 계장 등 460명에 달하는 시청 직원들의 얼굴사진을 매일 들여다보며 최상의 조직구성을 완성시켜 놨을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바뀌는 행정기구를 보면 본청의 경우 현행 4국 4담당관, 30개과에서 4국 3담당관, 28개과로 개편된다. 예전 박승호 시장이 짜 놓은 시민소통담당관, 테라노바담당관, 기업유치과, 창조산업에너지과, 국제협력과, 회계과, 도로과, 재난방재과 등 8개과는 사라진다. 이강덕 시장이 창조도시 구현을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개편되는 행정조직의 성공여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그 결과물이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인사 역시 적재적소에 누구를 배치하느냐에 달렸다. 첫 인사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누구를 어떤 자리에 앉히고, 또 어떤 인물을 국·과장에 배치해야 조직이 잘 돌아갈 것인지를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인사는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고유 권한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합리성과 보편타당한 순리에 부합해야만 한다. 시청내 공무원들이나 일반 시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인사라면 잘못된 것이나 다름없다. 잘못된 인사는 항상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이달 말 단행될 국·과장(4, 5급) 승진인사를 앞두고 벌써부터 시청 안팎에서는 온갖 추측성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인사발표가 나오기도 전에 자칫 `인사역풍`에 휩싸이게 될지도 모른다. “모 사업소장과 모 국장이 서로 자리를 맞바꾼다, 공석인 모 사업소장자리에 모 과장이 이미 내정됐다, 정년을 2년 남겨둔 모 국장이 공로연수를 앞당겨 신청한다, 모 구청장이 용퇴할 것”이라는 등등의 소문들이 나돌고 있다. 소문은 어디까지나 소문에 그쳐야 한다. 괜한 소문으로 생사람을 잡아서는 안된다.요즘 시청안팎에서 용퇴(勇退)라는 말이 자주 거론된다. 용퇴란, 사전적 의미에서 보면 조금도 꺼리지 아니하고 용기 있게 물러난다는 뜻이다. 어디까지나 본인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이번 인사에서 가장 이슈가 정년을 6개월 남겨 둔 서기관 2명(북구청장, 시의회 사무국장)의 등용문제다. 이강덕 시장이 6개월 남은 이들을 과연 어느 곳에 배치할 것인가를 놓고 공직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들 스스로가 용기있는 선택을 하지 않는 한 재배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시장이 가장 고민스러워 하는 것도 바로 이 문제일 것이다.이에 앞서 지난 7월 정년이 2년6개월이나 남은 정기태 전 건설도시국장이 후배공무원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용기있는 선택을 했다. 명예퇴직은 그야말로 본인의 명예나 다름없다. 정 전 국장과 같은 아름다운 용퇴가 아쉬운 대목이다.지역의 한 원로가 이번 포항시 인사를 앞두고 한 말이 문득 생각난다. 인사가 만사이듯, 어떤 경우에도 정실과 역차별 인사는 안된다고 했다. 시장의 친인척이고, 고향 선후배여서, 고교 동문이라고 해서 역차별 받아서 안된다는 말이다. 반면, 시장과 아무 연고도 없지만 실력과 능력, 비전,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발탁돼야 한다는 것과도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인사권자의 합리성과 정년을 앞둔 서기관의 용기있는 선택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인사를 기대해 본다.

2014-12-17

응원이 필요한 때

▲ 정철화 문화체육부장새해 달력을 책상앞에 세운 게 어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달력만 덩그러니 남았다. 매년 이맘 때면 모든 사람들은 한 해를 되돌아 본다. 성취의 기쁨보다 한 해가 뜻대로 되지 않은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올 한해를 되돌아보면 포항스틸러스의 올해 성적에 대해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포항은 올해 리그 4위로 마감했다. K리그 우승도 놓쳤고 FA컵과 ACL은 16강과 8강에서 탈락했다.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ACL 플에이오프 티켓마저 놓쳤다. 포항의 주어진 여건에서 최상의 성적을 냈다고 수긍은 하지만 전년도 더블 챔피언으로서의 기대감, 종반까지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오다 막판에 뒤집기를 당한 아쉬움이 더욱 크다.사람들은 늘 어떤 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만약이란 가설에 기대려는 속성이 있다. 포항의 올해 K리그 성적은 16승10무12패. 승리를 하지 못했던 22경기에서 단 1경기만 승리했더라면 막판 서울에게 골득실차로 순위가 뒤집히는 일을 없을 것이다. 리그 전체 경기 가운데 어느 한 경기 중요하지 않았던 경기가 없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더욱이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렸던 포항과 수원의 리그 최종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4위 서울에게 승점 3점 차로 앞서 있었던 포항은 이날 경기에서 무승부만 해도 자력으로 3위를 확정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대부분 포항의 무난한 3위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선제골을 넣고도 역전패를 당했다.이날 경기에서 축구도시로 자부하는 포항시민들의 응원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이날 경기는 ACL 출전권이 걸린 중요한 일전이었다. 포항이 ACL에 출전하면 동아시아 클럽들이 포항에서 최소한 3경기를 치러야 하고 결승까지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4경기를 더 치를 수 있다. 포항시민들은 아시아 최강 클럽들간 수준 높은 경기를 관전할 수 있고 포항시로서는 포항의 도시 브랜드를 대내외에 알릴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이처럼 중요한 경기였지만 포항 홈팬들의 응원은 너무 초라했다. 포항시장을 비롯한 지역 주요 인사들은 경기장을 외면했고 이날 경기의 관중은 7천537명으로 올 시즌 포항홈 경기 평균관중 9천393명보다도 훨씬 적었다. 결국 포항 지역 기관장을 비롯한 시민들의 응원의 힘이 더해졌더라면 선수들이 더욱 힘을 냈을 것이고 경기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진한 여운이 남는다.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에게 응원은 큰 힘이 된다. 팬들의 박수와 칭찬, 격려는 선수들에게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한다. 응원의 힘은 잣대로 잴 수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힘을 주고 때로는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심리학에 사회적지지 이론이 있다. 사회적 지지체계가 견고한 사람, 즉 힘들 때 주변으로부터 관심과 응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문제상황을 더 잘 극복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주위 사람들로부터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자신감을 높이고 실제로 처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한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을 맞아 따뜻한 마음이 더욱 그리워지는 시점이다. 살림살이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세상 살이가 갈수록 어려워만 지니 사회 곳곳에 불평과 넋두리만 가득하다. 이럴 때일수록 한해의 성과에 박수를 보내고 실패를 보듬어 주며 서로 격려하고 신뢰하는 마음, 응원의 힘이 더욱 필요하다. 기대고 의지할 곁을 내어주며 서로 보듬어줄 수 있는 응원의 힘은 더 큰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서로를 응원하며 따뜻하게 한해를 마무리하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할 때이다.

