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말씀이다. 모든 화(禍)는 혀(舌)에서 나온다고 했다. 이는 말을 할 때 신중하게 정제된 용어를 사용하라는 경구(警句)다. 다시 말해 부적절한 언행, 즉 잘못된 `혀 놀림`은 다시 자신의 입으로 되돌아와 설화(舌禍)를 당한다.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부적절한 발언, 망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치인과 지도자들은 부지기수다. 중요한 것은`설화`를 일으킨 당사자는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인이 실언과 망언을 할 경우 정계에서 퇴출당하고, 공직자는 그 직(職)에서 경질되는 등 그 수모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언론과 국민은 설화를 일으킨 인사에 대해 `무뇌(無腦) 소유자`라는 오명을 붙인다. 그리고 선출직의 망언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이를 기억해 두었다가 선거 때 표로 철저히 `응징`한다.
신라 천년 고도 경주가 방폐장 유치 이후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그 중심에는 국내 전력사업자인 한수원(주)과 지역 지도자들이 있다. 따라서 한수원 본사 건립 등 후속 사업에 대해 지역 국회의원이나 시장 등 지역 지도자들이 시민의 `여망`에 따라 성실히 수행해 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당시 정권 실세이자 지역 국회의원인 정종복씨가 그 방향을 흔들어 지금까지 분란이 되었고, `비정상`이 `정상`이 된 채 추진되고 있다. 결국 정씨는 총선에서 두 번 낙마, 정계복귀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민의(民意)에 반하는 지도자의 말로는 처참하다는 사례가 분명히 있는데도 현재 경주지역 국회의원과 시장은 이를 못본 듯 행동하고 있다. 한수원 본사 사택, 사무공간 사업추진에 있어서도 두 지도자의 행태는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일부에서는 국회의원과 시장이 사무공간 제공자인 김일윤 전 의원과 `정치적 감정`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두 지도자들은 지역경제활성화는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가 되니 걱정이다. 더욱이 한수원 사택 입지마저 시민사회의 여론수렴 없이 지난 연말 정수성 국회의원 주도하에 결정됐고, 공천을 앞둔 시장은 말 한마디 못하고 들러리를 서는 모양새였다.
정 의원은 또 지역기관장, 관변단체장, 상공인 등 400여명이 참석한 신년교례회장에서 “이 시간 이후부터 서라벌대학 운운하는 사람은 경주를 망치는 사람이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서라벌대학 문제를 이슈화하는 사람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그가 이같은 발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이란 절대적 무기를 가진 자신이 경주의 정치적 맹주이자 무소불위라는 자만심에 빠져 있기 때문은 아닌가. 신년교례회에 참석했던 모씨는 “군사정부 때도 지역 국회의원이 이같은 협박성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현역인데도 집권당 공천에서 배제됐다가 공천자 `손동진`전 동국대 경주캠퍼스 총장 `금품사고`로 기사회생하기도 했다.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발전을 위해 혼신을 다해야 할 지도자가 주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적 행태를 보여서 될 일인가. 주민을 대변하고, 주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국회의원이 협박성 발언을 하는 것은 지도자로서의 격(格)에 맞지않는 행보다.
국내 정치인 중 가장 신중한 언사를 구사하는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여수 기름사고에 있어 윤진숙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과 관련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하는 공직자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해직조치했다. 본받아야 할 태도다.
다산 정약용은 “백성이 관리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관리가 백성을 위해 있어야 한다.언제나 백성의 편에 서서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애국애민의 실천에 앞장서라”고 했다. 경주를 이끄는 두 지도자는 어떤 경우라도 주민들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이나 군림하는 자세는 주민들이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