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풀(Colorful) 대구`, `프라이드(Pride) 경북`, `하이(Hi) 서울`,`이츠(it´s) 대전`, `다이내믹(Dynamic) 부산` 등은 우리나라 도시브랜드 슬로건들이다. 도시브랜드 슬로건이 난무하고 있지만 딱히 뇌리에 남는 것은 없는 듯하다. 슬로건이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보거나 들었을 때 그 의미가 확실치 않고 호기심을 유발하지 못한다면 좋은 슬로건이 아니다. 슬로건은 도시의 정체성을 충분히 표현하는 한편 미래지향적 가치를 지녀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신라천년 고도인 경주시의 `뷰티풀(Beautiful) 경주`도 마찬가지 범주다.
이런 가운데 행정고시(차관) 출신으로 역사·문화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갖고 있는 최양식 경주시장이 최근 `골든 시티(Golden City) 경주`를 주창하고 나섰다. 경주가 좀 더 세계 속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이덴티티`가 명확하지 않은 현재의 도시브랜드 슬로건을 내려놓고 역사를 바탕으로 한 실체적·비전적인 `황금 도시(Golden City)`로 말을 갈아타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 시장은 “신라 시조 혁거세왕 때 왕성(王城)이 금성(城)이었고 사료에 황금이 많았던 곳으로 나오는 가운데 고분에서 금관이 출토되는 등의 충분한 근거와 다량의 황금 유물이 있는 만큼 세계적인 고품격 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역사성을 근거로 황금 도시의 가치를 충분히 알리고 위상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내년 초 `골든 시티(Golden City)` 선포식과 함께 장기적으로 황금박물관 건립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황금박물관에는 금관 등 황금 유물이나 그 금모형을 제작, 황금을 좋아하는 중국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신라천년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온전히 세계에 알리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도시브랜드 슬로건은 감성적이면서도 자극을 주는 것이어야 성공할 수 있다. 이런 의미로 볼 때 `골드시티`는 부르기도 편하고 역사성과 실체적 진실을 바탕으로 한 후속 조치와 더불어 외부인에게도 그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외국 사례로 볼 때 음탕한 분위기에서 툭하면 파업을 하는 도시의 이미지가 강했던 영국 런던은 1990년대부터 `London is changing`이라는 캠페인을 전개, 창의적·개방적인 도시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Iamsterdam(나는 곧 암스테르담이다)`이라는 도시 슬로건 구조물에서는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도시브랜드를 가장 잘 만든 곳은 미국 뉴욕이다. 뉴욕의 `I Love NY`이라는 로고는 이미지를 크게 부각시키고 선양한 브랜드로 손꼽힌다. 70년대 중반 석유 파동 이후 경기 침체의 늪에 빠져든 뉴욕주는 관광수입이 급감하자 75년에 대대적인 캠페인에 나서 `I Love New York` 이라는 문구를 창안, Love를 빨간색 하트 모양으로 대체해 강력·심플한 로고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자부심과 공동체의식을 불어넣으면서 1년 뒤 관광수입 증가액이 1억4천만 달러나 됐다. 그 후 10년 간 같은 내용의 광고를 지속, 뉴욕주는 세계 속의 `매력 도시`로 각인됐다.
이렇듯 오늘날 세계 주요도시들은 그 도시의 역사성이나 정신 문화 등을 함축한 슬로건 및 상징물을 내세워 관광산업의 고유 브랜드화를 시도하면서 실제로 중요한 수익 창출원이 되고 있다. 특히 도시브랜드는 그 도시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이고 소속 공무원들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행정 집행과 시민들과의 소통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도시 운영 요소이기도 하다.
기업과 상품 브랜드가 해당 기업의 이미지와 상품의 질·서비스 등을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도시브랜드는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한편으로 시민들에게 일종의 자부심을 심어주고 감동을 느끼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 1천400만, 중국인 관광객 1천만 명 시대를 맞아 신라 천년왕경 경주시가 그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골든 시티` 같은 역사적 스토리를 가진 강력한 문화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