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고유명절인 설날을 앞두고 따뜻한 마음이 더욱 그리워진다. 살림살이는 갈수록 어렵고 세상의 인심은 더욱 각박해져만 간다. 새해 벽두부터 남의 험담보다 덕담을, 시기나 질투보다 배려와 인정을 나누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경기불황과 일자리부족, 실업자 양산, 정치권의 끊임없는 정쟁 등 우울한 소식들뿐이지만 그래도 희망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포항에서 `감사와 나눔`이란 싹이 움트고 있으니 그나마 살맛 나는 세상의 희망을 품게 한다.
지난해 박승호 포항시장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감사나눔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은 범시민운동으로 확산됐고 자라나는 학생들의 인성함양에 이바지한 공로로 교육부로부터 전국 최초 `인성교육도시` 동판 수상, 교육부 `인성교육 우수프로그램 No1`으로 선정됐다.
이 운동은 `감사`를 생활화하면 마음속에 불평이나 원망이 사라지고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심이 생겨나 인정이 넘치는 사회가 조성된다는 이론이다.
감사하는 마음이 충만해지면 자연스럽게 `나눔`의 바이러스가 만들어지게 된다. 포스코 직원들이 급여 1%를 떼어내 기부하는 `1% 나눔운동`과 전직원들이 매주 셋째 주 토요일에 자발적으로 지역 자원봉사에 나서는 `나눔의 토요일` 등은 기부문화에 대한 사회 공감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살면서 폐지를 주워 모은 돈 10만 원을 포항시 장학기금으로 내놓은 채옥순(82) 할머니는 많은 사람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 불고 있는 나눔의 문화가 정치권에는 예외였다. 공직선거법은 정치인들의 일체 기부행위를 못하도록 묶어 놓았다. 그래서 정치 지도자들의 기부는 더욱 주목을 받게 된다.
정치인 출신의 세계적인 기부왕으로는 흔히 미국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를 꼽는다. 그는 시장에 취임하면서 연봉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한 뒤 12년 재임 동안 이 약속을 지켰고 시장 판공비도 한 푼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시장을 하면서 650억 원의 사비를 썼고 미국 사회에 무려 2조 4천억 원을 기부, 미국 역대 10대 기부가에 이름이 올라 있다. 시장이기 이전에 4조8천억원의 재산가였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도 블룸버그에 버금가는 통근 정치인 기부왕이 있다.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포항 죽도시장에서 얼음과자 행상을 하며 배고픈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과 대통령 재임 기간의 월급을 모두 불우이웃을 돕는 데 사용했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서 살집과 일부 재산을 제외한 전재산(당시 331억4천여만원)을 사회에 기부했다.
공원식 경북관광공사 사장은 지난해 자신의 두 번째 자전 에세이집 출판기념회 수익금 전액을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이에 앞서 경북도 정무부지사 퇴직금과 첫 번째 에세이집 출판기념회 수익금도 포항시장학회에 기부하기도 했다.
장기 출신으로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역임했던 이강덕 전 해양경찰청장은 청장 재임기간 받은 급여 전액을 해양경찰관 자녀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통큰 기부가의 대다수가 기업가 출신의 재력가인데 반해 이 전 청장은 순수 공직자출신이란 점에서 기부의 의미가 남다르다.
포항은 지금 정치지도자와 기업체 근로자, 기초수급자 할머니와 같은 가난한 기부천사에 이르기까지 감사와 나눔의 마음들이 하나 둘 모아지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산을 사회에 내놓으며 “우리 사회가 서로 돕고 사랑과 배려가 넘쳐나는 따뜻한 사회를 되길 진심으로 고대한다”고 했다.
포항은 철강산업과 새마을정신 운동으로 조국근대화의 싹을 틔운 곳이다. 포항에서 이제 막 새싹이 돋아난 감사와 나눔문화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희망의 등불이 되기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