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덕 포항시장이 취임한지 6개월째 접어들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이 시장은 포항호(號)의 선장으로서 그 역할에 나름대로 충실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첫 번째 시험무대가 바로 눈앞에 다가 온 조직개편과 인사(人事)다. 이달 말이면 새롭게 바뀌는 행정기구에 새로운 적임자를 배치하게 되고, 또 공로연수를 떠나는 구청장, 국·과장 자리에 새로운 인물을 발탁해야 한다. 이 시장이 그동안 집무실 벽에 걸어놓은 국장, 과장, 계장 등 460명에 달하는 시청 직원들의 얼굴사진을 매일 들여다보며 최상의 조직구성을 완성시켜 놨을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바뀌는 행정기구를 보면 본청의 경우 현행 4국 4담당관, 30개과에서 4국 3담당관, 28개과로 개편된다. 예전 박승호 시장이 짜 놓은 시민소통담당관, 테라노바담당관, 기업유치과, 창조산업에너지과, 국제협력과, 회계과, 도로과, 재난방재과 등 8개과는 사라진다. 이강덕 시장이 창조도시 구현을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개편되는 행정조직의 성공여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그 결과물이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인사 역시 적재적소에 누구를 배치하느냐에 달렸다. 첫 인사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누구를 어떤 자리에 앉히고, 또 어떤 인물을 국·과장에 배치해야 조직이 잘 돌아갈 것인지를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인사는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고유 권한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합리성과 보편타당한 순리에 부합해야만 한다. 시청내 공무원들이나 일반 시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인사라면 잘못된 것이나 다름없다. 잘못된 인사는 항상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달 말 단행될 국·과장(4, 5급) 승진인사를 앞두고 벌써부터 시청 안팎에서는 온갖 추측성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인사발표가 나오기도 전에 자칫 `인사역풍`에 휩싸이게 될지도 모른다. “모 사업소장과 모 국장이 서로 자리를 맞바꾼다, 공석인 모 사업소장자리에 모 과장이 이미 내정됐다, 정년을 2년 남겨둔 모 국장이 공로연수를 앞당겨 신청한다, 모 구청장이 용퇴할 것”이라는 등등의 소문들이 나돌고 있다. 소문은 어디까지나 소문에 그쳐야 한다. 괜한 소문으로 생사람을 잡아서는 안된다.
요즘 시청안팎에서 용퇴(勇退)라는 말이 자주 거론된다. 용퇴란, 사전적 의미에서 보면 조금도 꺼리지 아니하고 용기 있게 물러난다는 뜻이다. 어디까지나 본인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이슈가 정년을 6개월 남겨 둔 서기관 2명(북구청장, 시의회 사무국장)의 등용문제다. 이강덕 시장이 6개월 남은 이들을 과연 어느 곳에 배치할 것인가를 놓고 공직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들 스스로가 용기있는 선택을 하지 않는 한 재배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시장이 가장 고민스러워 하는 것도 바로 이 문제일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정년이 2년6개월이나 남은 정기태 전 건설도시국장이 후배공무원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용기있는 선택을 했다. 명예퇴직은 그야말로 본인의 명예나 다름없다. 정 전 국장과 같은 아름다운 용퇴가 아쉬운 대목이다.
지역의 한 원로가 이번 포항시 인사를 앞두고 한 말이 문득 생각난다. 인사가 만사이듯, 어떤 경우에도 정실과 역차별 인사는 안된다고 했다. 시장의 친인척이고, 고향 선후배여서, 고교 동문이라고 해서 역차별 받아서 안된다는 말이다. 반면, 시장과 아무 연고도 없지만 실력과 능력, 비전,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발탁돼야 한다는 것과도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인사권자의 합리성과 정년을 앞둔 서기관의 용기있는 선택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인사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