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에서 흔히 쓰는 단어 중의 하나로 소통(疏通·Communication)을 꼽을 수 있다.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 지방정부와 의회, 노사, 조직 상하, 부부, 고부간 등 곳곳에서 소통부재란 말이 자주 들린다.
소통은 `트다`의 疏와 `연결하다`의 通이 합쳐져 막혔던 것을 터서 물과 같은 것이 잘 흐르게 한다는 뜻이다. 사람의 마음이 막히지 않고 잘 통하게 한다는 의사소통이라는 말로 주로 쓰인다. 소통은 단순하게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설득하고 이해시켜 공감을 얻어내는 것으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에서 출발한다.
소통부재는 대개 나만 옳고 남은 틀렸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많은 지도자가 자신의 사고나 가치관은 옳고 국민 다수의 생각이 틀렸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소통부재가 돼 독단, 독선에 빠지게 된다. 독단이나 독선에 빠진 지도자의 공통된 특징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만이 모두 정의라는 착각에 빠져 잘못을 지적하는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려 들거나 아니면 복종을 강요한다. 소통부재 현상이 발생하면 오해와 불신을 낳고 결국에는 대립과 갈등, 파국에 이르게 된다.
여야 정치권의 소통부재로 인한 갈등과 대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 관심 밖으로 제쳐 두고 최근 포항에서도 소통부재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어 우려스럽다.
포항시 집행부와 시민 대표기관인 포항시의회 간에 소통이 막혀 불통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올 들어 양덕승마장사업에 이어 최근 음폐수처리장사업 표류, 강철왕 제작 무산 건으로 또다시 충돌하고 있다. 이들 사안에 대한 두 기관의 첨예한 시각차이에서 소통부재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소통부재의 중심에는 항상 시정의 수장인 박승호 시장이 표적이 되고 있다.
시의원들은 박 시장이 의회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반면에 박 시장은 정당한 행정행위에 대해 의회가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있다고 항변한다. 서로 자신들의 의견이 옳다고 우기며 상대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전형적인 소통부재의 모습이다.
재선의 박승호 시장은 `강력한 추진력`의 리더십으로 평가받고 있다. 강력한 추진력과 독선은 양날의 칼이다. 소통을 통해 시민 다수의 공감을 얻으면 강한 추진력으로 박수를 받지만, 반대가 되면 독선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게 된다.
박 시장이 재임 중에 추진한 포항운하사업과 감사나눔운동은 강력한 추진력이 빛을 발휘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박수를 받고 있다. 생태환경 복원 및 무너진 인성교육의 대안이라는 시민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독선의 징후도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독선은 혼자서 선택한다는 뜻이다. 포항시정이 어느 순간부터 시장의 독자적 판단만 있다는 지적이 자주 제기되고 있다. 시민대표기관인 시의회나 언론의 지적마저 오히려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하기 일쑤이니 직원들의 의견을 수용할 여지는 더욱 없다. 질책을 두려워한 대다수 공직자들이 그저 시키는 일만 하면 만사형통이라는 공직사회의 전형적인 복지부동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독선은 복종을 강요하고 직원들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방해해 결국 자정능력을 잃은 죽은 조직을 만들게 된다. 박 시장이 그동안 강력한 추진력으로 이뤄놓은 많은 성과를 한꺼번에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포항시장과 포항시의회는 지역을 이끌어가는 지방 자치단체의 양대 축이다. 이제 더는 서로의 잘못만 따지지 말고 주어진 조건에서 지역 발전을 위한 최적의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소통의 리더십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