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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영란법의 슬픈 자화상

▲ 이창형 기획정책국장문:`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감사의 표시로 카카오톡 기프티콘 커피쿠폰 5천원을 보내면?`답:`직무 관련성이 있으므로 부정청탁 관계가 성립해 과태료 부과 대상`28일부터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관련 기관과 기업 내부에서는 이 같은 모범문제 교육이 한창이다.광범위하면서도 알쏭달쏭한 사안들을 중심으로 `QA 자료`가 배포되고 있다. 초등생 시험준비를 보는 듯하다. 현장에서는 우스우면서도 웃지 못할 예행연습까지 벌어졌다.적용대상 기관들은 법 설명회를 잇달아 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법이 허용하는 선물이나 접대 범위 등이 모호해 자신도 모르게 위법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걱정이 태산이다.특히 `공직자 등`에 포함된 공기업 임직원들은 “법에서 정한 `부정청탁의 기준`이 워낙 광범위해 여간 어려운 법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하지만 이 법의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개별 사안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을 내리면서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격이다.권익위는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총 248차례에 걸쳐 설명회를 열었다.개별 사안에 대한 유권해석 의뢰도 4천500여 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80여 건이다. 통계를 잡을 수 없는 전화 유권해석까지 합치면 그 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법이 본격 시행됐지만 관련 종사자는 물론 범 국민들의 혼란은 여전하다.당장 공공기관 인근 식당가의 영업타격은 현실화했고 공직사회의 복지부동도 심각하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내외적 악재가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법이 국가의 역동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또한 이 법의 즉각적인 시행에 상당한 우려를 표했지만 정치권은 `나만 빠져나가면 그만`이란 식이다. 국민들이 겪는 피해와 혼란은 안중에도 없다.“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불법`을 저지르면 처벌 받아야 한다. 그러나 개인 간에 얼마 이상인 밥은 먹지 말라고 정하는 것은 난센스다”, “`악법도 법`이니 따를 수 밖에”라는 공직사회의 자조의 말이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이다.사정당국은 당장 오늘부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다. 자신들 또한 이 법의 엄격한 적용 대상이지만 이 법의 위반행위를 놓고 실적경쟁을 벌일 것이다.`시범케이스`로 철퇴를 가하겠다는 사정당국과 몇 개월만 몸조심하자는 보신주의가 팽배해 있는 분위기다.1인 세트 2만9천원, 2인 세트 5만9천원 등 1인당 3만원 이하 정식 메뉴를 개발해 별도 메뉴판을 내놓고 있는 고급식당가는 차치하더라도 장사가 안돼 아우성치는 중소 음식점이 살아남을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밥 먹고 소주 한 잔 마시는 문화마저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는 김영란법, 지금`영란`이란 이름을 쓰고 있는 우리의 가족과 이웃들은 죄인이 된 듯하다. 나라경제는 나락에서 허우적대고, 북한은 핵미사일로 위협하고, 정치권은 벌써 대권을 놓고 패거리 정치 이전투구만 벌이고.이 법의 취지에 반대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직업 윤리강령이나 민간의 자율규제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차단하고 여차하면 법률 제정으로 권력이 민간영역에 개입할 길을 터놓았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정치권은 그러나 여당이 국정감사를 보이콧 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왔다. 법 시행의 파장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기대했던 국민들로서는 국회가 역시나 늑대소년일 뿐이다. 정권말기 온갖 폭로와 억측이 난무하고 박근혜 정부는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며 `나홀로 국정`을 강행하고 있다. 호적에 잉크도 안 마른 여야 3당체제 20대 국회는 `협치`는 고사하고 `대치`에 목숨을 걸고 있다. 올 연말 정치권의 난장판을 또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로서는 어떤 부류들 때문에 김영란법이 제정될 수 밖에 없었는 지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2016-09-28

서울을 떠난 자의 즐거움

▲ 홍성식 사회2부장한빈(寒貧)한 자의 간난신고(艱難辛苦)였다고 말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대한민국 남쪽 지방에서 태어난 보잘것없는 사내가 서울에서 보낸 18년의 시간을.“말이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야한다”는 세간의 말이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산업화와 현대화의 급격한 진행 속에서 이 격언은 무슨 `진리` 처럼 작동했다.중·고교 시절을 보내며 학업 혹은, 예술적인 부문에서 일정한 성취를 이룬 학생들은 앞을 다퉈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했고, 이른바 `글로벌 기업`으로 불리는 회사의 본사는 90% 이상이 서울에 위치해 있으며, `입신출세`의 지름길이라 불리는 고위직 공무원 선발시험에 합격한 이들 역시 예외 없이 서울에 머물기를 원했다.그래서다. 서울은 좁디좁은 공간에서 밤낮없이 사람들의 어깨가 부딪히는 초고밀도 인구밀집 지역이 됐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원로작가 이호철은 이미 반세기 전인 1966년 `서울은 만원이다`라는 소설을 썼다. 그로부터 50년의 세월이 흐른 2016년 오늘 서울은 어떠한가.1990년대 말. 기자 역시 학업을 마치고 밥벌이를 위해 `서울행` 기차를 탔다. “간다 울지 마라/간다 흰 고개 검은 고개 목마른 고개/팍팍한 서울길 몸 팔러 간다”라며 김지하가 시를 읊조린 절대가난의 시대가 아니었음에도 `서울 살이 18년`은 숨 가쁘고 힘들었다.겨울이면 시시때때로 보일러 배관이 얼어붙는 옥탑방과 하루 종일 햇살 한줌 들지 않는 5~6평 반지하방을 전전했고, 종일 직장에서 시달린 몸에 소주 한잔 들어부은 날이면 서울 외곽 주거지행 택시비로 2~3만원을 써야했다. 강남과 여의도에 들어찬 고층빌딩이 야기한 열섬현상의 여름은 팔열지옥처럼 뜨거웠고, 난방비를 아껴야하는 겨울은 거대한 공룡조차 얼어 죽게 만든 구석기시대 빙하기처럼 추웠다.그러나 그런 고통과 서러움은 몇몇 사람의 것만이 아니었다. `부자 아버지`와 `로또복권 당첨의 행운`을 가지지 못한 지방 출신의 서울 거주 노동자라면 누구나 크게 다를 바 없는 형편이었다. 그렇게 강산이 두 번 변한다는 시간을 서울에서 살았다. 아니, 살았다기보다는 `견뎠다`.서울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벗어난 게 지난해 초가을이다. 지척에 푸른 동해의 파도가 출렁이는 포항으로 이주하며 삶이 쾌적해졌다. 월세는 절반으로 떨어졌음에도 생활공간은 두 배로 넓어졌고, 출근 시간은 버스로 10분이면 족했다. 서울 외곽 일산이나 분당에서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듯 1시간 혹은, 1시간 30분의 출퇴근길을 병든 닭처럼 졸며 오가는 이전 직장 동료들에게 미안할 정도다. 유사한 메뉴임에도 점심식사 비용이 3분의 2로 줄었고, 난마(麻)처럼 얽힌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 것도 서울에선 맛볼 수 없었던 행복감을 안겨줬다.물론, `서울 탈출`이 즐거움만을 준 것은 아니다. 예술적 갈증을 해소해주던 해외 유명 공연단의 발레와 오페라 관람이 힘들어졌고, 세칭 `예술영화`를 개봉하는 극장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게다가 `서울에서 멀어짐으로써 한국의 중심에서도 멀어졌다`는 상실감 역시 가끔은 찾아온다.그러나 미래는 비관적이지 않다. 서울이 독점하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역할을 각각의 지역으로 이전함으로써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진정한 의미의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이루려는 노력은 이미 몇 십년 전부터 진행 중이다.`차별이 사라진 서울과 지역`이란 대명제가 현실화된다면 `서울을 떠난 자의 즐거움`은 보다 커질 것이다. 기자는 그런 날을 기다린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미래세대가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은 서울만이 아니라, 지방에도 조성돼야 마땅하다.

