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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자성어

등록일 2014-12-31 02:01 게재일 2014-12-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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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형 정치경제팀장·국장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선정했다.

전국의 교수 7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201명(27.8%)의 교수들이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휘두르는 상황`을 가리키는 지록위마를 선택한 것이다.

지록위마는 사기(事記)에 나오는 고사다. 진시황제의 아들인 진나라 2대 황제 호해가 즉위할 무렵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환관 조고는 호해에게 사슴()을 말(馬)이라며 바쳤다. 호해가 “사슴을 어찌 말이라고 하는가”라며 물었지만 대부분의 신하들은 조고의 위세가 두려워 호해에게 “사슴이 아니라 말이다”라며 거짓말을 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대답한 신하들은 처형했다. 환관의 국정농단을 비유한 지록위마를 선정한 의미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많은 170명(23.5%)의 교수들이 꼽은 `삭족적리(削足適履)`도 공감을 얻고 있다. `발을 깎아 신발을 맞춘다`는 뜻으로 억지로 맞춘다는 의미다. 세월호 참사 당시 어설픈 구조활동을 한 해경과 사고원인과 구조실패의 책임을 확인하기보다는 이를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시킨 정치권을 겨냥한 말이다.

특히 정윤회와 문고리 3인방, 십상시 등 청와대 측근들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서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각본 대로의 수사결과 등을 연상케 한다.

중소기업인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기진맥진(氣盡脈盡)`을 꼽았다. 세월호사고 여파로 인한 내수부진과 엔저 파동 등 1년 내내 경영악재를 헤쳐 나오느라 지친 중소기업의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소기업인들은 이어 2015년 사자성어로 `필사즉생(必死則生)`을 들었다. 내년 한 해의 경영환경이 생사를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죽기를 각오하고 경영에 임해야 겨우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어 `거주양난(去住兩難)`과 `속수무책(束手無策)`도 그 다음으로 꼽혔다. 내년 한해가 위기일 것임을 잘 알고 있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극세척도(克世拓道)`를 택한 중소기업인들도 많았다. 내년 한 해가 위기지만 적극적인 투자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도 2년이 다 돼 간다.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2012년 12월, 교수신문은 그해의 사자성어로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는 뜻의 `거세개탁(擧世皆濁)`을 꼽았다. 이 말은 초나라의 충신 굴원(屈原)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에 실린 고사성어다. 굴원이 모함으로 벼슬에서 쫓겨나 강가를 거닐며 초췌한 모습으로 시를 읊고 있는데, 고기잡이 영감이 그를 알아보고 어찌하여 그 꼴이 됐느냐고 물었다. 이에 굴원은 “온 세상이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 뭇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서 쫓겨났다”고 답했다.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할 지식인과 교수들마저 정치참여를 빌미로 떼거리로 몰려다니고 진영논리와 당파적 견강부회가 넘쳐나 세상이 더욱 어지럽고 혼탁했던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이자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목전에 둔 당시 박 당선인에게 바라는 사자성어로는 `구세제민(救世濟民)`이 꼽혔다. 취업포털 `사람인`조사 결과 선정한 이 말은 `세상을 구하고 민생을 구제한다`는 뜻으로, 청년실업난 등 어려운 경제를 살려달라는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또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달라는 `소언다행`, 사사로운 욕심을 버리고 공을 위해 힘써달라는 `멸사봉공`, 허물을 고치는 데 인색하지 말라는 `개과불린`,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와달라는 `억강부약`이 뒤를 이었다. 박 당선인이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는 빈말만 하고 실행을 하지 않는 `공언무시(空言無施)가 첫 번째로 선정됐다.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늘 말했던 박 대통령의 소신을 당시 국민들은 철썩같이 믿었고 기대했던 셈이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지났다.

박근혜 정부는 내년 2월이면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아직 3년의 임기가 남아 있다. 사람 목숨으로 치자면 산 날보다 살 날이 더 남은 셈이다. 국내외 상황이 엄중한 시기다. 박근혜 정부는 `공언무시`하지말고 `구세제민`에 매진하길 국민들은 원망섞인 기대를 하고 있다. 내년 이맘 때는 멋진 사자성어가 탄생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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