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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고로에 올라 `형산강 기적`을 보자

등록일 2017-01-25 02:01 게재일 2017-01-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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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득<br /><br />편집부국장
▲ 김명득 편집부국장

지난 1973년 6월 8일 포항제철소 박태준 사장이 1고로에 직접 불(화입)을 붙였고, 그로부터 21시간이 지난 6월 9일 오전 7시 30분, 1고로에선 시뻘건 쇳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다. 당시 출선 장면을 지켜보던 박태준 사장과 창설멤버들은 일제히 “만세, 만세!”를 외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철강인들은 1고로가 첫 출선된 이 날을 기념해 매년 6월 9일을 `철의 날`로 정해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지금도 포스코 역사관에 가면 그 때의 그 감격스런 장면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산 역사인 포스코 포항제철소 1고로가 올해를 끝으로 내년 초에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철강인들의 가슴 속에 새겨진 포항제철소 1고로가 종풍(終風·고로의 불을 끄는 것, 즉 가동을 중단하는 것)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1고로는 포항제철소의 태동과 함께 가장 먼저 설치된 핵심설비였고, 포항제철소의 산 역사로 평가되는 상징물이다.

지난 45년 동안 쉼 없이 용광로를 뜨겁게 달구었던 1고로의 불이 마침내 꺼지는 것이다. 1고로는 당시 우리나라엔 돈·기술·철광석·석탄 등 제철의 4대 요소 중 하나도 없었지만 `우향우 정신`으로 `하면 된다`는 신념 하나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 역사적 상징물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 당시`하면 된다`라는 정신은 오늘날 세계 속에 한국경제를 우뚝 서게 한 원천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45년 동안 쉴새 없이 달려온 1고로는 노후화돼 경제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제성이 동반된 대형화를 통해 생산능력 확장과 효율성 제고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형 고로인 1고로는 이제 그 한계점에 다다른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1고로 종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고로가 갖고 있는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은 잘 보존해 관광상품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단순히 기능이 다 됐고, 경제성이 떨어졌다고 해서 무조건 폐기처분하거나 방치해 놓을 것이 아니라 포스코 태동을 전 세계에 알린 산 역사의 현장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포항제철소가 국내외의 견학 명소로 각광받으면서 1고로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이곳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한다면 우리나라 국민 누구나 한번쯤 꼭 와보고 싶은 곳이 바로 포항제철소 1고로가 아닐까. 더욱이 1고로를 포항운하와 향후 건설될 영일만대교를 연계한 새로운 관광 패키지 상품으로 내 놓는다면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것이다.

포항운하에서 크루즈선을 타고 죽도시장 앞을 지나 영일대 해수욕장을 한바퀴 돈 뒤 마지막 코스로 높이 70~80m에 달하는 1고로에 올라 포항제철소 첫 출선의 생생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또 이곳에는 출선 당시 만세를 부르던 박태준 사장과 창설멤버인 건설요원들의 현장 사진물을 게시하고 영상물도 상영해 그 역사성을 알려주는 것도 또 다른 볼거리가 될 것이다.

포항제철소와 비슷한 일본의 한 제철소도 가동이 중단된 고로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성공을 거둔 사례를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와 더불어 특수한 보존처리기술을 이용해 1고로가 더 이상 녹슬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1고로는 `쇳물 문화재 제1호`로 역사적 가치로도 충분하다. 이곳은 `기적의 현장`이고, 산업의 쌀을 처음 수확한 곳이기 때문이다.

작은 어촌마을인 영일만의 허허벌판에서 첫 출발해 `형산강의 기적`을 일궈냈고, `포항신화`를 창조해 낸 원동력이 바로 포항제철소 1고로다. 그 곳에 올라가 그 때의 그 감동을 느끼게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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