2016-08-10

포항 RDF사업, 이번엔 완공되나

▲ 김명득 편집부국장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포항시 생활폐기물에너지화(RDF)사업이 지난달 소리소문도 없이 슬그머니 착공을 했다. 말이 착공이지 RDF시설이 들어 설 곳에 있는 구 포항도시가스 폐건물을 해체하는 것으로 대신한 것이다. 인근 제철, 인덕, 청림동, 오천읍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조용히 진행시키려다 뒤늦게 발각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총 사업비 1천292억원(국비 556억, 도비 38억, 민간자본 698억원)이 투입되는 포항시 RDF사업은 처음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필자가 처음 `RDF`라는 단어와 처음 접했던 시점도 지난 2008년 4월로 기억된다.포항시가 왜 9년 동안 이 사업을 질질 끌어 왔는지, 우선 첫 시작단계부터 현재까지 진행된 과정을 한 번 되짚어보자.이 사업을 처음 맡았던 당시 최 모(퇴직) 청소과장은 3~4년 동안 이 업무에 매달렸으나 끝내 성사시키지 못하고 현직에서 물러났다. 이어 바통을 넘겨받은 한모(퇴직) 청소과장이 부임해 오면서 다소 활기를 띠는 듯 했으나 결국엔 흐지부지 됐다.후임 정모 과장이 오면서 현 RDF사업의 기본 골격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됐다. 정 과장은 1년 반 이상을 환경부와 지식경제부 등 중앙부처를 수없이 방문하면서 이 업무에 매달렸다. 하지만 그 역시 시작도 해보지도 못하고 딴 곳으로 전보됐다.이후 이 업무를 잠시 맡았던 이 모 과장 역시 매듭짓지 못했고, 이어 바통을 넘겨받은 최모 과장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떠났다. 이강덕 시장의 후광을 업고 부임한 최 과장은 자신이 이 업무를 맡을 동안 반드시 착공시키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말았다.결국 이달초 부임한 이 모 과장이 `조용한 착공`을 하면서 길고 긴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한가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순환보직에 따른 포항시 인사정책이다. 지난 2012년부터 청소과에 부임해 4년 넘게 이 업무를 맡아 온 담당 계장이 타 부서로 전보된 점이다. 그는 이 업무에 대해선 누구보다도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다. 물론 계장 개인에게는 불만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포항시 청소행정으로 봐서는 아쉬운 대목이 많다. 4년 넘게 한 업무만 맡아 온 전문가를 어느 날 갑자기 타 부서로 보낸 인사정책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를 곰곰히 되새겨 봐야 한다.포항시가 RDF사업과 관련,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가장 시급한 문제가 인근 제철, 인덕, 청림동, 오천읍 등 RDF사업 반대주민들의 반발을 어떻게 잠재우느냐다. 포항시가 지난주 이들 주민들과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았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대기 오염물의 원료화 유입을 막기 위해 재활용품 선별 공정을 추가하기 위한 전 처리 시설 보완, 환경운동연합·포항경실련 등 환경·사회단체 등으로 부터 불공정 독소조항이라는 문제가 제기된 한국환경공단과의 위수탁 협약서 보완문제, 호동 매립장 곳곳에 야적돼 썩어가고 있는 베일 처리문제, 특정 목적의 매각 금지 등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또 우려되는 대목은 이 사업을 처음 제안했던 포스코가 빠진 상태에서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얼마나 원만하게 공사를 진행시킬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당초보다 2개월 늦게 착공한 포항시 RDF 사업이 계획상으로는 30개월 후인 오는 2018년 10월 완공하는 것으로 돼 있다.그동안 6명의 청소과장이 바뀌면서 어렵게 착공한 RDF 사업이 이번엔 아무 탈없이 무사히 완공될 수 있을까. 앞으로 남은 2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닐텐데 말이다.

2016-08-03

안전한 도시

▲ 정철화 편집부국장학생들의 여름 방학에 이어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다. 여름 휴가철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기는 휴가 방법은 역시 해수욕장과 계곡에서 즐기는 물놀이 여행이다. 즐거워야 할 여름 물놀이 여행이지만 항상 익사사고의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여름철 물놀이 사고 사망자 수는 36명으로 전년 24명에 비해 50% 급증했다. 사고 원인 중 수영 미숙 사망자가 절반에 가까운 10명, 높은 파도에 휩쓸린 경우도 7명에 달한다.최근 5년(2011~2015년)간 물놀이 전체 사망자 수는 174명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8월 86명(49.4%), 7월 62명(35.6%)으로 여름휴가 기간인 7~8월에 대부분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국가는 전쟁과 재난 등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매년 여름 휴가철마다 물놀이 사고도 되풀이되고 있어 재난에 준하는 안전보호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험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이러한 위험상황이 닥치지 않도록 예방하는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도 중요한 국가의 사명이다.물놀이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삼면이 바다이고 강과 저수지가 많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항상 익사사고의 위험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익사 사고는 불시에 발생하는데다 즉각적인 구조활동에도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국민들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일 중의 하나이다.국민들이 최소한 생존수영의 기술을 연마하도록 하는 것. 수영은 바다나 물놀이 사고에서 살아날 수 있는 필수 생존법이다. 우리나라 익사사고의 대부분이 수영 미숙에서 비롯되고 있다. 바다나 저수지 등 물에 빠졌을 때 생존법은 구조자가 올 때까지 물 위에서 최대한 오래 버티는 것이다. 익사자 대부분은 물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허둥거리다 사고를 당하게 된다. 평소 수영기술을 연마해 놓으면 위험한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한 반응을 하게 된다.이 생존수영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실현해야 할 필수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수영장을 만들어 수영 과목을 필수 교육과목으로 정하고 전교생이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수영을 필수과목으로 배우고 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스웨덴 유럽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수영을 `반드시 배워야 할 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다행히 우리나라는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올해부터 초등학교 수영의무교육을 도입했다. 교육부는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연간 10시간씩 수영교육을 하고 2017년 5학년, 2018년 6학년으로 점차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포항에서도 올해 새 학기부터 지역 내 초등학생 3~4학년을 대상으로 수영 실기교육을 진행하고 있다.하지만, 효율적인 교육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해 보인다. 초등학교 내에 자체 수영장을 갖춘 곳이 한 곳도 없는데다 위탁교육을 해 줄 수영장도 태부족이다. 포항시내 67개 초등학교의 학생 수는 2만6천여 명이고 올해 수영교육이 진행되는 초등학교 3, 4학년 8천300여 명을 교육하기에도 힘겨울 정도이다. 앞으로 5, 6학년으로 교육이 확대되면 현재 시설만으로는 교육이 거의 불가능하다.세월호 사고를 기억한다면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을 더이상 위험에 방치해 놓아서는 안 된다. 정부의 예산을 무작정 기다릴 게 아니라 지자체가 먼저 나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돈이 많이 드는 최신 시설을 갖추기 전에 폐교 등을 활용한 체험학습용 간이수영장이라도 만들겠다는 추진 의지가 필요하다. 안전한 국가, 안전한 도시는 구호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하는 데서 비롯된다.

