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앞둔 포항상의 회장 선거가 벌써부터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6·4지방선거의 포항시장 선거보다 오히려 더 달아오르는 느낌이다. 상의 회장은 포항시장에 이어 제2의 기관장으로 불릴 만큼 영향력이 막강한 자리다. 그렇기에 상공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오르고 싶어 하는 감투자리이기도 하다.
내년 3월에 치러질 제22대 포항상의 회장 선거에도 자천타천으로 4~5명의 상공인이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자칫 지난 21대 선거처럼 과열로 치달아 편 가르기나 이전투구가 벌어지지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
공교롭게도 그런 조짐들이 벌써 감지되는 것 같다. 후보들은 더 많은 상공의원을 확보하기 위해 학맥, 인맥을 총 동원하는가 하면 물밑에서 상공인들과 자주 접촉하는 등 이미 선거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호수 위를 한가롭게 헤엄치는 오리마냥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상대방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조차 신경 쓰인다. 오는 9월 상공의원 대의원 총회가 열리면 이 자리에서 어느 정도 조율을 거쳐 최종적인 출마자의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현재로서는 모두가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이들은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 대신 “많이 도와 달라”고 했다.
지역의 원로 상공인들도 벌써부터 분열을 걱정하고 있다. 일부 상공위원들은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예전의 추대형식으로 회장을 뽑는 것을 은근히 바라고 있다.
지난 21대 선거만 최병곤 현 회장과 박병재 후보가 맞붙어 최 회장이 당선됐지만 그 이전에는 모두 추대형식으로 회장이 선출됐다. 투표로 결정하는 선출방식이 가장 민주주의적이라고 하지만 선거 그 자체가 경쟁이고, 최후의 1인자만 살아남기 때문에 과열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선거다.
지난 21대 포항상의 회장 선거를 치르면서 많은 상처와 교훈을 남겼다. 당시 선거를 앞두고 상의 회원과 상공의원들에게 실명의 괴편지가 나돌았는가 하면 후보자 서로 간에 오해 아닌 오해로 갈등을 겪는 등 심한 선거 후유증까지 남기기도 했다. 누가 상의 회장이 되든 그것은 차후의 문제다. 포항이 상의회장 선거로 패가 갈려 쪼개진다면 이는 누가 승리하더라도 결코 포항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더 걱정되는 이유다.
서로 힘을 모아 포항의 시너지를 극대화시켜도 모자랄 판에 선거로 인해 힘이 분산되고 낭비되서는 안된다. 글로벌 철강경기 침체로 포항철강공단 업체들이 그 어느때보다도 힘들어 하고 있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 기업이 상의회장 선거 때문에 지장을 받거나 혼란을 겪어서는 더더욱 안될 것이다. 철강도시 포항의 현주소를 똑바로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자주 들먹인다. 당연하고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우리의 산업화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빚어졌고 그 후유증은 풍요를 무임승차한 오늘날 우리들 모두의 부채임을 명심해야 한다. 포항이 상의회장 선거로 패가 갈려 서로 불신하고, 갈등을 초래하게 된다면 이는 누가 승리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일 것이다. 상의 회장 선거가 비록 9개월이나 남았다고 하지만 결코 긴 시간은 아니다. 추대가 아니라면 선거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난번과 같은 상처는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포항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상공인이라면 현명하고 슬기로운 판단을 해야 한다. 무엇이 포항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 어떻게 해야 포항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위기에 처한 `포항호(號)`를 구하기 위해 누구를 선장으로 선택해야 하는지를 지금부터 미리 생각해 둬야 한다. 포항경제 3년이 달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