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북에는 침묵하는 정치권

등록일 2013-12-20 02:01 게재일 2013-12-20 19면
스크랩버튼
▲ 이창형 서울지사장

국내 한 언론매체가 2013년 국내 10대 뉴스를 선정 발표했다.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북한과 관련된 뉴스가 많다는 것이다. 북한 장성택 숙청, `내란음모`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구속,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유출 의혹, 북한 3차 핵실험 등.

한반도는 자의·타의를 떠나 `북풍(北風)`에 여전히 민감하다. 북풍을 둘러싼 남북한 관계는 바로 동북아 정세로 직결된다. 신냉전 시대에서 북한의 움직임이 그런 의미에서 간과할 수 없는 주요 변수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장성택 처형 이후 국내상황을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국회 국정원개혁특위 활동을 놓고 북한 상황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려는 당리당략만 난무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권 어디에서도 적시에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국회내부에서는 장성택 처형을 놓고 경쟁적으로 자신의 정보우위력을 앞세우려는 의원들 뿐이었다. 정보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북한 동향을 먼저 언론에 발표하기 위한 경쟁까지 빚어졌다. 언론은 해당 의원의 발언을 인용, 마치 팩트(Fact)인양 속보경쟁에 나섰다. 종편들은 물 만난 듯 같은 내용을 앵무새처럼 반복 보도했다.

하지만 북한 내부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말 잘하는` 정치권은 이번 사태 초기 정당이든 의원 개인이든 어떤 의견도 주장도 내놓지않았다.

지금 SNS상에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우리 정치권이 왜 침묵하는지에 대한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장성택 개인의 문제를 넘어 마구잡이식 개인처형이 일상화되고 있는 북한의 공포정치에 희생되고 있는 북한동포들에 대한 범세계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장성택 처형 보도가 나온 직후부터 `북한 정권의 잔인성을 드러낸 행위`라며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정치권은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침묵했다. 청와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기만 했고, 여야는 국정원개혁에 장성택 사건을 끌어들이는데만 급급했다.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던 정치권은 뒤늦게 `인권`운운하며 북한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새누리당은 지난 15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포승줄에 묶인 장성택의 모습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짐승과 다를 것이 없었고, 이것이 과연 21세기 현대 문명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 할 말을 잊게 만들 정도”라고 북한을 비판했다.

하지만 북한인권법 제정안이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 계류돼 있다며 장성택 사건을 대야 공세 수단으로 이용했다. 북한인권에 관심을 두는 척 하면서 야당 비판에 목소리를 더 높였다.

국회의원 개인으로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장성택 처형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며 UN의 즉각적인 조사와 개입을 정부에 촉구했고, 김진태 의원이 북한인권법제정 릴레이 시위에 합류한 것이 전부다.

국내 현안에는 감초처럼 나서 훈수를 뒀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새누리당 논평이 나오자 마지못한 듯 “지극히 비상식적이며 야만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것도 이메일 보도자료를 통해서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 초기까지 어떤 논평조차 내놓지 않았다.

장성택 처형이 연말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준 것은 맞다. 정부로서도 북한의 대남도발 가능성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분석과 대응이 먼저다. 그렇다고 북한을 겨냥해 뼈있는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는 것은 실망스럽다. 주변국 눈치만 보고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특별히 정치권은 주목해야 한다. 대통령의 하야는 물론, 암살가능성까지 경고하면서 막말도 가리지않고 자기주장을 강하게 펼쳐온 야권은 왜 북한문제에 대해서만 유독 침묵하는지 국민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데스크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