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전이 한창이다. 지역의 심부름꾼을 손수 선택하는 민주주의 축제의 장이다. 지역민의 지도자를 스스로 선택해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지만 그 지위에는 항상 권력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지역의 많은 후보자들이 각기`충실한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읍소를 하지만 실제`권력`을 차지하고 싶다는게 더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어렵게 얻은 지위와 권력은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두 번이고 세번이고 그 자리를 계속 지키고 싶은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쟁취한 권력의 달콤함에 취하기보다 언젠가 반드시 내려놓아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 언젠가 내려놓을 권력이면 내려올 때, 물러날 때를 판단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역사는 권력을 놓친 아쉬움보다 큰 허물 없이 임기를 마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것을 권하고 있다.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에게 입버릇처럼 되뇌이는 말이 있다. 박수 칠 때 떠나라. 모든 지도자들의 업적에는 공과가 있기 마련이다. 최고의 성과를 달성했을 때 떠나면 치적만 남지만 계속 권력을 쫓아가면 치적은 대부분 희석되고 잘못된 점들이 주로 기억된다는 말이다.
귀거래(歸去來)란 말이 있다. 관직을 그만두고 시골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중국 진나라의 도연명이 41세 관직을 버리고 고향인 시골로 돌아오는 심경을 읊은 시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유래한 말이다. 권력에서 물러날 때 흔히 인용된다.
귀거래의 대표적인 인물로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꼽는다. 미국 초대 대통령으로 2번의 대통령 임기를 끝냈을 때 종신 대통령을 권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막강한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군부의 힘을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제왕적 권력을 계속 누릴 수 있었지만, 그 막강한 권력을 시민들게게 돌려줬다. 세계 역사속에서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했고 그래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선거를 통해 새롭게 권력을 얻거나 떠날 사람이 수없이 생겨나며 지역의 정치 구도도 새롭게 재편될 것이다. 이 가운데 그동안 지켜온 권력을 내려놓고 귀거래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 지방자치는 민선 5기를 거치면서 문제점이 하나 둘 지적되고 있다. 특히 단체장 3선 연임이다. 3선 단체장에 대한 피로감, 권력의 장기화에 따른 기득권 세력들의 득세, 3선 시작과 함께 찾아오는 레임덕, 행정효율성 저하 등이 대표적이다.
특정정당의 독점적 지배구조를 가진 영호남지역의 단체장 임기는 4년이 아니라 12년이란 말이 나온다. 12년간 권력 독점구조가 이뤄지면서 세대교체를 통한 급속한 변화와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변화의 바람도 불고 있다. 새누리당은 광역단체장 3선 연임 제한을 추진 중이고 전남 목포시장에 출마한 홍영기 예비후보는 `지방자치단체장 3선 연임제한 청원`을 제안했다.
청원 이유로 “재선 8년이면 후보자의 공약을 실현하는 데에 충분한 시간이다”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2년이나 한다면 그것이 독재가 되고 고인 물이 돼 썩기 쉬운 것”이라고 들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북지역은 김관용 도지사를 비롯해 6명의 기초단체장이 3선 연임에 도전중이다. 반면 3선 연임의 권력을 내려놓은 단체장은 김범일 대구시장과 박승호 포항시장, 김복규 의성군수 등 3명에 불과하다. 세대교체를 통한 변화와 개혁을 내세운 이들의 권력 내려놓기는 이유야 어떻든 다른 지도자들과 차별화된다.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고 변화의 시대에 맞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번 지방선거가 지방자치발전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