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2人者가 1人者 되려면

등록일 2014-10-29 02:01 게재일 2014-10-29 18면
스크랩버튼
▲ 윤종현 편집부국장

정치 달인이자 영원한 권력(權力) 2인자였던 김종필씨(이하 JP). 그는 1961년 제2군 부사령관이던 박정희 장군과 더불어 5·16군사혁명의 주체세력이 되어 박정희 정권을 탄생시켰다. 이후 35세 나이에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미국식 정보기관인 중앙정보부(中央情報部)를 설립하고, 초대 수장이 됐다. 이어 유신 및 DJ 정부에 이르기까지 권력핵심부에 있었다. 그런 그도 10·26 사태로 유신정권이 침몰되면서 들어선 신군부 핵심인 전두환 측으로부터 부정축재자(不正蓄財者)로 몰려 보안사에서 수모를 겪는 등 파란(波瀾)의 정치인이다.

박정희 정권의 후계자로 거론됐던 JP가 `보안사 수모`를 겪자 당시 `2인자` 위치에 있었던 노태우 보안사령관이 위로연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JP가 노 씨에게 가르친 `2인자 처세(處世)`는 절묘하다.

“2인자는 절대로 1인자와 10cm도 떨어져서는 안된다”

중국의 제갈공명(諸葛孔明). 공명은 촌부(村夫)인 유비를 왕으로 한(漢)이란 국가를 창업하는데 일등공신이었다. 그는 유비 정부의 최고 실세이자 그와 버금가는 권력을 쥐고 있었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유비를 제거하고 권좌에 오를 수 있었지만 주군을 배신하지 않고 2인자로 머물렀다.

북한에도 2인자는 있다. 그러나 노동당 권력지도에 표시되는 2인자는 언제든지 나락(那落)에 빠진다. 북한의 1인자는 김씨 일가며, 권력유지를 위해 수시로 2인자를 제거해 권력에 대한 도전을 절대 용납하지 않고 있다.

정국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중국 발(發) `개헌발언`으로 요동치고 있다. 그는 지난 당 대표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심복인 서청원 의원을 물리치고 대표 직(職)을 쟁취하면서 여당 내 최고 거물(巨物)로 부각됐다.

김 대표는 여·야는 물론 언론에서 차기`대권후보`이자 여당 내 2인자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레임덕이 빨라질 것이다`는 루머와 더불어 급부상되고 있는 김 대표의 위상을 지켜보는 박 대통령과 친박세력의 심사는 불쾌감뿐일 것으로 추측된다.

대한민국 권력의 축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하지만 미래권력의 중심으로 떠오른 김 대표가 개헌발언으로 `대형사고`를 친 것이다. 그의 발언은 국내 정치개혁이나 선진화에 꼭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시`와 `때`가 있는 것인데,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인 상황에서 외국에서 핵 폭탄급 발언을 터뜨려 버렸다. 이 발언에 소신과 정치 철학이 담겼다면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하는데 그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자세를 급속도로 낮춰버렸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걸까?

그는 대통령 임기가 3년이란 세월이 남은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중임제 개헌을 주장했을 때 현 권력자의 심정은 어떨까` 하는 것을 계산치 않은 우(遇)를 범했다.

아무리 정치가 생물이라고 하지만 확고부동한 위치가 아니면 2인자는 목적 달성을 위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사례를 우리는 무수히 봤다.

김 대표는 1990년대 초 김영삼 정부 출범 당시 40대 초반 나이에 내무부 차관까지 지낸 5선 의원이다. 그도 권력의 속성을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 권력은 항시라도 정치적, 경제적 생사여탈권(生死與奪權)을 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도 알 것이다. 김 대표가 설난(舌亂)을 어떻게 극복할 지 지켜볼 만 하다.

`찻잔이 차 주전자로부터 물을 얻고자 한다면 찻잔의 위치는 분명 차 주전자보다 낮아야 한다`는 것이 불변의 진리다. 2인자 위치에 오르기도 어렵지만 추락하는 것도 일순간이고, 1인자가 되기까지는 각고의 노력과 함께 천운(天運)도 따라야 한다. 비단 김 대표만 아니라 적어도 큰 정치를 하려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궁신접수(躬身接水·물을 얻으려면 몸을 숙여야 한다) 정도는 머릿속에 새겨야 할 것이다.

데스크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