2014-12-10

재계의 빅딜과 타산지석

▲ 김영태대구본부 부장 외환위기 이후 17년 만에 실시된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의 빅딜이 한주동안 큰 화제를 낳았다.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은 지난달 26일 삼성의 석유화학·방위산업 부문 4개 계열사 매각·인수를 통해 모두 1조9천억원 규모의 빅딜을 발표했다.이는 삼성그룹의 석유화학부문인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과 방산부문인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를 한화그룹에 넘기는 초대형 양수도 계약으로 앞으로 경영성과 등에 따라 전체 빅딜 규모는 2조원대에 달할 전망이다.빅딜은 두 회사 중 한 회사가 경쟁력이 없는 사업을 다른 회사에 넘겨주고, 다른 사업을 넘겨받거나 이를 매각·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삼성과 한화의 MA가 `빅딜`로 불리는 이유는 삼성이 비주력 사업을 정리해 주력인 전자부문에 집중할 수 있고, 이 비주력 사업을 이어받은 한화의 계열사들이 시너지효과를 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입지 구축이라는 효과와 함께 경영안정을 위한 현금 보유를 확대하는 효과까지 올렸다는 분석이다. 한화 측도 삼성탈레스를 손에 넣으면서 기존 ㈜한화의 방위 산업에 삼성탈레스의 전자식 무기가 더해져 시너지효과를 거뒀다.이 같은 빅딜의 내면에는 지금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냉혹한 경제논리가 숨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즉 삼성과 한화가 미래를 내다보고 발 빠른 자구책을 펼쳤다는 것이다.이렇듯 재계는 미래의 주력 먹거리를 위해 당장 이윤이 남는 기업들도 하루아침에 빅딜한다.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이 삼성과 한화의 빅딜을 타산지석으로 여겨야 할 사업이 있다. 대구시내버스 준공영제와 대구시내 학교 환경개선사업이다.지난달 대구시의회는 상임위 행정사무감사는 물론이고 시정질의와 5분발언 등으로 대구시내버스 준공영제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준공영제에 대한 주된 지적은 눈덩이 처럼 불어나 시민의 혈세만 퍼먹는 재정지원금이다. 재정지원금은 지난 2006년 413억원에서 출발, 내년에는 도시철도 3호선의 개통과 함께 무려 1천억원을 넘어선다. 대구시 감사도 받지 않아 재정지원금은 눈먼 돈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크다. 노선조정과 버스회사 통폐합 등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 당장이라도 대대적인 수술을 하지 않으면 대구시의 재정파탄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대구시교육청의 학교시설 개보수를 위한 환경개선사업도 문제다. 지난 2000년 대구지역 학생수는 초등 16만7천603명, 중등 10만7천805명, 고교 10만8천516명 등 38만3천924명에서 최근 10년간 초등 12만9천791명, 중등 6만2천955명, 고교 7만2천701명 등 모두 26만5천447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오는 2019년이면 저출산으로 전체 학생수는 18만명에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교사 1인당 학생수는 16~17명 선으로 현재 30명 안팎에 비해 크게 줄어 OECD 평균 학생수 15~16명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대구시교육청은 현재 낡고 오래된 학교 시설 환경개선사업에 2015년 기준 64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해마다, 또는 격년제로 투입되는 예산을 포함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이에 대해 대구시의회 배창규 의원은 지난달 대구시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학생수 감소에 발맞춰 학교 통폐합을 주문했다. 학교 유지 보수 대신 통폐합을 통해 예산절감을 하는 행정을 펼칠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이었다. 학교 개보수 사업에 들어가는 환경개선사업비를 5년간만 절약하게 되면 최소한 1~2개의 학교를 신설하고도 남는다니 실질적인 예산절감과 미래를 바라보는 지적사항으로 평가됐다.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이 당장은 아프지만, 먼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린 삼성과 한화처럼 행정적 용단을 내리길 기대한다.

2014-12-03

R&D 자금도 성과시스템 도입해야

▲ 이곤영 대구본부 부장우리는 흔히 돈을 물 쓰듯이 쓰는 것을 흥청망청 쓴다고 한다. 흥청망청의 유래는 연산군이 채홍사를 시켜 조선팔도에 미색이 뛰어난 기생(궁궐로 들어오면 명칭이 흥청으로 격상)을 불러들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놀아나는 등 엉망으로 국사를 이끌다가 중종반정으로 왕좌에서 쫓겨나고 목숨을 잃었다. 여기에서 흥청과 놀아나다가 망했다고 해서 흥청망청이란 말의 유래가 됐다. 우리도 주변을 둘러보면 돈을 물 쓰듯, 흥청망청 거리다가 인생을 망치는 경우를 가끔 보기도 한다.가끔 언론에 RD자금을 불법으로 편취하다가 걸렸다는 보도를 보게 된다. 유령회사를 만들어 회계증빙, 세금신고 등을 정상적으로 처리해 일부 자금을 되돌려받거나, 연구개발 용도가 아닌 생산용으로 재료를 과다하게 사는 수법, 기존 보유장비를 신규 장비로 사들인 것처럼 허위 보고하는 수법, 인건비 자금을 운영자금 계좌로 송금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등 RD 자금을 흥청망청 쓰다가 걸린 것이다.산업자원부에 조사에서도 최근 4년간 총 528억원(265건)의 연구비가 부정행위로 편취당한 것으로 나타난 것을 보면 아직도 RD 자금을 눈먼 돈이나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고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이렇다 보니 정부와 지자체에서 RD 투자를 매년 확대해도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는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투자를 한다고 모두다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수준이 될 때까지는 지속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밑 빠진 독에 계속 물을 부을 수는 없다.따라서 RD 성과를 높이기 위해 묻지마식의 투자를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RD 투자에도 실질적인 경제가치 창출 효과를 검증하고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최근 대구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원구 시의원이 대구의 대표적인 RD 기관 중의 하나인 대구디지탈산업진흥원(DIP)의 RD 투자 부실을 지적하며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DIP는 대구시가 `첨단 디지털 산업도시`육성을 명분으로 정보통신부가 74억원을 들여 설립한 재단법인으로 소프트웨어산업 육성과 지역업체의 정보기술(IT) 지원을 맡고 있다.벤처기업 등 소프트웨어 업체의 연구개발 사업 명목으로 정부와 대구시로부터 연간 100억원가량을 지원받는 DIP는 출범 13년이 지난 동안 기술 이전이 미미하고 사업 실적도 부진한 등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DIP의 자체연구개발사업은 지난 5년간 완료된 8개 사업에 56억여원이 투입됐지만, 매출은 113억여원에 불과하고 이를 기업이익으로 환산했을 때는 고작 8억여원밖에 되지 않는 미미한 실정이다.기술이전 실적도 4건, 기술이전수수료는 2건에 3천여만원에 불과하며 8개 사업 중 투입예산 대비 수익을 기록한 사업은 전혀 없고 성과가 제대로 측정되지 못한 사업도 1건 있는 등 제대로 된 성과측정 시스템도 없다.`실감게임콘텐츠 문화기술공동연구센터 사업`의 경우 38억여원을 투입했지만, 매출액은 50억원에 불과하고 기업이익으로 환산하면 3억여원으로 투입대비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8억여원이 투입된 `실감미디어산업 연구개발 기반구축 및 성과확산사업`은 성과 집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벤처기업지원 사업도 2013년 사업 38건에 19억여원이 투입됐지만, 이로 인한 매출은 27억여원에 불과하고 이를 기업이익으로 환산했을 때는 1억8천여만원밖에 되지 않는 등 기술수익성과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DIP가 사업성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도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지원하는 바람에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기조인 창조경제에 첨병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기관이 설립한 지 13년이나 흘렀는데도 아직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RD 자금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도덕적 해이가 더 팽배해지기 전에 관계기관의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2014-11-26

