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의 남·북구청이 사실상 ‘행정 말단기관’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민원을 처리해야 할 구청이지만, 정작 쓸 수 있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기본적인 업무조차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포항시 남구청과 북구청의 주요 사업 예산은 대부분 시 본청 중심으로 편성된다. 이 때문에 구청은 실질적인 집행 권한은커녕 최소한의 유지관리 예산으로 버티는 형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건설교통과의 도로 유지보수 예산이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대표적인 생활 민원 가운데 하나가 도로 파손과 소규모 시설 보수지만, 구청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연간 약 9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본예산이 아닌 추경을 포함한 금액이다.
특히 철강공단을 배후에 둔 남구청은 화물차 등 중차량 통행이 많아 이 예산으로는 도로 포트홀 보수나 소파 수선, 간단한 시설 보수 정도밖에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도시 규모와 교통량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결국 민원이 발생해도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지고, 주민 불만은 고스란히 구청으로 향한다.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민원은 구청이 받지만 예산은 본청이 쥐고 있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시민들은 구청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일을 할 수 있는 재정 권한 자체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십만 인구 도시에서 구청이 사실상 ‘행정 접수 창구’ 역할에 머무르는 구조는 행정 효율성 측면에서도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도시처럼 구청 기능을 강화하지 못한다면, 행정 서비스의 질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핵심은 예산 구조다. 본청 중심의 예산 편성을 유지한 채 구청에 민원 해결을 요구하는 방식은 구조적으로 모순이다. 시민 생활과 직결된 도로, 환경, 생활 안전 분야의 예산은 구청 중심으로 대폭 이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행정은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작동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포항 행정 구조는 그 상식과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생활 민원 최일선에 있는 남·북구청이 ‘쥐꼬리 예산’으로 버티는 현실에 근본적인 예산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