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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과 AI

등록일 2017-01-11 02:01 게재일 2017-01-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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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태<br /><br />대구본부 부장
▲ 김영태 대구본부 부장

정유년 새해를 맞았지만, 우울하고 씁쓸한 뉴스들만 가득하다. 탄핵정국에다 국정조사, 특검, 헌재, AI 파동, 각종 물가 인상 등 훈훈하거나 가슴 따뜻한 희망적인 일들보다는 너무나 답답하고 서민의 살림살이만 팍팍해지는 이야기가 더 많다.

탄핵정국은 촛불 민심에 보수단체의 태극기, 호통과 모르쇠로 일관되는 국정조사 등 어느 하나 속 시원한 것이 없다.

그나마 경남 양산의 산계장 농장주의 선제적 대응이 AI에 따른 대량 살처분을 막은 것이 위안거리다.

농장주 서모씨는 구랍 24일 오후 사육장을 둘러보다 5만여 마리의 닭 중에서 5~6마리가 꾸벅꾸벅 조는 증세를 보고 곧바로 보건당국에 AI 의심 조기신고를 했다. 이는 이례적인 것으로 보건당국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결국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

이 농장 반경 500m내 6개 농가 16만2천여 마리를 살처분하면서 경남지역은 더이상 AI 발생신고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만약 농장주가 닭들의 이상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면 최악의 경우 이 농장으로부터 반경 10㎞ 이내에 있던 132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 후 매몰되는 상황까지 갔어야 했다.

꼼꼼한 농장주의 관찰력이 애꿎은 인근농가의 피해를 막은 것은 물론이고 정부 보상비용도 최대 150억원 정도 줄인 것이다.

이와 반대로 경기도 화성의 산란계 농장은 전국적으로 AI 확산일로에 있던 구랍 31일 4만8천여 마리의 닭 중 18마리가 폐사했지만, 평소 자연폐사 마리수와 비슷해 신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날 닭 300여 마리가 폐사한 채 발견되자 이날 오후에 의심신고를 했고 나흘 뒤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진됐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AI 확산을 우려해 반드시 살처분을 해야 하는 500m 내를 넘어 필요에 따라 살처분을 하는 3㎞ 내까지 살처분 범위를 확장해서 모두 7개 농가의 산란계 등 71만2천여 마리를 살처분 했다.

경남 양산 농장주처럼 조기신고를 제대로 했다면 전국적으로 776개 농가 3천123만마리의 닭과 오리 등 가금류의 AI 살처분 피해를 상당히 줄일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탄핵정국도 마찬가지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제기됐을 때 빠른 판단으로 조기신고를 했다면 국정조사와 특검, 헌재 등 일련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1천만명이 넘는 국민이 매 주말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지 않아도 됐고 우익단체들이 태극기를 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새누리당이 당내 인적청산을 두고 서청원 의원과 인명진 비대위원장 간의 볼썽사나운 힘겨루기 양상도 발생하지 않았다.

조기신고를 누가 했어야 하는지는 콕 집어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성 싶다.

대통령실과 관계된 그 많은 인사 중 그 누구 하나도 나서지 않았다.

조기신고보다는 최고 권력의 달콤함에 취해서인지 쉬쉬하면서 덮어두기 바빴고 늑장신고조차도 하지 않아 오늘날의 사태로 발전하고야 말았다.

결국 양산 농장주의 조기신고와 그나마 늑장신고한 경기도 화성의 농장주만도 못한 것이 현 정국이라는 비난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과 관련된 온갖 이야기들도 자고 나면 추문에 가까운 설까지 끝모르게 생산되고 관련자의 면면까지 속속들이 까발려 지는 상태다.

이같은 국정 중단으로 인해 하이에나 같은 일본은 때를 놓치지 않고 부산의 소녀상 설치를 문제 삼아 10억엔에 대한 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 일국의 총리라는 사람이 망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국정공백에 처한 한국이라는 나라가 일본으로서는 얼마나 만만해졌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나라를 망치는 국정 중단을 줄이고 일본의 망언을 막으려면 150억원의 국고낭비를 막은 양산의 농장주의 행동을 본받지는 못하더라도 화성 농장주라도 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마지막 예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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