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온 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참사 1주년이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께 전남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청해진해운 소속의 인천발 제주행 연안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이 사고로 탑승인원 476명 중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다.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나섰던 단원고 학생 250명이 희생돼 이 비극의 아픔은 더욱 컸다.
온 국민을 가슴 아프게 했던 이날 참사는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날 아침 회사에 출근해 TV화면으로 사고현장을 지켜보았다.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서 현재까지 살고 있고, 고교 때 항해학을 공부했던 나로서는 바다에 특별히 관심이 많았고 또 다른 사람보다 바다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해왔다.
이날 세월호 사고 현장을 함께 지켜보던 주위 사람들에게 “승객들을 거의 구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사고 해역의 기상상태가 매우 양호했고 육지가 바로 보이는 연안이었고, 더욱이 야간이 아닌 대낮이었고, 사고 직후 인근 해안마을의 어선들이 대거 출항해 구조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뱃사람들에게는 불문율이 있다. 선장은 선박과 선원의 안전한 항해를 책임진다는 것이다. 선박이 침몰하는 경우 선장은 선원 또는 승객에게 하선 명령을 먼저 내린 뒤 맨 마지막으로 배에서 탈출하는 게 상식이다.
세월호 선장은 당연히 승객들의 안전한 대피책임을 다했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선장과 승무원들은 승객들을 침몰하는 배속에 내팽개친 채 도망을 나와버리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세월호 구조상황은 여기서 끝나버렸다. 우리는 어린 생명들이 눈앞에서 희생되는 광경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세월호 참사 1년이 됐다. 이 사고를 통해 부실하기 짝이 없는 국가 재난대비시스템과 사회안전망, 사회구성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책임을 게을리했을 때 얼마만큼 큰 재앙을 불러오는지 눈으로 확인했다.
세월호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선사, 선박 인허가 및 정기검사, 출입항관리, 해상교통관제센터, 각종 해난구조업무를 전담하는 해양경찰과 정부의 재난 지휘체계 등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경제적 선진국을 자부했지만,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사회안정망은 부실 투성이었다.
정부는 뒤늦게 해양경찰청을 해산하고 재난을 총괄지휘하는 국민안전처를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안전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 스스로 안전의식을 강화하고 생활안전을 실천하지 않으면 세월호의 비극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우리의 안전불감증은 거의 중증에 가깝다. 우리의 무감한 안전의식을 적절하게 지적한 사례가 있어 인용해 본다. 1899년부터 5년간 고종의 궁내부 고문관으로 일했던 미국인 샌즈라는 사람이다. 그는 무슨 일을 할 때 위험에 걸릴 확률이 20%, 위험에 걸리지 않을 확률을 80%라고 가정하면, 미국 사람은 위험에 걸릴 20%에 해당될 것으로 생각하고 대비를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위험에 걸리지 않을 80%에 해당될 것으로 생각하고 위험을 곧잘 무릅쓴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람은 `왜 하필 내가`라며 위험에 잘 대처하지도 않지만, 설령 위험에 걸리더라도 재수나 팔자소관의 운명 탓으로 돌려버린다는 것이다.
사회가 다변화하면서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대형 기상재앙, 자살폭탄테러를 비롯해 우리의 일상 생활주변은 수 많은 안전위험요소들이 도사리고 있고, 시시각각으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한 사람의 안전부주의가 많은 인명을 다치게 할 수 있는 위험시대에 살고 있다. 80%의 행운보다 20%의 위험에 대비하는 안전의식을 다시 한번 가다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