포스텍, 내홍 끝내고 노벨상 배출 노력해야

▲ 이창훈 대구본부 부장해마다 이맘때면 노벨상후보가 발표되면서 해당 과학자는 물론 그 나라전체가 축제로 들썩인다. 반대로 이때쯤이면 우리나라는 노벨상 받는 나라를 먼나라의 일로 치부하면서 그저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다.하지만 이 시점, 우리나라에서 왜 노벨상 수상자가 안 나오는지에 대해서 심도있게 자문하고, 특히 노벨과학상 수상자탄생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노벨 문학상이나 평화상과 달리 과학상은 그 나라 과학발전의 바로미터가 됨은 물론, 자원이 빈약한 국가에서는 국력신장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그리고 우리와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의 노벨상수장자와 비교해, 좀 더 자극을 받을 필요가 있다. 올해 일본은 아가사키 이사무, 아마노 히로시, 나카무라 슈지 등 3명의 과학자가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하는 쾌거를 달성했다.일본은 노벨상이 생긴이래 114년째인 현재까지 1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중에서 과학상 수상자가 16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전 김대중대통령이 평화상을 유일하게 수상했을 뿐 과학상 수상자는 전무한 실정이다.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일본에서 과학상 수상자 16명이 나올 동안 우리나라는 단 한사람도 나오지 않았다는데 대해, 사회전체가 고민해야 된다.우리나라와 일본은 다같이 국토가 좁고 자원이 빈약한 국가라 창조국력을 위해서는 훌륭한 과학자의 배출외에는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현재 삼성이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끌어 가는 것과 아울러 수백만명을 먹여 살리는 것을 보면 자명하게 답이 나온다.우리나라가 노벨상을 못받는 이유는 나름대로 다양하다.이공계를 우대하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고, 단기연구성과 중심의 시스템운영, 창의적인 연구보다는 논문을 어느 학술지에 게재했느냐에 대한 평가, 연구지원시스템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 연구비 관리의 관료화 등 많다.이외 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과학자에 대해 국가적으로나 사회에서 보는 시각의 차이가 큰 데서 오는 문제점이 많다고 느껴진다.창의적인 훌륭한 연구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큰 업적을 밀어주지 않고 단기성과를 바라는 업적중심주의와 과학자들이 받는 보수수준이 다른 업종보다 적다는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보여진다.며칠전에 우리나라 최고의 시험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이후 각 입시전문기관들은 채점결과에 따른 가능지원대학을 열거해 놓고 있다.이 많은 대학중에 과학분야가 톱을 장식하고 있는 대학은 하나도 없다. 모든 대학의 최고 점수에는 전부 의대가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원인은 의사가 사회적으로 훨씬 더 대접을 받고 이에 따른 보수도 엄청나기 높기 때문이다. 머리좋은 사람이 의사가 돼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이보다 앞서 국가의 백년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 과학분야에 우수한 인재가 몰려야 한다.굳이 우리나라 전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역에는 포스텍을 비롯 경북대, 영남대 등 우수이공계대학이 있다. 특히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은 1986년 12월 `한국의 MIT`를 표방하며 포항공대(포스텍)를 세웠다. 올해로 설립 28년째가 되면서 포스텍은 영국 `더 타임즈`의 `설립 50년 이내 세계대학평가`에서 지난 해부터 2년 연속 세계 1위에 선정되는 등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공대가 됐다. 하지만 설립 30여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 노벨상수상자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하루아침에 탑이 완성될 수는 없지만 이제 어느정도 세월이 흐른만큼 좋은 소식이 있음직한 시점이 됐다고 본다. 지역의 중심 공과대학으로 힘든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위대한 연구성과가 나와, 지역민 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전체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주길 바란다. 혹여 과학분야 노벨수상자 배출이 힘든다면 그 원인을 꼼꼼히 살펴보고 새로운 대책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하루빨리 내홍을 극복하고 지역의 우수공대로 거듭나길 바란다.

2014-11-19

민원을 사랑한 경찰수장

▲ 서인교 대구본부장“`깨닫고 난 뒤 가장 먼저 뭘 했습니까?` 사람들이 제게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 공원으로 갔습니다. 공원에서 사람들을 만나 건강법을 전했습니다. 그 작은 시작이 모이고 모여 오늘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가끔 거룩한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그 생각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발전시키느냐, 그저 흘러가는 생각으로 두느냐입니다. 거룩한 생각이 들 때, 나를 변화시킬 기회가 찾아온 것입니다. 그때를 놓치지 마세요” 우리가 새겨야 할 덕목이다.여기에 특별한 한 사람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흘려보낸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그것도 발 빠르게 대처한 대구 경찰의 수장. 이상식 대구지방경찰청장이다.경찰이 있어 안전하다는 믿음을 가지도록 범죄와 사고로부터 시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는 경찰의 소중한 책무에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한 이상식 대구경찰청장의 취임 일성이다. 경찰의 존재는 국민의 신뢰임을 강조했다. 인권의 수호는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했다. 국민이 신뢰하는 경찰이 곧 강한 경찰이라는 사실을 늘 가슴속에 새기길 희망했다.그는 25시간 시민과 함께, 시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여러 곳의 현장이 있었겠지만, 특히 귀를 기울인 현장은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의 한 도로의 교통체계이다. 이 청장의 관심으로 이 도로가 주민의 안전을 위해 다시 태어났다.아버지는 최근 취임한 이상식 대구지방경찰청장이고 어머니는 대구시 시설관리공단이라 할 수 있다.아버지격인 이 청장은 상황을 판단해 어머니격인 대구시설공단과 협의해 일사천리로 현장 민원을 처리했다.주민으로부터 도로 사정의 민원을 접한 이 청장은 시민의 안전 지킴이에는 내일이 없다는 의지를 그대로 실천한 것. 그것도 작은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실천한 것이다.실제 민원이 제기된 도로는 7차선으로 CCTV 설치가 절실하나 신호 하나만으로 교통 조절을 하고 있었다.출퇴근 시간이 아니면 그야말로 좋은 도로에 신호 무시는 다반사다. 그만큼 횡단보도가 있어도, 파란불이 켜져 있어도 보행자가 위험한 도로이다. 또 추돌사고로 인한 사상자도 만만찮게 발생했다.현지 주민들은 늘 불안하다. 어린아이를 학교에 보낸 학부모도 아이가 올 때까지 불안, 그 자체다.이 청장은 취임사에서 안전한 대구, 행복한 대구라는 슬로건을 대구 경찰의 좌우명으로 삼았다.슬로건에 걸맞게 주민들은 이제 불안에서 해소되고 다시 태어난 것. 주민을 위해 한 차선을 주민들에게 선물했기 때문이다.또 이 청장은 경찰이 있어 안전하다는 믿음을 돌려주고 동료 경찰관들과 함께 호흡하고 고민하는 청장이 되겠다고 했다.현장에서 기쁨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문제점과 해답이 현장에서 찾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만큼 모든 문제점과 해답은 현장에 있는 만큼 야전사령관으로서의 분명한 행동강령을 그대로 실천한 격이다.또 기본과 원칙을 지키며 일만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보상받고 칭찬받는다는 생각을 확산시키겠다고 했다.칭찬은 모두를 살린다. 양능(陽能)이란 남의 장점을 드러내 힘껏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밝은 이가 다른 사람의 훌륭한 능력을 발견하면 마음으로 먼저 기뻐하고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는 것은 훌륭한 능력을 갖춘 사람은 더욱 훌륭하도록 힘쓰게 하고, 훌륭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이를 본받게 하기 위함이다.대구경찰의 수장인 이상식 청장은 경찰의 존립근거는 오로지 시민의 안전과 행복에 있는 만큼 대구경찰이 하는 모든 일은 궁극적으로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담보해야 한다고 했다.시민들의 행복한 밥상, 편안한 잠자리의 보장이 곧 경찰의 보람임을 가슴속에 새기면서 오늘도 답을 찾아 현장을 지킬 것을 직원들과 함께 천명했다. 시민들도 함께할 것을 주문해 본다.

2014-11-12

포항의 여론은 건강한가?

