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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국회의원 의리 없다?

등록일 2015-05-20 02:01 게재일 2015-05-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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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태대구본부 부장
▲ 김영태대구본부 부장

최근 야권 일각에서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은 의리가 없다”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 이같은 주장의 발단은 대구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지역구에서 의정보고회를 실시하거나 의정보고 유인물을 지역민에게 일일이 발송한 데서 비롯됐다. 의정보고 유인물에는 국회에서의 의정 활동과 지역구 예산배정 내용 등 해당 국회의원들의 치적과 지역구 행사에 참여한 자신의 사진물이 대다수로 꾸며졌다.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열심히 뛰어다녔다는 점을 부각하는 내용이다. 의정보고회 역시 화상을 통해 자신의 치적을 알리고 지역을 책임지는 일꾼임을 알리는 데 촛점이 맞춰졌다. 이는 1년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를 의식한 의정보고회이고 유인물이기 때문일 게다.

문제는 이들 의정보고회와 유인물에 한두명을 빼곤 단골손님이던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있을 때마다 예비후보자는 물론이고 후보자들의 각종 유인물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한 사진으로 도배됐던 것과 비교할 때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기가 크게 떨어진 시기에 이들 의정보고회 유인물이 제작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말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이어 KY 수첩 파문, 연말정산파문,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이 이어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4월께 34%대로 급락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해 유인물에서 박 대통령의 사진이 빠진 채 제작된 것 아니냐는 심증이 가는 대목이다.

특히 부동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대구·경북 지역의 지지율도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점차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 4월께 65%에서 51%로 14%포인트 급락했고, 새누리당 지지율 역시 38%로 동반 하락했다. 그나마 지난 4월29일 전국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4곳에서 모두 석권한 이후에는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새누리당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3년 6~8월 국정원 대선개입 댓글 사건으로 36%를 기록한 것과 지난해 세월호 참사 직후 39% 등 두 차례뿐이다. 그리고 대구 국회의원들이 의정보고회 유인물을 제작한 시점 역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시점과 일치한다.

이에 대해 지역 정가에서는 `대구의 상징인 의리를 무색케 하는 유인물`이라는 등의 시니컬한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 나서는 대구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자 홍보물은 사뭇 다를 것이라는 얘기도 함께 나오고 있다. 저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을 과시하는 사진을 경쟁하듯이 내걸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대구 국회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를 대구에서 완성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적임자라는 논리를 집중적으로 홍보할 것이 뻔하다는 얘기다.

옛날 중국 제나라의 주인이 없어지자 인근 나라에서 권토중래를 하던 관중과 포숙은 서로 빨리 제나라 수도로 진입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포숙과 함께 제나라로 향하던 소백을 죽이기 위해 관중은 미리 길목을 지키다가 독화살을 날렸지만 소백의 허리띠에 맞는 바람에 실패했다. 그 결과 관중은 처형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지만 포숙은 관중을 중용하도록 천거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제나라 중신들에게 “나라의 발전에 필요한 인물을 천거한 것일뿐”이라며 관중과의 의리를 지켰다. 이후 관중은 제나라 제상에 올라 춘추 5패 중 한사람으로 기록될 정도로 정치를 잘했다고 한다.

어려울 때도 변함없는 의리를 지킨 관중과 포숙의 고사를 따르진 못했다 해도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이 의리가 없다느니 하는 소리는 곧이곧대로 믿고싶지 않다. 미우나고우나 지역민을 대표하는 일꾼들이니 말이다. 다만 총선을 눈앞에 둔 조바심에 자신의 치적 홍보에 마음 바쁜 탓이었으리라 치부하면서도 왠지 입맛이 씁쓸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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