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경제가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정부에서는 각종 경기 부양책으로 경제 살리기에 나섰으나 약발이 듣지 않고 있다. 이에 최근 최경환 부총리가 소비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고 야당도 임금 인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경제 5단체장을 만나 적정한 수준의 임금 인상과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요청했으나 경제계는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며 강하게 저항하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세계적인 경기침체 국면 속에 재계가 어려운 것은 이해하지만 국민들은 생각은 많이 다르다. 국민들은 정부의 임금인상안에 대해 재계가 어렵다고 하는 것은 엄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히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부가 기업으로 더 몰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각종 사회지표를 보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기업으로 부가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2008년 이후 근로자 1인당 생산량이 12.2% 늘어나는 동안 근로자들이 받은 실질임금 상승률은 3분의 1 수준인 4.3%에 그쳤다.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늘어난 이익의 대부분을 기업이 챙긴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2008년 위기를 겪은 이후 기업저축률은 2007년까지 15% 내외로 10위 정도였지만 2008년 16.8%로 7위로 상승한 이래 계속 올라 2013년 21.5%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가계의 저축률은 2013년 3.8%로 20위로 하락했다. 늘어난 이익을 기업이 대부분 챙기는 등 `임금 상승 없는 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갈수록 가계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는 구조로 악순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경제계는 어떤가? 수도권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더욱 심각하다. 정부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재계에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등 온갖 방안을 해보는데도 지역 경제계는 이에 대해 `딴 나라 이야기`로 치부하는듯하다.
대구의 경우 근로자 월 급여액은 235만원으로 전국 16개 시도 평균 임금 283만원 보다 약 48만원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근로시간도 타지역보다 평균 3.3시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 높은 근로 강도에 매년 지역출신 청년 근로자들은 하나둘씩 대구를 떠나면서 근로 현장에는 50대 이상 근로자들이 80%를 차지하는 등 갈수록 고령화 되고 있는 추세이다.
동종업계 중에서 낮은 임금 수준을 보이고 있는 지역기업에 취직할 젊은이들은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지역 기업들은 근로자 처우개선에는 눈곱만큼 양보할 의향이 없으면서 청년 근로자 부족에 대한 대책만 요구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자체에서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박람회를 열고 있으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해 지역 모 기업체 사장이 푸념 아닌 푸념을 풀어놓았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실적이 좋아 직원들의 임금을 대폭 인상했더니 며칠 후 동종업계 오너들로부터 “너만 직원들 원급을 올려주면 우리는 우야라고? 어린X이 제멋대로 한다”며 욕만 먹었다고 했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오너가 회사는 적자인데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주었을 리는 만무하다. 회사가 적자인데 인재를 육성한다고 매년 직원들을 해외에 연수를 보냈을 리도 없다. 함께 회사를 성장시켜 나가야 할 직원들의 임금을 인상하고 해외 연수를 시켜주는 기업인에게 칭찬이 아닌 핀잔을 주는 지역 기업인들의 풍토가 잘못된 것이다.
지금 정부에서 노동생산성에 맞춰 실질임금을 증가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침체된 우리 경제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정부의 친기업정책으로 기업들은 사실상 특혜를 누려왔다. 이제는 기업이 임금 인상과 투자 등 적극적으로 돈을 풀어야 한다. 근로자들의 희생으로 기업이 성장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기업과 근로자가 상생하는 시대가 됐다. 기업인들의 의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