2016-07-27

소음에 가려진 K2노믹스

▲ 김영태 대구본부 부장대구공항과 K2 군기지 통합 이전에 대한 대구시의 기본적인 개념에 문제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합이전을 발표할 때 대구시는 대구공항 이전을 대구에서 30분 이내 거리에 조성돼야 한다는 의견을 도출했지만 K2 군기지 이전에 대한 문제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K2 군기지는 그동안 대구 동구 주민에게 심각한 소음피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아 무조건 이전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구시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분야가 대기업을 유치해 청년 취업을 늘이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지향하는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K2 군기지 이전에는 우선 알려진 것만 7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비용이다. 이 재원 마련을 위해 대구시는 과거 특별법에 있었던 내용과 달리 정부와 청와대, 정치권이 나서서 이번 정권 내 결정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니면 이 비용이 모두 대구시민의 주머니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물론 이 부지를 민영 건설업자에게 팔면 7조원이라는 금액을 맞출 수 있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아주 고급스러운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면 이곳에 살 대구시민이 결국 그 비용을 전부 지불하게 되는 셈이다. 건설업자들은 상당한 이익을 챙기고 떠나면 그만이다. 일부에서는 이곳에 대기업을 유치해 경제활성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언급한다.그러나 기업이 대구시민의 눈치를 봐가며 기업활동을 할 리 만무하다. 그렇지 않고 부지를 매입한다면 경영수익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각종 세제혜택을 주더라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대기업 유치는 장밋빛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정부도 다른 지자체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K2 군기지 이전에만 전액 국비 지급은 무리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특혜시비가 일 것이고 아무리 최대한 국비 비율을 높이더라도 대구시의 기대치 만큼은 지원되지 못한다.일부 군 관계자들은 K2 군기지 이전 비용은 한국 공군 전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거론되는 것보다 2배 가까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이전 비용은 대구시민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K2 군기지에는 현재 군인과 그 가족 등 모두 9천여명이라는 대식구를 거느리고 있다. 공군에서만 연간 3천억원의 비용을 대구·경북지역에서 사용하고 그 가족들의 소비까지 합친다면 5천억원에 가깝다고 한다.금액면으로 볼때 대구·경북에 효자 노릇하는 알짜 기업이고 어떤 대기업이 오더라도 이만큼의 구매력은 없다.현재 방식대로 K2 군기지를 이전한다면 대구시는 7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을 써가며 대기업 못지않은 대기업을 쫓아내는 꼴이 되고 만다. 대기업을 유치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거액을 들여 쫓아낸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 일부 대구·경북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오류를 대구시와 대구시민이 범할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심지어 어떤 정치인은 대구공항과 K2 군기지 통합 이전 후에는 대구시가 전국 20대 도시로 추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신공항 유치 실패에 대한 책임과 선거 시 발목을 잡힐 가능성에다 잘못하면 소음피해 주민에게 욕을 얻어먹을 수 있어 정치를 그만두지 않고는 대놓고 발언을 할 수 없다고 한다.대구시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대구공항도 있어야 하고 K2 군기지도 존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대구공항은 이제 경북도와 대구시의 위치선정을 위한 줄다리기 양상을 보일 정도로 치열하다. 대기업 유치에만 목맬 것이 아니라 있는 대기업군이라도 제대로 지켜야 하지 않을까.대기업이 오기만을 바라지 말고 대기업이 땅을 달라고 할 정도의 인센티브를 준비하는 것이 오히려 지역 경제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구공항과 K2 군기지 통합이전에 대한 대구시의 냉정한 판단과 대구시민의 이성적인 사고가 필요한 절체절명의 시기인 만큼은 분명하다.

2016-07-20

K-2·대구공항 통합이전, 민심 달래기 안돼

▲ 이곤영 대구취재본부 부장대선공약이었던 영남권신공항 백지화에 이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지역 배치설로 지역 민심이 폭발수준으로 요동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K-2 군공항과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시사했다. 지역민의 염원인 영남권신공항은 백지화시키고 혐오시설만 떠안기며 부글부글 끓던 TK로서는 K-2·대구공항 통합이전은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지역민에 대한 요구에 박 대통령이 화답한 셈이어서 일단은 환영한다.영남권신공항 백지화로 대구는 숙원사업인 K-2 이전사업에 제동이 걸린데다가 사업 추진에 문제를 발생시킨 원인제공자인 정부와 국토부는 오히려 대구와 국방부가 K-2 이전사업에 대해 먼저 협의를 하면 검토하겠다며 문제를 떠넘겼다. 참으로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박 대통령은 대선공약이었던 영남권신공항 약속을 파기한데 대해 한마디의 입장표명도 없이 이번에도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고 청와대는 국토부 발표 이튿날인 22일 “김해공항 확장=김해 신공항이며, 이는 대선 공약 파기가 아니다”라며 공약 파기 주장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TK로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꼴이 된 것이다.이에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해 대구 지역 국회의원 9명, 재계 관계자와 시민 2천여 명이 대구백화점 앞에서 신공항 백지화 진상 규명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백지화 반대 결의문을 낭독하며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 파기를 성토했다.지역 정치권도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대구공항 존치 결정으로 K-2 군공항 이전은 대구공항과 함께 이전하지 않는 한 사실상 불가하게 됐다”며 정부에 K-2 군공항 이전 대책을 강하게 촉구하고 신공항 용역검증 작업 참여와 대구공항 존치 및 K-2 이전에 대한 대안책 등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했다.민심이반 현상이 지역 곳곳에서 나타나며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급락했다. 7월 첫째 주 들어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TK의 긍정 평가는 42.7%(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9%포인트)로 취임 이래 2번째로 낮았으며 TK지역은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가 긍정적인 평가를 넘어서는 지지율 역전현상까지 보이고 있다.이런 와중에 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군(K-2)과 대구국제공항을 통합 이전할 수 있도록 정부 내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돼 기대를 충족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고 이전 지역 선정 시 대구 주민들의 접근 편의성을 제1원칙으로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신공항 무산과 사드 배치설로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TK의 민심이반이 극심해지자 지역 민심을 보듬기 위한 것으로 분석이다.하지만 지역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K-2·대구공항 통합이전이 김해 신공항 결정 이후 악화되고 있는 대구·경북, TK 민심 달래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내년 대선 이전에 후속조치를 마련하지 못하면 선거 과정에서 변질되거나 무산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K-2와 대구공항 통합이전이 민심수습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면 지역민이 믿을 수 있도록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내놓아야 한다. 아직은 이전부지와 비용확보 방안, 통합공항의 성격과 규모, 기능을 명시하는 등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박 대통령의 약속이 당근책이 아니라면 정부 주도로 올해 안에 모든 절차와 비용은 물론 대구공항의 성격, 규모, 기능 등을 명시하고 향후 구체적인 로드맵과 그에 따른 예산 반영 등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통합공항을 실질적인 지역 발전의 신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1천만명 수용, 3천500m급 활주로, 30개의 계류장을 갖춘 명실상부한 국제공항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역민의 결집과 지혜가 절실한 때이다.

