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벼슬이란 국민이 위임한 공권력을 국리민복을 위해 대리 행사하는 자리다. 관직은 영원히 소유할 대상이 아니다. 구한다고 해서 뜻대로 얻어지는 자리도 아니다. 주인인 백성의 뜻에 따라 임시관리하는 자리에 불과하다. 공직자의 마음가짐이 이와 같아야 그 자신은 물론 나라가 평안하다.”
다산 정약용의 명저로, 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직자는 물론 일반인에게 까지 꾸준히 읽혀지고 있는 목민심서의 서문이다.
베트남에는 국부로 숭앙받고 있는 호치민 기념관이 있다. 그가 사망한 후 정부는 그의 시신을 영구보존한 후 일반국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에 까지 그의 사후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그는 사회주의자로 국가를 위해 헌신, 살아있을때 국민의 추앙을 받은 것은 물론 사후에는 그의 시신이 관광자원이 돼 국부를 벌어들이고 있다.
그는 생전에 `나는 국가와 결혼했고, 일평생 아니 죽어서도 나라와 국민만을 위해 살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죽었을 때 그의 머리위에 책 한 권이 놓여있었다. 바로 목민심서였다. 호치민은 이 책을 수십, 수백번 죽을때까지 읽었다고 전해진다. 목민심서는 어떤 책인가. 백성을 기르는 목민관의 행동, 처세, 마음자세 등을 담아낸 글로 목민관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필독서다.
목민관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통과의례인 선거가 9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목민관을 꿈꾸는 후보들은 저마다의 자질, 경력, 철학 등을 내세우며 시도민으로부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경북에는 도지사, 도교육감을 비롯 23개 시군에서 크고 작은 목민관을 선발한다.
목민관중 중요하지 않을곳이 없겠지만 가장 크게 주목을 받는 곳은 경북도지사와 경북교육감이다.
도지사는 김관용 현 지사에 권오을 전 국회의원, 박승호 포항시장 등 3파전이 예상되고, 교육감은 이영우 현 교육감에 이영직 전 영주교육장이 자웅을 겨룰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8년동안 도정을 이끈 경험을 바탕삼아 마지막으로 멋지게 마무리하기 위해, 이 교육감은 재선 포함 5년 2개월여간 교육청을 이끌며 각종 실적을 쌓은 것을 필두로 시도민에게 대미장식의 기회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도전하는 후보자들의 이력도 모두 화려하다. 권 전 국회의원은 3선 의원에다 국회 사무총장까지 역임했고, 박 시장은 경북도 고위간부를 거쳐 포항시장을 8년간 역임해 최고 목민관이 돼도 부끄럽지 않은 경력들이다. 교육감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이 교육감은 재선 교육감으로 말이 필요없는 커리어를 갖고 있고, 이영직 후보도 교사, 교육국장, 교육장 등 교육계에서의 화려한 경력으로 교육감에 손색이 없다.
이들 후보가 모두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더라도 가장 중요한 덕목은 마음가짐이라 생각한다. 선출직 후보들은 큰 일을 앞두고 하늘의 별도 따줄듯이 낮은 자세를 연출하다가,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기고만장해 백성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도처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후보들에게 한가지 부탁을 하고싶다. 크고 작든 목민관에 선출되면 초심을 잃지말고, 선거전에 들어가기전의 마음가짐으로 끝까지 해달라는 것이다. 자신의 영달보다 주민의 아픔과 고통에 더 귀 기울이고, 교만하지 말며, 물과 같이 아래를 향해 걸어가라고 말하고 싶다.
태국의 수도 방콕시장을 역임한 잠롱 스리무앙은 재직시절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손꼽혔다. 태국처럼 정치적 혼란이 심한 국가에서 그의 존재는 빛나는 별이었다. 시장에 당선된 뒤 봉급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퇴직연금과 부인이 운영하는 국수가게 수입으로 삶을 살며 무한한 사랑으로 주민을 대했다.
이번 목민관 선거에서는 잠롱 같은 인물이 나와, 우리나라 지방자치사에 길이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