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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이 필요한 때

등록일 2014-12-10 02:01 게재일 2014-12-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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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화 문화체육부장

새해 달력을 책상앞에 세운 게 어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달력만 덩그러니 남았다. 매년 이맘 때면 모든 사람들은 한 해를 되돌아 본다. 성취의 기쁨보다 한 해가 뜻대로 되지 않은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올 한해를 되돌아보면 포항스틸러스의 올해 성적에 대해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포항은 올해 리그 4위로 마감했다. K리그 우승도 놓쳤고 FA컵과 ACL은 16강과 8강에서 탈락했다.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ACL 플에이오프 티켓마저 놓쳤다. 포항의 주어진 여건에서 최상의 성적을 냈다고 수긍은 하지만 전년도 더블 챔피언으로서의 기대감, 종반까지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오다 막판에 뒤집기를 당한 아쉬움이 더욱 크다.

사람들은 늘 어떤 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만약이란 가설에 기대려는 속성이 있다. 포항의 올해 K리그 성적은 16승10무12패. 승리를 하지 못했던 22경기에서 단 1경기만 승리했더라면 막판 서울에게 골득실차로 순위가 뒤집히는 일을 없을 것이다. 리그 전체 경기 가운데 어느 한 경기 중요하지 않았던 경기가 없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더욱이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렸던 포항과 수원의 리그 최종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4위 서울에게 승점 3점 차로 앞서 있었던 포항은 이날 경기에서 무승부만 해도 자력으로 3위를 확정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대부분 포항의 무난한 3위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선제골을 넣고도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경기에서 축구도시로 자부하는 포항시민들의 응원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이날 경기는 ACL 출전권이 걸린 중요한 일전이었다. 포항이 ACL에 출전하면 동아시아 클럽들이 포항에서 최소한 3경기를 치러야 하고 결승까지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4경기를 더 치를 수 있다. 포항시민들은 아시아 최강 클럽들간 수준 높은 경기를 관전할 수 있고 포항시로서는 포항의 도시 브랜드를 대내외에 알릴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요한 경기였지만 포항 홈팬들의 응원은 너무 초라했다. 포항시장을 비롯한 지역 주요 인사들은 경기장을 외면했고 이날 경기의 관중은 7천537명으로 올 시즌 포항홈 경기 평균관중 9천393명보다도 훨씬 적었다. 결국 포항 지역 기관장을 비롯한 시민들의 응원의 힘이 더해졌더라면 선수들이 더욱 힘을 냈을 것이고 경기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진한 여운이 남는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에게 응원은 큰 힘이 된다. 팬들의 박수와 칭찬, 격려는 선수들에게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한다. 응원의 힘은 잣대로 잴 수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힘을 주고 때로는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심리학에 사회적지지 이론이 있다. 사회적 지지체계가 견고한 사람, 즉 힘들 때 주변으로부터 관심과 응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문제상황을 더 잘 극복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주위 사람들로부터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자신감을 높이고 실제로 처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을 맞아 따뜻한 마음이 더욱 그리워지는 시점이다. 살림살이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세상 살이가 갈수록 어려워만 지니 사회 곳곳에 불평과 넋두리만 가득하다. 이럴 때일수록 한해의 성과에 박수를 보내고 실패를 보듬어 주며 서로 격려하고 신뢰하는 마음, 응원의 힘이 더욱 필요하다. 기대고 의지할 곁을 내어주며 서로 보듬어줄 수 있는 응원의 힘은 더 큰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서로를 응원하며 따뜻하게 한해를 마무리하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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