2016-07-13

경북도의회에 바란다

▲ 이창훈 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경북도의회 10대 후반기 의장단 선거가 마무리됐다. 의장에는 4선의 김응규(김천) 의원이, 부의장에는 3선의 고우현(문경), 장두욱(포항) 의원이 각각 당선돼 의장단을 꾸렸다. 이들 의장단은 도의원 60명을 대표해 향후 2년동안 거대조직인 경북도 집행부를 상대로 정책결정이나 예산배분 등 굵직한 사안들에 대해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공직생활 수십년을 해오고 있는 노련한 집행부 공무원을 상대로 도민의 혈세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올바른 행정행위로 도민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감시, 견제와 더불어 상생을 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것이다. 이들은 60명 의원의 대표로 강력한 경쟁력을 뚫고 의장단에 입성한 만큼 필요충분조건을 갖추었다. 하지만 주위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도 많아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도청안팎 분위기로는 이번 의장단이 좀 편하게 구성됐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집행부가 의회를 상대하기가 좀 수월해 졌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내심 이번 구도를 경북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의장단 구성 면면을 보자. 김응규 의장은 4선의 관록으로 젊었을 때부터 정치에 입문, 지역정가에서 잔뼈가 굵었고, 산전수전을 겪은 정치베테랑이지만 카리스마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부의장인 고우현 의원과 장두욱 의원도 마찬가지다. 고 부의장은 마음씨 좋은 동네 아저씨 같은 인물로 이번에 가장 안정적으로 부의장에 입성했다. 하지만 마음씨가 너무 좋다보니 집행부를 좌지우지하는 대신 끌려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은 게 사실이다. 장두욱 의원은 어떤가. 그는 3선이지만 소통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말들이다. 의원들 9명이 집중된 포항출신이지만, 평소 소통과 화합이 부족, 결국 같은 지역의 의원과 맞붙는 경우의 수를 만들었다. 향후 보다 진전된 자세로 소통에 앞장서고 집행부 견제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하지만 이와 같은 평가에 대해 김응규 의장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김 의장은 “20대의 젊은 나이에 정치에 입문, 그동안 당에서 여러 위원장을 역임한 것을 비롯,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리고 도의원 4선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김천시장 후보를 비롯, 7번의 선거에서 4승3패의 전적을 가지고 있다. 이런 후보를 약체라 하면 도대체 누가 강하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반세기가 가까운 시간동안 정치밥을 먹는 등 관록을 자랑하고 있는 만큼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타 후보와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뜻으로 이같은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정활동으로 승부를 해야 된다.특히 이번에는 지사가 임기만료 돼 마지막 1년은 레임덕 현상이 예상되는 것과 동시에, 의원들도 자신의 선거로 의정활동 자체가 부실이 예상되는 만큼 더욱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사실 의원 개개인의 능력은 집행부를 상당히 긴장시키는 등 의정활동상을 끌어올리는 원초적 동력이다. 10대전반기 교육위에서 활동한 강영석 의원이 이번에 교육위원장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에 현재 교육청이 상당히 긴장하는 등 공부모드라는 소리다. 의원은 폼만 잡을 게 아니라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 집행부가 제대로 된 길을 가도록 하는 게 본연의 임무다. 그리고 이번에 시도민들은 도의회가 전통유지도 좋지만 선수파괴 등으로 보다 역동적으로 움직여 줄 것을 희망했으나, 강한 보수성으로 인해 시도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점도 한번쯤 새겨야 한다. 선수를 없애라는 것이 아니라 보다 강한 경쟁구도를 형성해 도의회 본연의 역할과 민의대변을 위해 더욱 뛰라는 주문이었다.아무튼 이제 경북도의회 후반기 의장단 구성이 마무리 됐다. 이들 의장단은 보다 예리한 머리와 넓은 가슴으로 도정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수많은 언론을 비롯한 도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6-07-06

여행

▲ 윤희정 문화부장봄이 오고 꽃이 피는가 싶더니만 어느새 훌쩍 여름으로 치닫는다. 조금 더 있으면 휴가철이다. 요즘 같은 어려운 경제상황이라면 언감생심 어디 여행을 꿈꾸기야 하겠냐만 그런 상황일수록 여행에 대한 갈망은 더 커져간다. 얇은 월급봉투에, 도시의 소음에, 익숙한 회색빛 콘크리트를 뒤로 한 채 훌훌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은 간절해진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해 달려가느라 조급하고 긴장된 마음은 일상과 일탈의 경계선에서 이도 저도 못하고 방황하게 되고 반복적인 일상의 단조로움에 지치면서 여행의 욕구는 신열(身熱)처럼 찾아온다. 이 같은 `고달픈` 현실을 털고 여행지로 떠나기를 꿈꾸는 것이 여름을 맞는 현대인들의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우리는 왜 끊임없이 떠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다른 일에는 회의적이고 신중하면서 왜 야자수와 에메랄드빛 바다 사진이 실린 팸플릿 한 장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일까.`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여행의 기술` 등을 통해 문학과 철학과 역사를 아우르며 현대적 일상의 가치를 탐구해온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흔들리는 마음을 `현혹(眩惑)`이라고 표현했다.알랭 드 보통은 출간된 지 10년 넘었지만 `여행서의 고전`으로까지 평가되는 `여행의 기술`에서 여행이 주는 사고(思考)의 효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일상생활 속의 우리는 (일상에 파묻혀) 본질적으로는 `내가 아닐 수도 있는 인간`으로 계속 존속되기 쉽다. 존재가치도 모르면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늘 같은 일상이 일 단위, 주 단위로 반복된다. 여행은 이러한 일상을 떠나 좀더 `본질적인 나`를 만나게 도와준다. 그런 깨달음은 기차를 타고 가는 창 밖을 볼 때 가장 극명하게 작동한다.비슷한 맥락에서 그랜드 캐년이나 시나이 사막과 같은 거대한 대자연을 찾는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는 또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불가해한 인생사에서 상처받고 분노를 느낄 때 우리를 다독여주는 힘이다.“숭고한 장소들(사막이나 대협곡 같은 대자연)은 부드럽게 우리를 다독여 한계를 인정하게 한다 (중략) 숭고한 풍경은 우리를 우리의 못남으로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익숙한 못남을 새롭고 좀 더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해준다.”(`여행의 기술` 중)이렇게 여행은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과 도착한 장소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해주며 보잘 것 없는 인간의 존재를 깨닫고 인정하게 만들어준다. 히말라야는 인간을 바꿔버린다. 그렇다면 우리가 여행을 잘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뭘까?가계에 파탄을 일으킬 정도로 많은 돈이 드는 긴 여행이 `열대의 바람에 살짝 기울어진 야자나무 사진 한 장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음`을 인정하며 보통이 바베이도스 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하는 `여행의 기술` 마지막 장에서 `습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일상은 남루하고 보잘 것 없는 것`이라는 생각에 습관적으로 길들여져 있고, 우리가 사는 `이곳`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 습관의 정도가 심했던 플로베르 같은 이는 그래서 “어디로라도! 어디로라도! 이 세상 바깥이기만 하다면!”을 외치면서 끊임없이 타지로의 여행을 갈구했다. 그러나 보통은 “우주는 우리가 기대하는 대로 맞추어져 있다(우주는 우리가 보고자 하는 방식에 따라 보인다는 뜻)”면서 주위의 일상에 관심을 가지고 찬찬히 훑어 볼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동네 골목길의 일상이나 자신의 침실에서도 여행은 가능하다며 이 책을 마친다.하긴 그렇다. 여행이 자신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라면, 꼭 세상 밖으로의 여행일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아스팔트 틈새에 자라나는 잡초 한 포기에서 우주를 보아낼 수 있다.어디서든 마음 먹기에 따라 삶의 생동감과 일관성을 얻을 수 있는 사유(思惟)의 힘을 튼튼하게 하는 일부터 먼저 해봄직도 하다. 바깥으로의 여행만 여행인가, 내면으로의 여행도 훌륭한 여행이다. 그래서 성직자들, 성인들, 도인들은 명상을 즐겼다. 달라이 라마는 한 달을 줄곧 명상에 빠져 있을 때도 있다지 않은가. 아무리 뒤져봐도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나의 내면! 그것은 우주공간만큼 넓다.