▲ 임재현 편집부국장최근 포항에는 여론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검찰 발 사건이 발생했다. 사태가 막바지에 가서야 구속 여부를 놓고 지역에 들끓었던 추측은 말 그대로 뒷북이었다. 검찰은 `설마 구속영장 청구까지야 가겠느냐`던 자신들의 향한 예측에 `오판`임을 판정하는 딱지를 붙였다. 오랜 기간 지역에 미친 영향과 민관을 오가며 축적된 역량 등으로 따져보면 해당 정치인이 위기를 피해가리란 예상도 그리 근거가 없진 않았다. 특히 검찰 관련 민간단체의 장까지 역임했으니 더욱 그랬다. 유죄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이번 일은 국민의 법감정을 바라보는 검찰의 눈높이가 확실히 달라졌음을 실감케했다.이번 일은 또 다른 점도 시사한다.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면 그 실체의 본말(本末)에 대한 정보는 물론 시시비비(是是非非)까지 여론의 시장에서 더 활발하게 유통될 것이다. 한 마디로 지역사회가 `명경알` 같이 더 투명하게 속을 보여 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동안 향촌질서의 특성이 남아 있는 지방도시에서 과도한 연고주의가 정상적 여론의 형성과 흐름까지 해쳐온 현실을 고려하면 최근 우리가 겪은 생채기에서는 미래의 새살을 돋게 할 희망도 볼 수 있다.그렇다면 전임 시장에 대한 여론은 어떤가. 최근 몇 개월 동안 벌어진 일만 놓고 본다면 서울의 정치무대 보다 더 살벌한 얼음판이란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선출직 공직자는 퇴임 후에야 공과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염량세태(炎凉世態)`란 옛말이 그야말로 그들의 가슴을 도려낼 만큼 폐부에 와 닿는 것이다.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우리는 동향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알게 모르게 동정의 마음을 보내고 있다.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판단은 역사에 맡기자는 여당의 옹호가 아니더라도 정책의 효과와 평가는 장기적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4대강 사업과 사정은 다르지만 앞으로 전임 시장은 TP2단지나 음폐수처리장 사업의 파행으로 인해 비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밝힐 부분이 있다면 그 결과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릴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과오가 드러난다면 가장 큰 벌은 정치적 징벌이 될 것이다.아직은 그도 엄연히 무죄추정 원칙의 보호를 받고 있다. 그는 강력한 추진력의 이면에서 자기 주장이 강해 지금 크고 작은 재앙을 겪고 있지만 시민이 선택해 굵직굵직한 성과를 낸 단체장이었다. 비리 혐의가 확정되지도, 드러난 추문을 비롯해 결정적인 도덕적 비난도 없다면 전임 단체장은 잠재적 원로로서 지역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적어도 이점에서 미국의 대통령에 대해 여론은 우리보다 훨씬 더 관대하다.이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오늘 `고려장(高麗葬)`에 사용한 지게는 언젠가 되돌아 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최근 서울에서 열린 포항 및 출향인사들의 행사는 포항시를 위한 `반면교사`가 돼야 할 것이다. 지역의 인재를 위해 어렵게 성사시킨 시설에 가장 큰 유공자 중의 한사람에게 공식 초청의 예우를 하지 않은 일은 실수라고 하기엔 미풍양속에 안 맞다.결국 여론주도층이 한 지역에 미치는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포스텍 총장 선임 문제를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이번 일은 대학과 지역사회 간의 평소 여론 교환 및 공유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줬다. 시작은 늦은 감이 있었지만 이번 일에는 주로 연임 반대 교수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지역에 알리려고 노력했다.그 선두에는 평소 지역과 여론의 길을 터놓은 극소수의 교수가 섰다. 종합대학이건 아니건 대학은 지역사회의 바다에 뜬 배와 같다는 논리가 결코 혁명 상황의 언사가 아님을 절감했으리라 생각한다. 총장 연임 찬반 여부에 대한 지역 여론의 향배는 이번에도 드러나지 않았다. 결과도 알 수가 없다.하지만 이사회가 열리는 오늘의 아침을 맞아 저 태양처럼 더 분명히 떠오르는 각성은 있다. 포스텍처럼 그 창학(創學)부터 지역과 연고가 한 뿌리인 대학 총장에 대한 고민은 지역민과 함께 해야 하며 그 메신저는 바로 교수사회라는 것이다. 특히 그 지역의 여론 형성에 평소 더 책임 있게 임해왔다면 시민들은 더욱 그 의견을 경청할 것이다.

2014-11-05

2人者가 1人者 되려면

▲ 윤종현 편집부국장 정치 달인이자 영원한 권력(權力) 2인자였던 김종필씨(이하 JP). 그는 1961년 제2군 부사령관이던 박정희 장군과 더불어 5·16군사혁명의 주체세력이 되어 박정희 정권을 탄생시켰다. 이후 35세 나이에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미국식 정보기관인 중앙정보부(中央情報部)를 설립하고, 초대 수장이 됐다. 이어 유신 및 DJ 정부에 이르기까지 권력핵심부에 있었다. 그런 그도 10·26 사태로 유신정권이 침몰되면서 들어선 신군부 핵심인 전두환 측으로부터 부정축재자(不正蓄財者)로 몰려 보안사에서 수모를 겪는 등 파란(波瀾)의 정치인이다.박정희 정권의 후계자로 거론됐던 JP가 `보안사 수모`를 겪자 당시 `2인자` 위치에 있었던 노태우 보안사령관이 위로연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JP가 노 씨에게 가르친 `2인자 처세(處世)`는 절묘하다.“2인자는 절대로 1인자와 10cm도 떨어져서는 안된다”중국의 제갈공명(諸葛孔明). 공명은 촌부(村夫)인 유비를 왕으로 한(漢)이란 국가를 창업하는데 일등공신이었다. 그는 유비 정부의 최고 실세이자 그와 버금가는 권력을 쥐고 있었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유비를 제거하고 권좌에 오를 수 있었지만 주군을 배신하지 않고 2인자로 머물렀다.북한에도 2인자는 있다. 그러나 노동당 권력지도에 표시되는 2인자는 언제든지 나락(那落)에 빠진다. 북한의 1인자는 김씨 일가며, 권력유지를 위해 수시로 2인자를 제거해 권력에 대한 도전을 절대 용납하지 않고 있다.정국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중국 발(發) `개헌발언`으로 요동치고 있다. 그는 지난 당 대표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심복인 서청원 의원을 물리치고 대표 직(職)을 쟁취하면서 여당 내 최고 거물(巨物)로 부각됐다.김 대표는 여·야는 물론 언론에서 차기`대권후보`이자 여당 내 2인자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레임덕이 빨라질 것이다`는 루머와 더불어 급부상되고 있는 김 대표의 위상을 지켜보는 박 대통령과 친박세력의 심사는 불쾌감뿐일 것으로 추측된다.대한민국 권력의 축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하지만 미래권력의 중심으로 떠오른 김 대표가 개헌발언으로 `대형사고`를 친 것이다. 그의 발언은 국내 정치개혁이나 선진화에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시`와 `때`가 있는 것인데,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인 상황에서 외국에서 핵 폭탄급 발언을 터뜨려 버렸다. 이 발언에 소신과 정치 철학이 담겼다면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하는데 그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자세를 급속도로 낮춰버렸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걸까?그는 대통령 임기가 3년이란 세월이 남은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중임제 개헌을 주장했을 때 현 권력자의 심정은 어떨까` 하는 것을 계산치 않은 우(遇)를 범했다.아무리 정치가 생물이라고 하지만 확고부동한 위치가 아니면 2인자는 목적 달성을 위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사례를 우리는 무수히 봤다.김 대표는 1990년대 초 김영삼 정부 출범 당시 40대 초반 나이에 내무부 차관까지 지낸 5선 의원이다. 그도 권력의 속성을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 권력은 항시라도 정치적, 경제적 생사여탈권(生死與奪權)을 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도 알 것이다. 김 대표가 설난(舌亂)을 어떻게 극복할 지 지켜볼 만 하다.`찻잔이 차 주전자로부터 물을 얻고자 한다면 찻잔의 위치는 분명 차 주전자보다 낮아야 한다`는 것이 불변의 진리다. 2인자 위치에 오르기도 어렵지만 추락하는 것도 일순간이고, 1인자가 되기까지는 각고의 노력과 함께 천운(天運)도 따라야 한다. 비단 김 대표만 아니라 적어도 큰 정치를 하려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궁신접수(躬身接水·물을 얻으려면 몸을 숙여야 한다) 정도는 머릿속에 새겨야 할 것이다.

