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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여론은 건강한가?

등록일 2014-11-05 02:01 게재일 2014-11-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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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현 편집부국장

최근 포항에는 여론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검찰 발 사건이 발생했다. 사태가 막바지에 가서야 구속 여부를 놓고 지역에 들끓었던 추측은 말 그대로 뒷북이었다. 검찰은 `설마 구속영장 청구까지야 가겠느냐`던 자신들의 향한 예측에 `오판`임을 판정하는 딱지를 붙였다.

오랜 기간 지역에 미친 영향과 민관을 오가며 축적된 역량 등으로 따져보면 해당 정치인이 위기를 피해가리란 예상도 그리 근거가 없진 않았다. 특히 검찰 관련 민간단체의 장까지 역임했으니 더욱 그랬다. 유죄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이번 일은 국민의 법감정을 바라보는 검찰의 눈높이가 확실히 달라졌음을 실감케했다.

이번 일은 또 다른 점도 시사한다.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면 그 실체의 본말(本末)에 대한 정보는 물론 시시비비(是是非非)까지 여론의 시장에서 더 활발하게 유통될 것이다. 한 마디로 지역사회가 `명경알` 같이 더 투명하게 속을 보여 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동안 향촌질서의 특성이 남아 있는 지방도시에서 과도한 연고주의가 정상적 여론의 형성과 흐름까지 해쳐온 현실을 고려하면 최근 우리가 겪은 생채기에서는 미래의 새살을 돋게 할 희망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전임 시장에 대한 여론은 어떤가. 최근 몇 개월 동안 벌어진 일만 놓고 본다면 서울의 정치무대 보다 더 살벌한 얼음판이란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선출직 공직자는 퇴임 후에야 공과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염량세태(炎凉世態)`란 옛말이 그야말로 그들의 가슴을 도려낼 만큼 폐부에 와 닿는 것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우리는 동향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알게 모르게 동정의 마음을 보내고 있다.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판단은 역사에 맡기자는 여당의 옹호가 아니더라도 정책의 효과와 평가는 장기적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4대강 사업과 사정은 다르지만 앞으로 전임 시장은 TP2단지나 음폐수처리장 사업의 파행으로 인해 비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밝힐 부분이 있다면 그 결과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릴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과오가 드러난다면 가장 큰 벌은 정치적 징벌이 될 것이다.

아직은 그도 엄연히 무죄추정 원칙의 보호를 받고 있다. 그는 강력한 추진력의 이면에서 자기 주장이 강해 지금 크고 작은 재앙을 겪고 있지만 시민이 선택해 굵직굵직한 성과를 낸 단체장이었다. 비리 혐의가 확정되지도, 드러난 추문을 비롯해 결정적인 도덕적 비난도 없다면 전임 단체장은 잠재적 원로로서 지역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적어도 이점에서 미국의 대통령에 대해 여론은 우리보다 훨씬 더 관대하다.

이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오늘 `고려장(高麗葬)`에 사용한 지게는 언젠가 되돌아 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최근 서울에서 열린 포항 및 출향인사들의 행사는 포항시를 위한 `반면교사`가 돼야 할 것이다. 지역의 인재를 위해 어렵게 성사시킨 시설에 가장 큰 유공자 중의 한사람에게 공식 초청의 예우를 하지 않은 일은 실수라고 하기엔 미풍양속에 안 맞다.

결국 여론주도층이 한 지역에 미치는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포스텍 총장 선임 문제를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이번 일은 대학과 지역사회 간의 평소 여론 교환 및 공유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줬다. 시작은 늦은 감이 있었지만 이번 일에는 주로 연임 반대 교수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지역에 알리려고 노력했다.

그 선두에는 평소 지역과 여론의 길을 터놓은 극소수의 교수가 섰다. 종합대학이건 아니건 대학은 지역사회의 바다에 뜬 배와 같다는 논리가 결코 혁명 상황의 언사가 아님을 절감했으리라 생각한다. 총장 연임 찬반 여부에 대한 지역 여론의 향배는 이번에도 드러나지 않았다. 결과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사회가 열리는 오늘의 아침을 맞아 저 태양처럼 더 분명히 떠오르는 각성은 있다. 포스텍처럼 그 창학(創學)부터 지역과 연고가 한 뿌리인 대학 총장에 대한 고민은 지역민과 함께 해야 하며 그 메신저는 바로 교수사회라는 것이다. 특히 그 지역의 여론 형성에 평소 더 책임 있게 임해왔다면 시민들은 더욱 그 의견을 경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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