2016-06-29

브렉시트(Brexit)와 개헌(改憲)

▲ 이창형 기획정책국장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영국발 브렉시트(Brexit). `영국(Britain)`과 `탈퇴(Exit)`의 합성어인 브렉시트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신조어다. 영국은 1973년 대영제국의 자존심을 접고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했다. 하지만 불과 2년만에 집권 노동당 주도로 ECC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67% 찬성으로 잔류였다. 브리메인(BREMAIN)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41년만인 23일 다시 국민투표를 한다. 유럽연합의 일원이면서도 사실상 자국 통화인 파운드화를 고집하면서 거리를 둬왔던 영국은 왜 또다시 EU 탈출을 감행하려 하는 것인가.연간 3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EU 부담금과 이민자 급증으로 인한 실업률 상승 등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큰 이유다.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하는 EU 체제에 대한 불만, 영국 내 테러가 증가하면서 극우 세력이 발호한 점도 브렉시트를 부추겼다. 특히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경제 이슈와 민심을 이용하면서 브렉시트에 불을 붙였다. 그는 2013년 “2017년까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5월 총선에서는 “EU 내 지위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 EU와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으로 국민들의 반 EU 정서에 기대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총선 승리 이후 캐머런은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EU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 EU와 협상에 나섰다. 이민자들에 대한 복지 혜택 축소, EU의회가 제정한 법률을 거부할 권리도 챙겼다. 반 EU정서를 앞세워 정치적 실리를 챙긴 후 다시 EU잔류를 선언했지만 자신이 불을 지핀 탈퇴 분위기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자승자박인 셈이다. EU 잔류를 지지했던 콕스 하원의원의 피습사건 이후 분위기 반전 조짐이 일고 있지만 여전히 여론조사에서는 브렉시트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다.글로벌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국제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현금 보유 비중을 높이는가 하면 금값은 연일 급등 상태다.국내 금융시장도 비상이다.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영국계를 포함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에서 대거 빠져나가는 등 단기적으로 외환·금융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브렉시트의 혼돈을 보면서 최근 핫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는 우리의 개헌논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헌의 내용이 하나로 수렴되지못한 상태에서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독일식 내각제, 지방분권형 개헌 등 제 각각의 각론만 난무한다.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한 제도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개헌의 필요성과 방향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아예 무시되고 있다.정세균 국회의장과 야권이 적극 주도하고 있는 개헌논의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은 반대 또는 유보입장이 여전하다. 박 대통령은 이미 개헌에 모든 이슈가 빨려 들어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문제는 국민이 개헌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느냐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금 국회 중심으로 이뤄지는 개헌 논의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먼저 정치권이 국민의 불신을 씻는 노력을 하고 개헌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는 외면한 채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개헌 문제를 이용한다고 보는 국민적 시각이 많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여의도에서만 핫 이슈가 되고 있는 개헌논의가 대선을 앞둔 정파적 문제로 비화될 경우 영국 발 브렉시트의 혼돈 이상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점을 정치권은 유념해야 한다. `브렉시트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질서는 급변하고 있다. 개헌 논의는 새로운 글로벌 환경에 맞는 가장 효율적인 국가시스템을 고민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국가의 틀을 새로 짜는 역사적인 논의에 왜 국민들은 침묵하고 있는 가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필요할 때다.

2016-06-22

체육도시 포항이 부끄럽다

▲ 김명득 편집부국장포항시가 `체육지원과`를 `새마을체육산업과`로 직제를 개편했다. 독립부서였던 체육지원과라는 명칭이 사라지고 새마을과 안으로 체육이 흡수된 것이다. 체육을 좋아하는 한 시민으로서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럽다. 은근히 화까지 치민다. 경북 제1의 체육도시라는 말이 무색하고 창피스럽다. 이번 행정기구 개편은 이강덕 시장의 의중이 절대적으로 반영된 것이겠지만, 대다수 체육인들의 의견은 수렴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생각된다. 이 시장이 당선 후 첫 시의 행정기구 직제를 개편할 때도 체육지원과를 새마을과로 편입시키려다 체육인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체육지원과 명칭을 그대로 존속시킨 바 있다. 그때도 필자는 체육지원과의 존속 당위성에 대해 이 시장을 끈질기게 설득했고, 시장도 고개를 끄떡이며 수긍했었다. 그런데 이 시장이 이번에는 도저히 양보 할 수 없는 모양이다. 어떤 외부 입김에 의해서인지, 아니면 절대적으로 기구개편이 필요해서인지 그 내막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포항 체육인들의 자존심은 꺾일대로 꺾였고,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렸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 시장이 이들 체육인들의 상처난 마음을 어떻게 달랠 수 있느냐다.포항은 누가 뭐라해도 체육도시다. 프로축구단 포항스틸러스가 있고, 경북도민체전에서 8연패를 달성하는 등 경북 제1의 체육도시다. 그런데도 포항시는 `체육`을 홀대하고 있다. `새마을` 앞쪽도 아닌 뒤쪽에 `체육`이 따라 붙는다는 그 자체가 체육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이다. 타 도시처럼 체육부서를 확대, 개편해도 시원찮을 판에 축소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하고 있다.이래놓고도 포항시는 체육지원과 가운데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해양스포츠 분야에 잔뜩 공을 들이고 있다. 물론 이 시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겠지만,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 해양스포츠 부서를 한시기구인 환동해미래전략본부 내 해양산업과로 이전하는 자체가 엇박자다. 해양산업과가 체육(해양스포츠)업무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더더욱 우려되는 것은 해양산업과 내에 해양스포츠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다. 일반직 공무원이 이 시장의 의중을 얼마나 이해하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해양스포츠의 비중이 큰 만큼 이 분야를 별도 부서로 독립시켜 적극 육성시켜야 한다는 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직제개편을 보면 체육행정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거나 문외한이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탁상행정인 것이다. 피 같은 예산을 낭비해가며 의뢰한 용역비가 아깝다.이처럼 체육이 홀대받도록 한 체육인들의 책임도 크다. 오죽했으면 이 시장이 이렇게까지 했을까. 선거철만 되면 각 후보 캠프에 줄을 서는 체육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체육을 정치수단으로 이용하는 그들의 모습이 분명 눈에 거슬렸을 것이고, 선거후 봉합할 수 없는 갈등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실망했을 것이다.또 하나 아쉬운 점은 체육인 출신 박승호 전 시장의 흔적지우기라는 지적이다. 도민체전 8연패의 위업은 지난 2006년 한 부서의 체육계를 체육지원과로 승격시켜 체육 분야를 강화한 박 전 시장의 업적이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는 재임기간 동안 포항야구장, 양덕스포츠 타운 등 스포츠 시설 인프라를 갖추면서 양적, 질적 발전을 가져 오게 했다.결국 독립된 체육과가 없어지게 되면 체육행정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이강덕 시장의 결단이 후일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오늘도 훈련장 곳곳에서 피땀을 흘리고 있는 체육 꿈나무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줘서는 안된다. 체육은 그 도시를 상징하는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2016-06-15

