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과 태자는 세 가지 일 때문에 도를 얻지 못한다. 첫째 교만하고 방자하여 불경(佛經)의 묘한 이치를 배워 마음의 근본을 구제하려 하지 않는 것. 둘째 탐하고 집착하여 빈천한 사람들에게 보시하지 않는 것이니 재물을 백성들에게 고루 나눠 재산의 근본을 바로 닦지 않는 것. 셋째 색욕의 쾌락을 멀리 떠나 걱정과 번뇌의 감옥을 버리고 사문이 되지 못해 온갖 괴롭고 어려움을 없애는 몸의 근본을 닦지 못하는 것이다.” 불교 경전 가운데 가장 원형에 가깝고, 샘물처럼 맑아 감명을 주는 `법구경` 속 부처의 설법이다.
최근 종료된 새누리당의 포항시장 여성우선공천 논란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애송하고 있는 `쌍요품` 중 `많은 사람이 따르게 하려면`이 떠올랐다. 쌍요품이란 사람이 지혜롭게 사는 길에서 요긴하고 귀중한 게송을 서로 짝을 지어 대구로써 선악을 밝혀 놓은 가르침이다.
“그러나 보살은 나는 곳마다 왕이 되어서도 이 세 가지 일을 버리고 도를 닦아 마침내는 부처가 되는 것이니라. 첫째 젊어서 공부하여 나라를 다스리며 백성들을 교화하는데 열 가지 선을 행하게 하는 것이요. 둘째 재물로써 빈궁하고 곤란한 이에게 보시하여 대신과 장수와 관리들이 백성과 같이 골고루 즐겁게 하는 것이며, 셋째 항상 목숨은 덧없어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생각하고 사문이 되어 도를 닦아 괴로움의 인연을 끊음으로써 다시는 생사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처는 다시 게송으로 말했다.
“지붕 덮기를 허술하게 하면/비가 올 때는 곧 새는 것처럼/뜻을 굳게 조심이 행하지 않으면/탐욕은 곧 마음 뚫고 나오나니/지붕 덮기를 빈틈없이 잘하면/비가 내려도 조금도 새지 않듯/마음을 단단히 단속하여 행하면/탐욕은 아예 일어나지 않으리라”
새누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개혁공천의 일환으로 여성 우선추천 30%를 명문화 했지만 사실상 휴지가 됐다. 여성 우선 공천지역 확대 방침을 철회하고 경선 때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 배경에는 투명공천이 아닌 밀실공천, 새누리당 중진들의 자기 몫 챙기기 때문에 국민과의 약속을 깼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포항시장 예비후보 중 한 명은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포항시장 선거가 중앙의 정치적 작위적 개입 없이 시민 의사를 민주적으로 반영해 시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과연 새누리당은 앞으로 국민들과 당원들로부터 신뢰받는 대표 정당으로 무언가 `실전용 인센티브`를 줄 수 있을까. 이번 여성 우선 공천 지역 확대 철회 과정을 보면서 포항 시민들은 새누리당의 비정상적인 행보를 향해 `말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수동적인 대중`에서 `능동적인 개인`으로의 변화다. 많은 남성 후보 지지자들이 상경, 선거구민의 뜻을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해 얻은 것이다. 새누리당의 상향식 공천은 시민들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공천방식이며 이들의 지지를 받아야 새누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 승리할 것이라 믿은 결과다.
다시 `법구경` `쌍요품` 중 `많은 사람이 따르게 하려면`으로 가보자. 인도의 법구 스님은 뜻을 굳혀 조심하고 마음을 단단히 단속해 행해야만 탐욕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썼다. 이 내용은 성별, 나이, 종교, 직업, 학식, 지위를 초월해 어느 누구에게나 감동을 준다. 특히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야하는 정치인들이 이 게송을 의무적으로 따라야 할 것이다.
이번 새누리당의 여성우선공천지역 철회를 보면서 우리는 남성 후보들의 입장에 설 수도 있고, 여성 후보의 지지자가 될 수도 있다. 또 남성 후보 지지자들을 현명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고, 당의 방침에 반발하는 영리하지만 이기적인 집단이라 폄하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후보자들이 평소 많은 베품의 공덕을 쌓았는가, 많은 이들이 칭송할 덕성을 닦았는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