2014-10-29

`형산강의 기적`은 없다

▲ 이창형 정치경제팀장(국장)지난 주말 공학도인 아들을 데리고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을 찾았다. 영일대에서는 주말 3일 동안 `2014 포항철강산업대전`이 열리던 터였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포항철강공단내 주력 업체 20여개사가 참여했으며, 각 기업들은 자사가 생산하고 있는 철강제품을 시민들에게 선보였다.아들이 다소 불만섞인 말을 내뱉는다. “철강은 덩치가 크고 무거운 것이 아닌가요? 철강제품이 신약제품처럼 가볍고 크기도 작네요”라며. 철강은 중후장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공과대학에 다니는 아들에게도 각인돼 있는 듯 했다.아들에게 말한다. “중후장대한 철강은 장치산업이었지. 불과 반세기 전만하더라도. 이젠 전세계적으로 철강의 첨단화 경쟁이 본격화했거든. 무겁고 큰 철강은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는 것 같구나”라고.요즘 철강산업의 사양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별히 제철보국의 기치로 한국 산업화의 주력이 장치산업으로서의 철강이었다면, 21세기 철강의 지향점은 신소재와 첨단화로 맞춰져 있다. 세상 구석구석이 변하지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는 LTE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미래 먹거리 또한 그 시대적 수요에 맞게 광속으로 변모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글로벌 시대이기 때문이다.얼마전 미국 피츠버그대 마크 노덴버그 총장이 포항을 찾았다.포스텍과 포항지역 산·학·관 모임인 AP포럼의 초청으로 포항을 찾은 그는 “피츠버그의 대학은 의료와 에너지 등 유망한 5개 분야의 연구·기술을 창업으로 적극 유도했다. 피츠버그 부활의 불씨였다”고 소개했다.피츠버그는 USS(US스틸)로 대표되는 철강도시였다. 노덴버그 총장의 아버지도 USS에서 은퇴했다. 1970년대까지 번영을 누리던 피츠버그는 철강산업 쇠퇴로 나락의 길을 걸었다. 1994년에는 노동자가 12만명에서 2만8천명으로 격감하고 도시는 폐허로 변했다. 대학과 기업·지방정부가 힘을 모았다. 지역발전을 고민하는 `앨러게니(Allegheny·피츠버그를 끼고 흐르는 강)모임`을 만들어 철강대체산업을 찾았다.의료와 에너지·정보통신(IT)·첨단제조업·금융서비스 등 5개 분야가 지목됐다.주립인 피츠버그대는 바로 옆 사립인 카네기멜런대와 손을 맞잡았다. 두 대학 총장은 앨러게니의 좌장을 맡아 지역 혁신에 앞장섰다.1995년부터 피츠버그가 다시 살아났다. 고용이 늘고, 도심이 북적였다. 피츠버그 의과대학은 1만명이던 직원이 6만명으로 늘어났다. 피츠버그대는 인슐린을 세계 최초로 합성해 로터부르가 노벨상을 받았다. 구글은 신제품 개발 장소를 물색하다가 카네기멜런대의 우수성을 인정해 피츠버그를 선택했다. 철강도시가 지식기반 도시로 부활한 것이다.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은 지난 19일 한국JC전국회원대회 참석차 포항을 방문한 후 가장 먼저 청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동상을 찾았다. 동상은 포스텍 노벨동산에 있다.김 대표는 방명록에 이렇게 썼다. “박태준 회장이 안계셨으면 우리나라에 산업의 쌀인 철강재가 국제경쟁력속에 생산될 수 없었음을 우리 모두 잘 알고 무한한 존경의 뜻을 드립니다”라고.청암은 기억할 것이다.포항제철을 건설, 굶주린 조국에 산업의 쌀을 제공하기까지 인고의 세월을. 그리고 철강과 첨단이 공존하는 미래 포항을 위해 대학과 연구소 등의 설립과정의 의미를.막강한 연구력을 지닌 포스텍의 역할론을 주창하는 목소리가 국내외에서 봇물을 이루고 있다. 철강기업들이 사면초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 학교는 총장 선임을 놓고 학내 논란만 거듭하고 있다. 대학의 제역할을 위한 환골탈태의 과정이기도 하겠지만 개교 이래 지금까지의 행적을 보면 청암의 설립취지가 무색하다. 대학은 지역사회 생태계 전반을 이끌어야 한다. 정신문화의 변혁에서부터 미래 먹거리산업까지. 더 이상 고전적인 아카데미, 폐쇄적인 연구집단으로 칩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다.`철강 이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의 절박한 화두에, 포항은 `형산강의 기적`을 기다려선 안된다. 그 기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전해야 한다.

2014-10-22

우측 통행 4년

▲ 황재성편집부국장 경주 형산강 둔치를 따라 나있는 북천 산책로는 전국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낀 시민들의 `힐링`공간이다. 도심과 도로로부터 가깝지 않아 공기가 맑은데다 사시사철 유유히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어 매일 밤 늦은 시간까지 많은 시민들이 걸으면서 에너지를 보충하는 생동감이 넘치는 곳이기도 하다.경주여고 앞에서 시외버스터미널에 이르는 둔치에는 강 쪽으로부터 보행로, 인라인스케이트로, 자전거로 등으로 나눠 3개 라인을 두고 있다. 그런데 용도별로 이용하는 시민들은 극소수이다. 보행로로 자전거를 타는 가 하면 심지어는 자전거로로 오토바이가 질주하는 경우도 있다. 또 강을 접한 보행로는 낚시꾼들의 오토바이와 자전거로 잠식 당해 보행에 지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낚시꾼들이 휘두르는 낚시대로 인한 상해 우려도 낳고 있다. 이곳은 낚시 금지구역이다. 단속 등 인위적인 근절책보다는 이용객 스스로가 남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삼가는 성숙된 시민정신이 요구되는 공간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상당수 사람들이 보행로의 통행 방법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거의 매일 이곳을 산책하다 보면 양쪽에서 목표점을 향해 걷는 사람들이 폭 2m가량의 보행로 안에서 부딪히는 가 하면 서로 피하기 위해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일이 다반사다. 물론 시민들이 물 흐르듯 스스로 알아서 보행로를 반으로 나눠 한쪽은 내려가는 사람들, 한쪽은 올라가는 사람들이 이용하면 얼마나 보기에 좋을까 마는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바른 통행법. 학교에 가서 배울 수도 없는 처지이니 스스로 터득, 실천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바른 통행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상식적인 것이 해답이다. 우측 통행이다. 우리나라는 1962년 도로교통법 제정 이래 50여년 동안 해오던 좌측 보행을 2010년 7월부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마련한 `교통 운영체계 선진화 방안`에 따라 우측 보행으로 개정했다. 우리나라가 우측 통행으로 전환한 것은 국민 편리성 외에도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걷어내기 위한 의도였다. 종묘제례나 과거 행렬도 등의 역사적 자료에서는 전통적으로 우리 조상들이 우측 통행을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도 일제 잔재가 남아 있는 곳이 있긴 하다. 바로 한국철도. 처음엔 단선이었던 한국철도가 선로용량 한계로 1945년 3월 경부선을 시작으로 복선화하면서 당초 사업자인 일본이 자국과 같이 좌측 통행에 맞춰 시설한 것을 바꿀 수가 없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우리나라에서 보편화한 우측 통행은 우주의 원리에도 부합된다고 볼 수 있다. 지구는 하루에 한 번씩 지축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이에 따라 밤과 낮이 생기고 천구의 일주 운동이 생긴다. 왼쪽에서 오른쪽, 즉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하는 것이다. 북극의 꼭대기에서 바라보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간다.알게 모르게 우리는 이 같은 원리에 따라 생활하고 있는 터라 시행된 지 4년 남짓이지만 우측 통행이 낯설지는 않다. 초등학교 운동회나 중·고교 체육시간·체력검정은 물론 시·구·군민운동장에서 오른쪽에서 왼쪽(시계 방향)으로 도는 사람은 없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지구가 자전하듯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것은 다 우주의 원리를 지키면서 살고 있다는 증거로, 여유로운 느낌을 안겨 주고 있다. 이밖에 와인을 마실 때 순하게 한다는 이유로 잔을 돌릴 때도 왼쪽에 오른쪽으로 돌리는 것도 그렇고 볼트와 너트의 원리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는 전국 방방곡곡의 고스톱판도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운동장을 반대로 돌면 몸의 피로가 되레 쌓이고, 와인잔을 볼트처럼 오른쪽에서 왼쪽로 돌리면 더 독해지고, 고스톱판도 반대로 돌리면 설사나 피박을 쓰는 등 안 풀리게 되는 것처럼.보행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자전거 등이 우측 통행을 하는 이유도 편의성과 안전성 때문이다. 특히 요즘 이용객이 많아진 자전거의 경우 우측 통행은 신체 특성과 부합하는 자연스러운 통행 방법으로 20% 이상의 사고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의 대부분이 오른손잡이임을 고려하면 우측 통행이 안전사고 발생률을 줄인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긍정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는 우측 통행이 제도화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정착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홍보 부족 탓이 아닐까 싶다.

