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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의 진화

등록일 2015-02-18 02:01 게재일 2015-02-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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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화 문화체육부장

내일이 설날이다. 가족과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를 지내고 집안 어른들께 세배를 올리고 설빔을 나눠 가지는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문화이다. 가족의 따뜻한 품에서 즐거운 시간이 되어야 할 설 연휴가 마냥 기껍지 못한 현실이다.

설 연휴 과도한 가사 노동과 시댁 식구들간 갈등으로 며느리들은 대부분이 심각한 명절증후군을 앓는다. 연휴 시작 전부터 짜증을 내기 시작해 설 연휴가 끝나면 앓아눕는다. 이 과정에서 남편들이 잘못 대처했다간 부부싸움으로 폭발하거나 심하면 이혼으로까지 확대된다.

우애로워야 할 형제들은 부모부양이나 재산상속 문제 등으로 서로 다투고 혼기를 놓쳤거나 취업을 못한 자녀들은 집안 어른들 보기가 민망하다며 아예 집을 떠나버린다. 경기한파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가장들은 제수와 선물 준비 등으로 버겁다. 더욱이 고부간 긴장을 완화하고 아내의 짜증을 받아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한다.

즐거워야 할 명절이 오히려 현대 모든 사람들에게 고통이 되는 현실이고 보면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없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런 고통을 감수하며 명절 전통문화를 계속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 무엇보다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생) 세대들은 이같은 고민이 더욱 깊어진다. 아마도 유교적인 의식을 가진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르는 이들은 현대와 전통의 갈림길에서 심한 갈등을 겪는다.

어릴 적부터 경로효친의 유교문화를 몸에 익히며 자라 집안의 명절과 제사의식, 부모공양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 어른 세대의 대부분이 세상을 떠났거나 연로해 문중이나 가문 대소사의 결정권을 물려받은 상태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명절이나 경로효친, 예의범절 등의 전통문화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자 정체성이고 글로벌 경쟁력이라고 믿고 있지만 갈수록 그런 믿음이 옅어지고 있다.

설 명절은 씨족, 부족사회에서 공동체의 협력이 필요했던 농경산업시대에 만들어진 전통문화풍습이다. 수천 년을 이어온 우리의 미풍양속이지만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핵가족화, 세계화, 정보화가 급속하게 진행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보편적인 문화로 적용하기에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설날이 신라시대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조선시대 경로효친의 유교문화가 더해지면서 우리 민족의 최고의 전통문화로 발전해 왔듯이 그 시대의 보편적 기준에 맞게 변화와 개선이 필요하다.

제사상의 지방이 사진을 거쳐 테블릿PC 초상화로, 제수 음식 또한 떡 대신 피자, 수정과 대신 커피를 놓아도 좋다. 조상들에게 생전에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을 처음으로 맛보게 하는 것도 어른에 대한 공경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복잡한 유교방식의 복잡한 상차림 격식에서 벗어나 때와 장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하는 등 시대적 편의성에 따르는 것이다.

또 글로벌 정보화 시대를 맞아 제사지내는 장소도 반드시 종가여야 한다는 격식에서 탈피해 가족간 해외여행지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다음 세대들은 글로벌 시대를 맞아 세계 곳곳을 여행한 세대들이다. 생전에 부지런히 해외 감각을 익혀 놓았기 때문에 자식들이 해외 어느 곳에서 제사상을 차려놓아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어려움 없이 찾아갈 수 있으니 장소에 구애를 받을 필요가 없다.

문화는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이나 행동양식이다. 불편이나 고통을 수반하는 명절 문화는 현대인들의 보편적 가치 기준과 맞지 않다. 명절이나 제사의 전통은 조상과 음식을 매개로 가족들이 서로 소통하고 우애를 돈독히 하는 가족문화로 건강한 가정, 건강한 사회를 지켜가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인 우리의 전통을 계승해 가기 위한 세대간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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