성숙한 인간과 문학

▲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학과가끔 중고등학생들을 만날 때가 있다. 대전 출신지에서 교편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의 권유 같은 것을 안듣고 배겨낼 재주는 없다.만나면 옛날 고등학교 때 크던 얘기도 하고 공부하는 얘기도 하고 옛날에 읽던 소설 얘기도 한다. 기회가 되면 심청전이 어떻고 금오신화가 어떻고 하는 얘기도 할 때가 있다. 나중에 학생들 질문 받고 대답하다 보면 그중에 꼭 모범생이 있어 소설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을 때가 있다. 소설 공부라는 게, 물론 소설 쓰는 공부가 아니요, 국어교과서 같은 곳에 나오는 소설을 어떻게 하면 잘 공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그 공부의 어려움이라는 것은 무엇보다 이해가 잘 안된다는 데 있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것, 바로 그것이다. 그래도 소설은 중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빠짐없이 실려 있으니, 다른 공부 잘 하는 학생도 자칫하다 소설에 걸려 넘어지기 일쑤다.왜 이런 일이 생기느냐 하면, 한 마디로 성숙에 관련된 문제라 할 수 있다.요즘 청소년 소설이라는 말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특화된 영역이요, 보통 소설은 어른들 읽으라고 쓴 것이 많다. 그러니 청소년, 중고생의 눈으로 쉽게 이해가 가지 못할 장면도 더러 있게 마련이다.그럼 눈높이에 맞는 작품만 엄선해서 실어야 하지 않느냐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수학 공식처럼 맞추기도 어렵고, 또 눈높이의 기준이나 척도를 맞추기도 어려우며, 뭣보다 쉬운 작품만이 성장발육에 도움이 된다고 확언할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왜 영어, 수학에 어려운 문제가 있겠는가?소설을 잘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물론 어휘나 문장 인식 능력이 높음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영혼이 얼마나 성숙했는가에 관련된 문제라 할 수 있다. 필요한 정도까지 자라지 못한 미성숙함, 또 겉보기에만 꽤 자란 것처럼 보이는 웃자람으로는 소설 읽기가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그러니까 소설은 그것을 읽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신이 속한 세계를 성숙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고, 역으로 그만큼 성장한 친구만이 더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독특한 영역이다.성숙한 인간을 `만드는` 것, 이것이 어떻게 보면 국어라는 한정된 과목을 넘어선 소설 교육의 목표라고도 할 수 있다.나는 내가 문답을 주고받는 학생들을 그네들이 표나게 눈치채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얼마나, 어떻게 알고, 이해하고 있는지 헤아려 본다. 말하자면 이 아이들이 얼마나 성숙한 인간인지 만나는 내내 따져보는 것이다.한마디로 요즘 학생들, `천진난만한` 학생들이 많다. 좋게 말하면 그렇고, 조금 낮추어 말할 수 있다면 지극히 자기 중심적이고 눈에 보이는 손익 산수에는 빠른 편이라 할 수도 있고, 하지만 세계가 움직이는 전체적 양상을 살피거나 특히 타인들의 동정을 헤아리는 데는 서툰 면이 있다.어디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것을 아이들 자신의 탓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부모들인 어른들의 가치의식, 삶의 태도와 방법이 켜켜이 쌓여 아이들을 이른바 `살아남는 법`에 강한 동물성 인간으로 키워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나는 모든 문제가 윗세대의 책임만으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성년인 만큼 윗세대의 책임의 몫은 작다고만은 할 수 없다.우리의 다음 세대, 다다음 세대 아이들을 어떤 인간으로 양성할 것인가? 자기 자신의 생존에 골몰하는 강한 인간이 넘쳐나는 사회라면 그곳은 과연 기쁘고 즐거운 곳이 될 것인가?성숙한 인간이란 세계가 자기를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난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친구들이 이 소설적인 세계를 더 잘 알고 이해하고 또 도와줄 수 있으리라.요즘 학생들도 헤르만 헷세의`데미안`을 읽는가, 어떻게 읽는가? 궁금하다. 옛날, 위의 가난한 세대들은 세로로 인쇄된 그런 책들을 읽고 가슴을 졸였건만. 지금 우리의 후배들도 그러하고 있겠지, 기대해 보는 것이다.

2016-06-09

올바른 인성 교육

▲ 정철화 편집부국장지난주 안동의 한 도서관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한 남자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끔찍한 장면이 TV뉴스화면을 통해 전파됐다. 정신지체 장애 3급 판정을 받은 남자(27)가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여중생을 감싼다는 이유로 여고생(17)을 주먹과 발길질로 무참하게 때렸다. 대낮에 공공기관에서 힘없는 여고생이 폭행을 당하고 있었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치안이 잘 되어 있다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많은 학부모의 공분을 샀다. 지난달에는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한 노래방 건물 화장실에서 30대 남자가 생면부지의 여성을 칼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도 발생했다. 피해자와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이 그저 자기 기분에 따라 저질러지는 `묻지마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며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런 범죄는 피해대상이 특정되어 있지도 않고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사회범죄이다.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2~2015년 사이에 묻지마 범죄가 총 163건이나 발생했고 그 원인으로는 정신질환(36%)이 가장 많았고 이어 알코올중독과 마약(33%), 사회불만(24%), 기타(7%) 순으로 조사됐다. 그냥 단순한 사회현상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심각한 수준이다.사회학자들은 역사적으로 큰 전쟁을 겪고 나면 젊은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기존 도덕체계나 가치체계가 무너져 버린 탓에 충동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성향이 나타난다고 분석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의 `앙팡 테러블`이나 제2차 세계대전 후 영국의 `앵그리 영맨`, 몽고침략 이후 백주강탈과 부녀자 겁탈을 일삼았던 `악소배(惡少輩)` 등을 그 예로 들고 있다.그렇지만, 전쟁을 겪지 않았는데도 이러한 사회병리현상이 만연한다는 것은 전쟁에 버금가는 큰 가치체계의 파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방증으로 우리 사회가 매우 중대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봐야 한다.정부는 지난 1일 국무총리 주재로 법질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여성대상 강력범죄 및 동기 없는 범죄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남녀화장실 분리설치 의무대상 범위확대, 범죄 취약지역 폐쇄회로(CC)TV 설치 확대, 처벌 강화,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주취·정신장애 경미 범죄자의 재범 방지를 위해 지난해 12월 2일 공포된 `치료명령제도` 시행에 필요한 하위법령의 조속한 정비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정부의 이 대책 역시 미봉책에 그칠 확률이 높다. 이미 오래전부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되풀이됐던 대책이다. `묻지마 범죄`의 원인 진단부터 다시 하고 근본적인 처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원인으로는 도시가 너무 과밀해지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적 거리는 가까워졌는데도 인간적 거리는 멀어져 개인 간 소통이 결여돼 있다. 또 사람이 천성적으로 지닌 동물적인 공격성을 자제할 만한 인성교육을 가정이나 학교에서 가르치질 않았다. 교육이 없는 빈자리에 TV나 인터넷 게임이 들어앉아 매일같이 손쉽게 사람을 치고 패고 죽이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이 때문에 충동을 억제하기보다 자극을 하고, 말보다 행동을, 책임보다 권리를 주장하는 인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부모들의 과잉보호와 인성보다 성적을 중시하는 교육환경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 사회부적응아를 양산하고 있다.진단이 나왔으면 처방을 내리면 된다. 대학 입시와 성공을 위한 천편일률적인 교육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문화적 소양을 길러주는 교육에서부터 사람은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일깨워주는 인성교육에 이르기까지 사회전반적인 교육시스템을 새롭게 짜야 한다.