2014-10-15

포항호(號) 제대로 가고 있나

▲ 김명득 편집부국장이강덕 포항시장이 취임한지 만 3개월이 지났다. 참으로 세월이 유수같이 빠르다. 취임사를 하던 모습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취임 100일째를 맞았다. 이 시장이 취임하던 그날 공교롭게도 필자 역시 포항시청을 처음 출입한 날이었다. 첫 대면에서 필자의 손을 꼬옥 잡으면서 `동기생`이라 불러주던 그의 소탈했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지난 3개월 동안 이 시장은 참으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을 것이다. 그는 지난 6일 오전 시청 기자실을 불쑥 찾아와 취임 100일을 맞는 소회를 털어놨다. 그가 취임하면서 내세운 캐치프레이즈 `함께하는 변화 도약하는 포항`을 다시한번 강조하기도 했다.이 시장의 집무실 벽에는 국장, 과장, 계장 등 460명에 달하는 시청직원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매일 아침 들여다보고 얼굴을 익히기 위해서란다. 하지만 일선 부서 일부 계장들은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했다고 한다.이 시장은 지난달 29일부터 각 국별로 내년도 시정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국별 업무보고는 오전 7시부터 시작된다. 국장급 이하 과장, 계장 등은 늦어도 오전 6시반 이전에는 시청에 도착해 업무보고 준비를 해야 한다. 그야말로 새벽밥 먹고 나와야 하는 강행군이다.이 시장은 직원들에게 프로의식과 사명감을 갖고 시민들이 공감하는 창의적인 행정을 펼쳐 줄 것을 첫번째로 강조한다.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주변환경을 예측하고 선제적 대응능력을 갖출 것을 주문한다. 그래서 단순히 보여주기식이나 성과위주가 아닌 진정으로 시정발전에 기반이 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항상 주지시키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일을 찾아 하기보다는 단순한 지시에만 익숙한 것 같아 조금은 안타깝다고 했다.이 시장은 현재 9층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을 3층으로 옮겨 시민들의 목소리를 좀더 가까이에서 듣기를 원한다. 현 3층 희망복지지원단 사무실로 시장실을 옮겨 맞은편의 민원실로 찾아오는 시민들과 소통하겠다는 게 이 시장의 복안이다. 시민과 공무원이 함께 변해야 새로운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그래서인지 민선 6기 이강덕 시장이 취임하고 난 뒤 시청 직원들의 달라진 모습이라면 자신을 낮추려는 행동들이다. 그리고 많이 친절해진 것 같다. 소탈하고 겸손해 하는 이 시장의 품행을 모방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예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주는 건 분명하다.그가 취임하면서 추진했던 `창조도시`도 이제 막 출발했다. 꾸준한 인내심이 요구된다.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창조도시추진위원회`까지 출범시키고, 강소기업 육성과 물류산업 육성, 해양관광산업 육성, 행복기반 조성 등 4대 전략 프로젝트도 야무지게 짜 놓고 있다. 하지만 창조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민·관·학이 합심해야 창조경제를 싹트이게 할 수 있다. 도시토양부터 바꾸는 일이 그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이 시장의 이런 야심찬 프로그램들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제 3개월을 갓 넘긴 시점에서 그의 생각과 구상, 비전들을 다 드러냈다고는 볼 수 없다. 그의 말대로 6개월까지만 지켜 봐달라는 부탁이 오히려 더 솔직하게 들린다. 지금은 그의 말 한마디나 행동 하나하나가 뉴스거리가 될지 모른다. 그래서 직원이나 시민들은 그의 말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가 구상하고 있는 행정조직개편이나 인사, 그리고 앞으로 4년 동안 포항을 이끌고 갈 큰 그림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취임 후 100일간의 `밀월기간(?)`이 오늘로 마감된다. “3개월은 너무 짧다, 6개월까지만 더 지켜봐 달라”고 했던 그의 말이 새삼 맘에 걸린다.

2014-10-08

스포츠와 국민행복

▲ 정철화 체육부장인천아시아게임이 한창이다. `평화의 물결, 아시아의 미래`를 슬로건으로 아시아 45개국에서 참가해 스포츠 축제를 즐기고 있다. 이 즐거운 축제의 한켠에서 스포츠의 사회적 가치가 쟁점이 되고 있어 입맛이 쓰다. 포항시는 민선 6기 출범과 조직개편안을 마련중이다. 여기에 스포츠 업무를 전담하던 체육지원과를 축소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우리사회의 스포츠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는 한 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여전히 스포츠를 `반드시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게임이나 놀이`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먹고살기 바쁜 시대를 살아오는 동안 경제적 부흥이 절대적인 가치가 됐고 또 위정자들이 스포츠를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부정적인 요인이 국민감정속에 남아 있는데서 비롯되고 있다.하지만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스포츠의 사회적 기능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이제는 국민건강 증진 기능을 넘어 국민행복을 위한 필수 기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인간은 태생적으로 사냥본능을 갖고 있고 더 이상 사냥이 필요없게 되면서 사냥기술을 놀이와 게임으로 발전시킨 것이 스포츠이다. 현대산업사회에서 스포츠는 곧 인간의 본능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행복조건은 본능을 충족시키는 것이다.영국 시사주간지의 한국 특파원인 영국인 저자 튜더가 한국의 경제발전을 주제로 한 `Korea-the Impossible Country`이란 제목의 책을 썼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란 제목으로 번역돼 출간됐다.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이 이러한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이뤘음에도 한국 사람들 자신은 그리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 한국은 개인당 소득 10위에 육박하면서도 한국인의 행복감 지수는 70위, 경제수준 상위 24개국 중에서는 밑바닥인 23위, 자살률은 리투아니아와 같이 세계 1위라고 꼬집었다. 이제 한국은 그간의 성취를 자축하는 샴페인을 즐기는 마음의 여유와 더불어 부의 추구에만 골몰한 삶을 반성할 만한 때라고 결론지었다.한국을 잘 알고 있는 외국인의 준에 비친 한국의 사회상이다. 이런 사회상을 바탕으로 국민행복론을 제기한 강연이 있어 눈길을 끈다.정범모 한국행동과학연구소 회장은 최근 한 포럼에서 `발전과 행복`이란 주제 강연을 했다. 강연내용은 요약하면 국가발전은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최대한의 자아를 실현하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다른 말로 국민 행복조건이라고 했고 이는 건강, 화목한 인간관계, 선행, 보람있는 일에 몰입하기 등이라는 해답도 제시했다. 그는 이를 실현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스포츠 활동을 꼽았다. 스포츠 활동은 몸의 건강증진뿐만 아니라 사고력 등 지적 활동을 활성화해 주고, 스트레스해소, 불안증 완화, 우울증 해소, 주의집중력 증지, 각종 증독증 치유 등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현대 의학은 예방의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병에 걸린 뒤 치료를 하는 것보다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병에 걸려 치료약을 주는 보건복지보다 평소 운동을 즐기며 병에 걸리지 않도록 체육시설을 늘리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란 설명이다. 의학계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흔한 성인병의 주범으로 과도한 영양섭취에 반한 운동부족을 지목하고 있다. 치료법 역시 이구동성으로 규칙적인 운동을 주문한다.스포츠활동은 더 이상 `안해도 그만`인 일이 아니다. 체육부서를 다른 부서와 통합해 기능을 축소하는 일은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스포츠는 현대인들의 건강증진 및 의료복지사업이자 국민행복을 실현하는 수단임을 인식해야 한다.

