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이우환 화백의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건립`사업이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대구시가 그동안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이우환 화백을 직접 초청해 설명회 및 간담회를 가졌으나 사업 추진에 가장 중요한 작품구입비 문제가 불거지며 논란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우환 화백은 지난 11일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열린 미술관 건립 설명회를 열고 미술관 건립에 대해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 화백은 그동안 본인과 친한 미술가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는 `만남의 미술관(부제: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이 건립되면 국제적으로 자랑거리가 되고, 대구가 국제 문화도시로 거듭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이 화백은 이날 미술품 구입 등에 대해 내가 구상하고 있는 작가들의 미술관 컨셉으로 해서 세계적인 미술가 9~11명의 작품으로 방을 채울 계획이라고 밝히고, 어떤 작가의 작품은 500~600만 달러라하고, 또 다른 작가는 100만 달러에 이른다면서 작품 구입비로 얼마나 많은 돈이 들지는 자신도 입을 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 화백은 미술관을 채울 작품은 화랑을 통해 구입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밝혀 대구시가 그동안 주장한 작품제작지원비 100억원은 허구인 것으로 드러나 대구시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으로 신뢰도도 상처를 입었고, 예산 문제에 대해 대구시의회와의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우환 미술관 건립은 지난 2009년 김범일 전 대구시장과 일부 고위공무원들의 판단 등 사업 추진부터 밀실행정으로 일관하면서 사업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못했고, 미술관 부지 선정과 설계도 등 모든 과정도 대구시의 입맛대로 했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지역 문화단체와 시민단체 시민은 물론 언론과도 불신의 벽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대구시의회도 지난 2011년 제198차 임시회에서 가칭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건립 계획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대구시는 지난해 대구시의회로부터 건축비 297억원, 작품제작지원비 100억원에 대해 승인을 받았다.
민선 6기 권영진 시장의 출범과 함께 이우환 미술관 원점 검토 여론이 팽배해지자 최근 대구시는 이우환 화백을 서둘러 초청해 사업 추진의 계기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대구시가 그동안 밝혀왔던 작품구입비가 허구였던 것으로 드러나며 사업 추진에 또 다른 걸림돌만 생긴 꼴이 됐다.
이날 이우환 화백은 구상한 작가들의 작품가격은 지난 2009년 사업 추진 단계 당시보다 적게는 3~4배, 많게는 10배나 뛰어올라 있어 작품구입 예산에 대해 입을 뗄 수 없다고 밝혀 대구시가 예상하는 예산을 크게 초과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돼 작품 구입에 나서는 시점이 되면 지방비로 충당해야 하는 작품구입비는 대구시가 예상하고 있는 전체 사업비 400억원을 훨씬 뛰어넘어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대구시의 일방적인 추진에 대해 불만을 가져왔던 시의회에서는 이우환 미술관 관련 예산을 증액해 요청할 경우 이에 대해 불허할 계획이라고 강력하게 밝히고 있고, 최근에는 이우환 작가가 밝힌 영입 예정 작가들이 삼성 등 대기업 친화적 인물들이어서 자칫 국민의 혈세로 지어진 미술관이 특정 대기업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며 지역 미술계 등 문화예술단체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이우환 미술관 건립을 반대하는 등 점차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우환 화백은 자신의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이미 대구시의회에 건축비 297억원과 미술품구입비 100억원은 승인을 받았다. 예산의 범위내에서 미술관 건립을 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방안을 내놓든지, 이제는 대구시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