2016-06-08

열정이 있어야 진전이 있다

▲ 김영태 대구본부 부장영남권신공항 입지선정이 이제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벌써부터 이번 선정에서 제외된 지자체에 대한 인센티브를 정부 측이 미리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아전인수격으로 정부가 탈락한 지자체 달래기에 나설때 대구·경북·울산·경남 등 4개 지자체보다는 부산 한 곳에 집중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등장했다.영남권신공항 입지선정에서 유불리를 따질 시기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대구·경북·울산·경남 등 4개 지자체가 따로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밀양으로 후보지가 선정되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탈락시 허탈감을 대비한 대안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대해 일부 인사들은 선정 결과도 발표되기 전에 탈락을 먼저 거론하는 것은 패배의식이 밑바탕에 깔려있다며 반대 견해를 보인다.과거 이명박정부 시절 남부권신공항이 선정 자체가 백지화 됐을 때 대구시의원들의 삭발을 비롯, 정치권과 각종 단체는 심한 반발을 내보였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입지선정에서 배제될 경우를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이라는 말이 있다. 1907년 영국보수당의 A. 체임벌린이 최초로 사용한 섀도 캐비닛은 야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를 예상해 각료 후보로 조직한 내각을 말하는 것으로 일명 `그림자 내각`이라고도 한다. 양대 정당제가 발달돼 있는 영국은 야당의 정권획득에 대비해 수상 이하 각 각료로 예정된 멤버를 정해 두고 정권을 획득하면 그 멤버로 내각을 구성하게 된다. 이를 섀도 캐비닛이라 한다. 정부 여당도 섀도 캐비닛에 대해서는 필요한 자료나 정보를 제공한다.이처럼 미리 준비를 하지 않으면 막상 현실 상황이 닥쳤을 때는 다시 구성하기 어려워진다. 애초 대구·경북지역은 영천 금호지역을 영남권신공항 후보지로 내세우려다 경남 밀양이라는 카드로 조율한 만큼 침착하고, 지역 발전에 꼭 필요한 인센티브를 먼저 생각해 두어야 하는 상황이다. 대구에서 요구할 수 있는 인센티브로는 K2 이전 비용을 비롯한 도청 후적지 개발에 대한 정부의 절대적인 지원 등이 거론될 수 있지만 지역민이 피부에 와 닿는 것으로 철두철미하게 고민하고 정부가 수용할 수밖에 없는 안을 제시해야 한다.이미 부산지역은 탈락됐을 경우를 대비한 다양한 요구사항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병행해서 부산 측은 자체 입지선정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압박카드로 사용하고 부산지역 국회의원들까지 나서서 총력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산 국회의원 5명은 국회 개원 첫날인 지난달 30일 부산시당 위원장인 김영춘 의원실에 모여 신공항 대책을 논의하고 상임위 배분과 예산확보 등 효율적인 팀플레이를 다짐할 정도다, 여기에다 오는 7일부터 부산역 광장에 천막 본부를 설치하고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당원 등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8일 `가덕신공항 유치 비상대책본부` 발족식까지 한다. 이같은 부산측의 움직임은 최근 신공항 입지 발표를 국토교통부와 용역 기관인 ADPi 중 누가 할 지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며 앞으로 다가올 책임을 정부가 회피하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부산측이 입지선정을 앞두고 정부와 용역기관에 대해 설득과 상당한 압박을 미리 가하는 것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부산측의 열정이 놀랍기까지 하다.이에 반해 대구·경북·울산·경남 등 4개 지자체는 초지일관 용역기관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요구하고 있어 부산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대구·경북 정치권은 영남권신공항을 두고 지역간 싸움으로 치부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상대적으로 움츠러 들었다고 할 정도로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물론 양반기질이 강한 대구·경북지역으로서는 이전투구식의 싸움을 피하고 싶겠지만 부산 측의 열정만은 배워야 한다. 무슨 일이든 열정이 있어야 진전이 있다고 했다.

2016-06-01

영남권신공항과 계포일낙(季布一)

▲ 이곤영 대구본부 부장사기 계포전에 초나라 항우 휘하의 계포(季布)라는 장수는 젊었을 때부터 의협심이 강해 한 번 한 약속은 끝까지 지키기로 유명했다. 어느날 흉노족의 선우가 당시 여태후를 조롱하는 편지를 조정에 보내자 이에 진노한 여태후는 흉노 징벌을 위한 어전회의를 소집했다. 이에 여씨 일문의 딸을 맞아서 여태후의 총애를 받고 있는 상장 번쾌가 나서며, “저에게 10만 병력을 주십시오. 소신이 오랑캐들을 쓸어 버리겠습니다”라고 큰소리쳤고 신하들은 번쾌에게 잘 보이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계포는 “10만으로 흉노를 치겠다는 것은 아첨하기 위한 망발입니다. 번쾌의 목을 자르십시오”라고 말했다. 이에 신하들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고 계포의 목숨도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태후는 즉시 폐회를 명했고 다시는 흉노 징벌을 입에 담지 않았다. 여태후는 계포의 신의를 믿고 이 사건을 덮었던 것이다. 그래서 `계포는 한 번 약속하면 그뿐이다`라는 `계포일낙`(季布一·한번 말한 것을 반드시 지킨다는 의미)이란 사자성어가 생겼고, `황금 백근보다 계포의 말 한마디가 낫다`는 속담도 있다.약속이란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약속을 해놓고 저버리는 경우가 많다. 지금 영남권신공항을 두고 부산이 벌이는 행태는 한 마디로 이판, 저판도 안되고 이판사판으로 붙어도 안될바에는 갈아엎고 다시 판을 짜자는 것이다.영남권신공항은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무산시켜 영남 5개 시·도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러나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재추진돼 2014년 영남권 항공수요 조사에 이어 지난해 신공항 관련 5개 시·도단체장 합의로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에 들어갔다. 겨우 죽었던 것을 숨을 붙여놓은 것이다.5개 시·도 단체장들은 과열된 유치경쟁과 정치권의 개입으로 인해 2011년 백지화 결정과 같은 신공항 건설 자체가 무산된 전철을 다시 밟지 않기 위해 당시 용역을 외국기관에 맡기고, 용역기간은 1년으로 하며, 용역 과정에서 유치경쟁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및 한국교통연구원(KOTI) 컨소시엄과 계약을 체결하고 용역 결과가 나오면 입지평가위원회 등 별도의 검토 없이 6월 말까지 결과를 발표하며, 신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는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그러나 부산시는 5개 시·도 단체장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상생이 아닌 독자생존을 위한 길을 걷고 있다. 부산시는 정부가 자제를 요청했던 신공항관련 토론회 등을 연이어 개최했고 4·13총선때는 정치권까지 끌어들여 정치 쟁점화했다.신공항입지를 결정할 연구용역 결과 발표가 한달 앞으로 다가오자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 17일 청와대 관계자를 만난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국토교통부를 찾아 가덕도에 활주로 1본짜리로 신공항이 건설되도록 해주면, 활주로 1본 건설 비용을 대구시의 K2 이전비를 지원하겠다고 상생방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막판까지 도를 넘고 있다.최근 가덕도를 방문해 노골적으로 유치전을 벌였으며, 대응을 자제하던 경남·경북·대구·울산 4개 지역 시·도지사가 `신공항 유치 경쟁을 벌이지 말라`고 경고장을 날렸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특히, 4개 시·도지사의 밀양 회동에 대해 신공항 입지 선정에 정치적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부산시는 유치 자제 약속을 어긴 적도 없고 어길 생각도 없다고 말하는 등 오히려 4개 시·도를 비난하고 있다. 부산시의 이 같은 행태는 신공항 후보지인 가덕도가 밀양에 비해 BC는 물론 상생, 여론 등 모든 면에서 뒤지고 있다는 점을 감지한 것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부산은 아예 이판을 갈아엎고 새로 판을 짜자는 것이다.신뢰를 상실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 이번 영남권 내 갈등으로 향후 부산은 영남권 내에서도 자칫 고립될 수도 있다. 영남권신공항은 5개 시·도의 접근성을 높여 영남경제권에 활력을 높여주기 위한 사회인프라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2016-05-25