2014-10-01

대구시, 이우환미술관 건립 여부 결단을

▲ 이곤영 대구본부 부장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이우환 화백의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건립`사업이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대구시가 그동안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이우환 화백을 직접 초청해 설명회 및 간담회를 가졌으나 사업 추진에 가장 중요한 작품구입비 문제가 불거지며 논란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이우환 화백은 지난 11일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미술관 건립 설명회를 열고 미술관 건립에 대해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 화백은 그동안 본인과 친한 미술가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는 `만남의 미술관(부제: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이 건립되면 국제적으로 자랑거리가 되고, 대구가 국제 문화도시로 거듭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그러나 이 화백은 이날 미술품 구입 등에 대해 내가 구상하고 있는 작가들의 미술관 컨셉으로 해서 세계적인 미술가 9~11명의 작품으로 방을 채울 계획이라고 밝히고, 어떤 작가의 작품은 500~600만 달러라하고, 또 다른 작가는 100만 달러에 이른다면서 작품 구입비로 얼마나 많은 돈이 들지는 자신도 입을 뗄 수가 없다고 말했다.이 과정에서 이 화백은 미술관을 채울 작품은 화랑을 통해 구입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밝혀 대구시가 그동안 주장한 작품제작지원비 100억원은 허구인 것으로 드러나 대구시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으로 신뢰도도 상처를 입었고, 예산 문제에 대해 대구시의회와의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이우환 미술관 건립은 지난 2009년 김범일 전 대구시장과 일부 고위공무원들의 판단 등 사업 추진부터 밀실행정으로 일관하면서 사업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못했고, 미술관 부지 선정과 설계도 등 모든 과정도 대구시의 입맛대로 했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지역 문화단체와 시민단체 시민은 물론 언론과도 불신의 벽을 만들었다.이에 따라 대구시의회도 지난 2011년 제198차 임시회에서 가칭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건립 계획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대구시는 지난해 대구시의회로부터 건축비 297억원, 작품제작지원비 100억원에 대해 승인을 받았다.민선 6기 권영진 시장의 출범과 함께 이우환 미술관 원점 검토 여론이 팽배해지자 최근 대구시는 이우환 화백을 서둘러 초청해 사업 추진의 계기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대구시가 그동안 밝혀왔던 작품구입비가 허구였던 것으로 드러나며 사업 추진에 또 다른 걸림돌만 생긴 꼴이 됐다.이날 이우환 화백은 구상한 작가들의 작품가격은 지난 2009년 사업 추진 단계 당시보다 적게는 3~4배, 많게는 10배나 뛰어올라 있어 작품구입 예산에 대해 입을 뗄 수 없다고 밝혀 대구시가 예상하는 예산을 크게 초과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돼 작품 구입에 나서는 시점이 되면 지방비로 충당해야 하는 작품구입비는 대구시가 예상하고 있는 전체 사업비 400억원을 훨씬 뛰어넘어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대구시의 일방적인 추진에 대해 불만을 가져왔던 시의회에서는 이우환 미술관 관련 예산을 증액해 요청할 경우 이에 대해 불허할 계획이라고 강력하게 밝히고 있고, 최근에는 이우환 작가가 밝힌 영입 예정 작가들이 삼성 등 대기업 친화적 인물들이어서 자칫 국민의 혈세로 지어진 미술관이 특정 대기업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며 지역 미술계 등 문화예술단체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이우환 미술관 건립을 반대하는 등 점차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이우환 화백은 자신의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이미 대구시의회에 건축비 297억원과 미술품구입비 100억원은 승인을 받았다. 예산의 범위내에서 미술관 건립을 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방안을 내놓든지, 이제는 대구시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

2014-09-24

담뱃값 1만원대로 인상해야

▲ 이창훈 대구본부 부장최근 정부가 현행 담뱃값 2천500원을 4천500원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일반시민은 물론이고 당·정·청 등 정치권에서 논란이 많다. 시민들은 정치권 협의과정에서 인상폭이 좀 줄어 3천500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결론부터 말하면 담뱃값은 8천~1만원 정도로 대폭 인상돼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우선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OECD기준으로 최하위 수준이다. 북유럽 등 선진국의 담뱃값은 1만5천원이 넘고, 대다수 선진국은 8천원에서 1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높은 담뱃값을 책정하니 흡연율이 10~20%를 유지하는 등 우리나라 흡연율(42%)과는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결과적으로 흡연율을 낮춤으로써 담배로부터 야기되는 각종 질환을 줄여 사회적비용을 엄청나게 절약하고 있다.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어떤가.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보다는 세수계산에서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는 인상을 줘 많은 서민들이 담뱃값 인상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현 정부가 지나치게 복지에 매달리다 보니 엄청난 재정압박에 직면했고, 그 결과 이 부족분을 담뱃값 인상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여론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담뱃값 2천원이 인상될 경우 2조8천억원의 추가세수가 예상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렇게 세수증대부터 먼저 생각하니 일이 제대로 안풀리는 것이다. 정부 발표가 있자 시민단체를 비롯, 야당들은 일제히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상당 부분 인상폭이 둔화될 전망이다.정부가 진정으로 국민건강을 생각한다면 담뱃값은 최하 8천~1만원 수준으로 대폭 올려야 한다. 현재 수준에서 1천원~2천원 정도 올려봐야 담배소비가 줄어들 리 없고, 서민들의 주머니 돈만 더 나간다는 비판이 제기되기 십상이다. 만약 담뱃값이 지금보다 3~4배 정도 한꺼번에 인상된다면 흡연율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담뱃값이 한갑에 1만원 정도로 오르게 되면 선뜻 사기 어려운 사람이 훨씬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된다.담배는 중독성이 강해 스스로 금연하기란 쉽지않다. 정부가 담뱃값 대폭 인상이란 수단을 통해 강제적인 금연압력을 작동시킨다면 금연의 길이 조금이나마 쉬워지고, 결국은 국민건강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사회전체가 물어야 하는 비용이 줄어들게 되는 플러스 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다만 한꺼번에 담뱃값을 대폭 올리는 데 대해서는 정부가 국민을 비롯한 정치권 등에게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도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득해나가야 할 것이다.그동안 담뱃값 인상에 대해서는 정부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는 대폭 올려 담배소비를 억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재정부는 적정한 담뱃값을 유지해 세수를 확보해야 된다는 주장이었다.국민건강 측면에서 볼 때 참으로 답답하다는 생각이다. 엄밀하게 보면 조금 다르지만 비유하자면 한쪽에서 아편을 팔아 거기서 남는 돈으로 또 다른 국민에게 빵을 사주는 모양새는 아닌가. 정치권도 담뱃값 인상에 대해 당리당략을 배제하고 논의하는 것이 옳다. 어느 편에 가담하느냐에 따른 손익계산을 튕기지 말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선 안된다.국민건강이란 대명제 앞에 무슨 당리당략과 전략, 전술이 필요하겠는가. 강력한 금연대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적당한 가격인상은 금연에 효과가 없음을 알고 대폭적인 인상을 촉구한다. 지역의 한 대학교수는“흡연을 억제한다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올린 담뱃값은 고작 2천원”이라며 “이 때문에 흡연자들은 금연을 유도하겠다는 정부 발표를 납득하지 못한 채`숨은 목적을 밝히라`고 반발한다”고 말했다. 즉, 목적에 충실하려 했다면 5천원이나 1민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와 정치권 등 관계자들이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2014-09-17

