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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운하에 핀 스틸의 꽃

등록일 2013-11-08 02:01 게재일 2013-11-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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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희정 문화부장

`창의성`이 지식기반사회의 핵심적인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세계화, 지방화 시대에 우리나라 여러 도시에서는 지역문화 발전과 예술진흥을 위한 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자기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효과적으로 결집시켜 정착해 나가는 지역도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여전히 그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에 대한 인식의 부재로 오히려 돈을 들여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그 지역의 성격에 맞지 않는 행사 임에도 불구하고 타 지역의 것을 그대로 흉내 내는 `그 나물에 그 밥`인 문화 파괴적인 사례도 빈번했다. 살고 싶은,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공동체를 한마음으로 결속시킬 수 있는 지역문화의 원형과 뿌리를 찾아 그것을 지역민의 현재의 삶으로 되돌려 놓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즘 포항운하에는 철을 재료로 한 재미있고 친근한 조각 작품들이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포항의 문화인자인 철을 매개로 한 예술축제인 `2013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바로 그것이다. 신화로 맴도는 아득한 고대의 연오랑·세오녀 이야기에서부터 파이넥스 공법으로 세계 철강사를 다시 쓰고 있는 오늘날 포스코의 성공신화에 이르기까지, 포항문화는 유독 철과 관련이 깊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아달라왕 때 연오와 세오는 한반도의 문화와 문명을 일본에 전파한 인물로 묘사돼 있다. 그 시대에도 철을 만드는 기술은 한 나라의 부국강병을 견인하는 기간(基幹)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일본으로 건너간 연오랑은 철을 제련하고 가공하는 신기술의 비법을 지닌 신라시대의 뛰어난 대장장이였을 것이다.

`신철기 시대의 대장장이`라는 주제로 포항의 시공간에 걸친 철의 문화적 코드를 미술의 맥락에서 풀어낸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은 지역의 문화를 바탕으로 산업 생산에서 창의적 문화 생산시대로 나아가는 상징적 의미로 읽혀진다.

더욱이 40년 만에 생명의 물길을 튼 포항운하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펼쳐지는 예술축제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 시대의 대장장이, 산업매체인 철을 문화와 예술로 담금질해낸 포항운하의 조각가들이 바로 21세기 신철기 시대의 연오랑, 세오녀가 아닐까 싶다.

지역이 희망이다. 기초과학이 튼실하지 못하면 첨단과학을 꽃 피울 수 없듯이 지역문화의 원천인 지역 예술의 샘이 고갈되면 경쟁력 있는 지역문화 또한 기대할 수 없다. 지역문화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과 생태를 조성하고 문화의 창조, 교류, 향유하는 순환과정이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과 기반을 서둘러 마련할 때다.

무엇보다 도시는 인간 삶의 터전이기에 도시환경은 인간의 삶의 질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도시 곳곳에 맑고 푸른 자연이 함께 하고 매력적인 문화공간과 쾌적한 보행자거리가 이어지며 역사적 흔적과 숨결을 간직한 옛것들과 참신하게 디자인된 새로움이 어우러지는 도시, 크고 작은 쉼터와 공원이 즐비한 활기차고 낭만적인 모습과 그런 내용의 도시를 시민들에게 안겨주어야 한다. 살맛나게 쾌적하고 머물고 싶은 도시의 밑그림을 하루 빨리 그려 넣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지역 고유의 문화정책을 체계적으로 세워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특색 있는 지역의 고유 모델들이 서로 잘 어우러지게 하면 이것이 한국의 새로운 아이콘이 될 것이며 관광상품이고 지역이 가질 수 있는 창조 경제의 밑그림일 것이다.

지난 2일 40여년 만에 포항시민들의 오랜 숙원인 포항운하의 물길이 새롭게 열렸다. 생명과 포항문화의 속내로 가득 채워진 포항의 명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포항운하에서 펼쳐지는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더욱 기대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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