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은행 열매 수거 집중 대신 수나무로 교체에 집중 전문가 “해풍 강한 포항, 은행나무 대신 상록수종 교체 바람직”
14일 오전 가을비가 내린 포항시 남구 오천읍 문덕리 인도 가장자리는 짙은 냄새로 가득했다. 은행나무 열매가 터진 채로 인도와 차도에 뒤섞였고, 밟힌 자리 마다 미끈한 얼룩이 번들거렸다.
이곳을 지나던 시민은 “냄새 때문에 너무 힘들다. 제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운전자는 “타이어에 열매가 눌어붙어 냄새가 차 안까지 올라온다”며 “매년 가을 은행나무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고 호소했다.
가을 불청객 ‘은행나무 열매’ 시즌이 왔다. 도심 곳곳의 가로수 상당수가 은행나무다. 8400여 그루의 은행나무 중에 1300여 그루가 열매를 맺는 암나무이다.
포항에서는 다른 지자체 처럼 은행 열매 수거반을 운영하거나 열매가 땅에 닿지 않도록 망을 설치하는 조치가 없어 시민 불편이 되풀이된다.
반면 서울시는 가을철 은행 열매 악취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을 운영한다. 25개 자치구와 협력해 열매가 맺히기 전 조기 채취 작업을 벌이고 민원 접수 시 즉시 출동하는 ‘은행 열매 수거 기동반’도 상시 가동 중이다. 인천시도 ‘은행 열매 기동대응반’을 운영해 진동 수확기와 수거망을 활용한 조기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포항시도 매년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속도는 더디다.
배명규 포항시 푸른도시사업단 가로조경팀장은 “연간 예산이 8000여만 원에 불과해 모든 구간을 일시에 교체하기는 어렵다”면서 “도심 전역을 동시에 관리하기엔 인력과 예산이 모두 부족해 민원 다발 구간부터 단계적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은행 열매 수거망 설치에 대해서는 “매년 설치·철거 비용이 많이 들고 경관을 해친다는 민원도 있다”며 “차라리 교체 예산을 확보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나정화 경북대 조경학 전공 교수는 “은행나무는 산업화 시기 도시의 대표적인 ‘생존형 수종’이었다”며 “공해와 매연에 강하고 병충해에도 강해 당시에는 최적의 선택이었지만, 지금의 도시는 시민의 쾌적성과 경관의 품격을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은행나무 열매의 악취와 도로 오염은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도시 이미지와 경관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포항 처럼 해풍이 강한 지역에는 이팝나무, 해송, 동백나무, 후박나무 등 내염성과 내풍성이 강한 상록수종이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