경북도 인사(人事) 이야기

▲ 서인교 대구본부장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화 `명량`에서 장군의 `충(忠)`은 임금이 아닌 `백성`을 위하는 것이라 했다. 즉, 공직자는 개인이 아니라 공복을 먹는 공인으로 나라를,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직자의 조직관리와 기구개편도 중요하지만 적재적소의 인사도 중요하다.광역자치단체인 경북도 역시 마찬가지다. 경북도는 중앙부처는 물론이거니와 시·군과의 인사교류를 활성화해 상생의 행정을 펼쳐나가야 한다. 조직관리는 조직목표를 달성하고자 인간과 다른 자원을 이용해 계획·조직·활성화·통제 등을 수행하는 것으로 구성되는 일련의 과정이다. 또 인간을 강조하며 권한의 분권화, 긍정적 환경, 권위보다는 구성원 간의 합의, 동기부여욕구, 민주적 접근 등을 중점으로 삼아야 한다. 정책을 집행하는 공직자의 갈등관리 및 소통역량 강화는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공직자의 인사관리는 소통과 화합이 더욱 중요시돼야 한다. 경북도청에는 일반직 2천35명과 소방직 2천984명 등 5천19명의 공직자가 300만 도민의 경북과 나라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들 외에 소방직은 차치하고 일반직 5급 이상 173명의 공직자가 관계기관 인사교류와 파견, 교육 등의 명목으로 도청을 떠나 근무하고 있다.시군으로 전출하는 부단체장의 경우 관사, 개인 승용차와 기사까지 지원해 주고 있다. 할 일도 많지만 모든 면에서 대우가 좋은 셈이다. 이밖에 50명의 사무관이 시·군에서 전출 근무를 하고 있는 데, 이들은 대부분 한직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경북도는 국외나 관계기관에 파견한 직원에 대해서는 일부 경비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시군으로 전출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경북도 인적재원임이 틀림없는 데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지원이 있을 뿐 대부분 경비는 본인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전출된 공무원들의 보직인사도 마찬가지다. 경북도는 소속 공무원이 승진할 경우 상당수가 일선 시군으로 전출하게 되는 데, 전출 공무원에 대해 공식적으로 시군에 미주알고주알 할 수 없는 입장이 된다. 전출 사무관에게는 경비 지원보다 근무 배치때 관심을 가져달라는 요청이 더욱 절실할 지도 모른다. 시군으로 전출하는 순간 경비를 비롯, 근무부서 배치까지 개인이 대처해야 한다. 전출한 경북도 사무관의 현주소다.경북도 한 관계자는 시군 전출로 인사교류를 하고 있지만, 현행 제도상 상급 기관에서 인사 부탁을 하거나 강요할 수 없고, 무언의 부탁도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그만큼 선출직으로 인한 자치단체장의 입김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남을 돕는 최선의 방법은 대신해서 짐을 져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자기 짐을 지고 인생의 고난을 용감하게 헤치고 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는 일이다. 남을 돕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남을 도우려면 명석한 두뇌와 현명한 판단이 있어야 하고 동시에 온정이 가득 찬 마음씨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은 물론 다른 이에게 절망과 나약함, 비겁함 따위를 심어준다면 그는 돈을 빼앗는 강도보다 더 나쁜 짓을 한 것이다. 돈을 주는 것보다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이 훨씬 좋다.경북도도 사무관 신분에서 시군으로 전출하는 공직자에게 경비 지원이 아니라 용기를, 희망을 북돋아 주길 바란다.영화 `명량`에서 관객들이 감동을 하는 것은 음향효과 때문이 아니다. 영화 자체에 백성을 위한 소명이 있고, 감동적인 인간의 얘기가 있기에 감동하는 것이다. 전출 공직자들에게도 잔잔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또한 공직자는 국민에게 진정한 감동을 주는 달인이기를 바란다. 아울러 경북도내 각 시군에서도 도에서 전출 오는 공직자들에게 세심하게 배려해주길 당부한다. 다같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들이 아닌가.

2014-09-03

변방에서 본 앞선 두 신드롬

▲ 임재현 편집부국장날씨는 그 어느 해 보다 식었지만 신드롬 두 개가 달궜던 8월이 가고 있다. 얼마 있으면 서둘러 닥칠 추석 아침에 올해는 어떤 가을의 성찰을 해야 할까. 이 편한 세상에 제수 용품 걱정이 없으니 가을걷이가 아니라 `한해걷이`가 바빠지는 걸까.좁은 좌석에 끼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프랑크푸르트 공항 도착이 멀지 않다. 기금의 지원을 받아 양극화 문제 해소와 실업극복 사례를 찾기 위한 간만의 해외 취재길이다. 긴 시간을 교황과 이순신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검색을 하면 두 사람이 마치 신조어 인듯 합쳐져 `신드롬`이란 단어와 함께 온라인을 누볐었지.`영웅의 부재가 빚은 현실`이라는 파악이 대체적이었다. 맞다. 내치(內治)는 공직에 대한 잇단 호통이 상징하는 여성 지도자의 비장함으로, 외치(外治)는 북한과 일본에 대한 원칙을 내세운 전략이 지지도를 키워간 대통령이었다. 그날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국민의 마음을 마치 무정부상태와 같은 광야로 내몬 진도 앞바다를 보기 전까지는. 50여년전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김주열의 시신이 자유당 정권의 부패를 둥둥 띄워 보여줬다면, 세월호의 허연 배 밑창은 성수대교와 삼풍의 `빨리빨리 병`에서 더 퇴행한 `관피아 암`을 드러냈다.하지만 `사고 전과 후가 다른 나라가 될 것`이라던 절박한 성찰은 또다시 냄비근성의 한 근거가 될 공산이 커간다. 뒤이은 두 영웅의 신드롬이 전철을 걷고 있듯이. 역사에서 배우진 못한 옆 나라 백성을 탓하기 전에 목전에서 피와 땀이 철철 떨어지는 `역사의 초침`(秒針)인 사초(史草)들에 전율하고도 또 비극과 성찰의 교훈을 잊어갈 건가.노구의 교황은 현장을 중요시했다. 왕의 처소와 같은 청와대에서 무뚝뚝했던 행복바이러스는 지역에서 청년과, 장애인과, 아이들과 만날 때 비로소 다시 피어났다. 앞선 교황을 맞기 위해 대구대교구가 쓴 애를 이번에는 대전에서 기꺼이 받았다. 소외되고 상실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이를 위한 현실적 변화 노력을 촉구한 외침은 지역에도 위안이 된다. 소외와 상실은 지역이 처한 불균형의 딜레마와도 겹치니까. 특히 어찌 보면 지역은 중앙과 수도권 패권주의가 군림하는 `서울민국`에서 교황이 살갑게 보듬는 시장 실패 영역의 행정 단위이기도 하다.그래서 지역의 성찰과 결의는 마치 동병상련과 같은 시·군의 연대감처럼 공유·지속돼야 한다. 중앙에서 뿌리 내린 관피아의 폐해가 멀리 호남 변방 진도에서 격발되고 주민들의 생업 고통에 이어지는 현실을 기억해야 한다. 중앙의 권부에서 은밀하게 잉태된 부정들은 대부분 변방에서 본색을 드러내어 민초의 고통으로 번져갔다.이 땅의 이름 없는 산천에 걸쳐진 변경(邊境)이 그랬고 그에 붙박혀 살던 의병들이 그랬다.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즉 `호남이 없었다면 나라도 없었을 것이다`는 충무공의 기록을 지역주의의 잣대로 판단할 일도 아니다. 지리적 요충이든, 호남인의 노고 때문이든 왕이 도망간 조선 팔도의 변방들은 모두 국난 극복의 중심 현장이었다. 경상에 곽재우가 있었듯 관북에 정문부가 있었으며 그 주력은 의병이었다. 지방에 부임한 여느 방백, 여느 장수가 마치 출세를 보장할 운세의 고향이 서울인 듯 복귀에 수구초심, 실의에 빠져 공사를 저버리던 세태에 그는 지역과 밀착해 위기에 대응했다.복잡했던 생각들이 정리되는 즈음, 비행기는 드디어 서유럽 선진국의 땅을 쳤다. 주로 독일과 영국, 앞선 협동조합의 성공 사례가 취재 대상이다. 사회적 경제의 상징으로 박근혜 정부의 관료들이 앞서서 권장하고 있지만 오해가 많은 기업 형태. 시장 실패 영역의 자구책이자 대안이라는데 편견은 많다. `좌파다, 아마추어 경영이다, 대충하다 접는다`, `교황=공산주의자`이라는 실패한 편견이 양극화에 절박한 우리 사회에서도 그 전철을 밟기를 바란다.그 사이, 컨베이어가 쏟아낸 수하물 속에 내 트렁트가 보인다. 그런데 손잡이 표식이 노란 리본이다. “혹시 내가 좌파로 보이진 않을까”. 유럽까지 따라온 천덕꾸러기 악령에 웃음이 났다.

201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