경북도, 묵묵히 일하는 자 우대해야

▲ 이창훈경북도청본사 취재본부장경상북도의 가장 거대조직인 경북도 본청의 인사철이 다가왔다.경북도는 여느 기관과 마찬가지로 매년 2차례, 6월말과 12월말 정기인사를 단행한다.해마다 이 시즌이 다가오면 여러 설들로 말들이 많다. 수많은 사람이 관계된 인사를 하다보니 100% 만족도가 나올 수 없기에 말들 또한 많은 게 현실일 수밖에 없다.이번 인사는 경북도가 안동·예천신도시로 옮겨온 후 첫 인사인만큼 시도민들을 비롯 관계자들 기대 또한 큰 게 사실이다.이번에는 주요변수 하나가 어떻게 결론나느냐에 따라 1, 2, 3급 등 최고고위직의 이동이나 연쇄승진이 점쳐지는 등 대폭적인 인사가 이뤄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 중폭정도의 선에서 마무리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하지만 매년 인사를 전후해 여러 설들이 오가는 등 마타도어가 난무한다. 여러 사람을 실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즉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우대돼야 하나 막상 뚜껑을 열고보면 그렇지 않은게 상당수 발견된다는 말들이다. 잘 드러나지 않는 자리에서 소리없이 일하는 사람은 배제되고 햇볕주변을 끊임없이 배회하는 사람들이 승진대열에 대거 들어간다는 것이다.이로인해 상당수 직원들이 허탈감을 가지는 등 조직의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된 적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실 예로 지난번 인사후 페이퍼에 적힌 인사안이 인사를 불과 몇시간 앞두고 뒤바뀌는 등 원칙을 잃어 해당자가 인사담당자를 찾아 강하게 항의하는 등 소동도 있었다.이러한 사건은 경북도가 인사에 관해 원칙과 소신, 일관성을 결여했기에 벌어진 일로 신뢰성에 상당한 금이 간 게 사실이다.그리고 경북도 본청을 넘어 수십개가 넘는 산하기관장이나 본부장, 처장 등의 인사도 문제투성이다. 당초 지사는 3선에 도전할 당시 관피아 배제, 유사기관 통폐합 등 파격적인 혁신안을 제시했으나 취임후 2년이 다 되어가지만 별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북여성정책개발원, 경북자원봉사센터,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 등 여러 산하기관에서 불미스런 일들이 벌어지는 등 문제가 됐다.산하기관장을 비롯 처장, 본부장급 고위직의 임기 또한 말들이 많다. 수십개의 산하기관 간부진을 살펴보면 특정인은 수년째 연임을 거듭하고 있거나 준비중인 등 기관장 사이에서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각하다. 물론 능력이 뛰어난 경우 조직발전을 위해 수장의 장기집권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으나 별 능력도 없는 사람이 권력에 아첨해 장기적으로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혈액도 순환이 중요하듯 조직이 동력을 전달받기 위해서는 선순환구조가 확립돼야 하기 때문이다. 즉 장기집권자를 과감히 도태시키고 발탁인사를 과감히 해 경북도 본청의 인사숨통을 트여줌과 동시에 산하기관장은 경북도 퇴직자들의 집합소라는 오명을 씻어내야 한다.보통 산하기관장은 퇴직이 임박했거나 1년 정도 앞둔 고위직이 나가 평상시 정년보다 1~2년 정도 더 하는게 관행이었다. 이 제도는 분명 문제점이 있다. 이렇다보니 퇴직 임박 공무원은 업무는 뒷전인 채 산하기관장자리 찾기에 혈안이 되고, 이를 두고 도와 `밀당`을 한다는 말이 나오는 등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온게 사실이다. 이에따라 능력이 검증된 상대적으로 젊은 간부를 과감히 발탁해 경북도와 산하기관 둘 다 혁신을 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이번 인사는 향후 경북도 1천년의 초석을 다지는 첫 인사인 만큼 햇볕주위에서 어슬렁거리는 사람보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약진하기를 기대한다.

2016-05-18

현대인과 행복

▲ 윤희정 문화부장“행위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들 중 최고의 것은 무엇인가? 일반 사람들이든 위대한 사람들이든 모두 이것을 행복이라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행복감, 즉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 행복할까? 돈과 여유가 생기면 행복감을 느낄까?아날로그를 위협하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앞서기 시작하는, 인간의 역할이 위축되고 있는 세상에서 온전하게 행복한 감정을 찾을 수 있을까? `가정의 달`이라 이름 붙여진 5월인데, 그리 반갑지 않은 소식이 연이어 전해진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인터넷 및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수준이고 특히 청소년의 중독률이 성인에 비해 약 2배이상 높다고 한다. 최근 복지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456만1천여 명이 스마트폰 중독인데 이 가운데 156만2천여 명은 청소년이라고 한다. 전체 청소년 인구의 29.2%다.또 여기에 덧붙여,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가장 많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얼마전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염유식 교수팀이 발표한 `2016 제8차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어린이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82점으로 조사 대상인 OECD 회원국 22개국 중 가장 낮았다.무한한 잠재력의 소유자, 자연의 정복자이자 개척자, 끝없는 기술 발달로 영원한 생명까지 얻으려 발버둥 치는 것이 인간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과 고달픈 삶 속에서 완전히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식의 성공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 시험에 합격하기를 바라는 수험생, 기적을 바라는 말기암 환자, 대권을 노리는 대선주자, 연인과의 달콤한 사랑과 결혼을 꿈꾸는 `선남선녀`들….이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주변의 누군가에게, 아니면 절대적 존재에게 의지하며 간절한 소원을 청원한다. 인간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한낱 약한 존재일 뿐이다.`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는 스포츠 전문용어가 있다.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고통의 단계를 넘어 희열을 맛보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는 말이다. 흔히 `마라토너의 희열`이라 불리지만, 반드시 마라토너만의 절정감은 아니다. 열심히 한 길을 달리다 보면 관성이 생기면서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법열의 순간`을 맞게 된다.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거나 남을 이겨야 한다는 승부의식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최고의 경지를 맛보는 순간, 그런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러너스 하이`의 경지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믿음, 경제가 한파에 웅크리고 있을 때도 삶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는 열정. 이런 것이 지금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는 또 하나의 희망이 아닐까.당신은 인생의 진정한 `러너스 하이`를 맛본 적이 있는가. 진짜 인생의 즐거움을 찾아 새로운 다짐을 해보자. 우리 아이들이 진정으로 평화로 가득 찬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들의 시간을 마음껏 향유하며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그려보자. 저절로 기쁨에 찬 행복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이 같은 행복이야 말로 인간 삶의 궁극적 목적이 아닐까.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사람이 하는 모든 노력의 목적은 행복을 얻는 것이다. 행복을 위해 예술이 창작되고, 학문은 육성되며, 법이 만들어지고, 사회가 형성된다”고 했다. 부와 명예와 존경을 비롯한 다른 모든 목표들은 모두 행복을 위한 것으로, 우리가 바라는 것은 모두 행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윌리엄 제임스도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은 결국 행복을 추구하는 일이라며, “어떻게 행복을 얻고, 유지하며, 잃은 행복을 회복하는가 하는 문제야말로 모든 시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하는 행동의 내밀한 원동력”이라고 했듯이 말이다. 행복은 삶의 궁극적 목적으로,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은 모두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고려돼야 한다. 행복! 그것은 주관적 판단인가, 객관적 기준이 있는가. 오리무중 속의 행복!

2016-05-11

4·13총선, 트라우마로 남길 건가

▲ 임재현 편집부국장드디어 5월이다. 정부가 임시공휴일까지 덤으로 줘 푸근한 마당에 고맙게도 첫날까지 일요일이었다. 도무지 떨쳐버리기가 힘들었던 2016년의 4월에서 비로소 벗어나는 듯한 느낌이다. 따지고 보면 지난 2월부터 꼬박 3개월 가까이 길게도 이어졌던 캄캄한 선거의 터널. 정파적 입장에서 여야의 대·소나 후보의 당·락 여부를 떠나 그 과정만 놓고 본다면 이번 제20대 4·13총선은 부끄러운 우리 시대의 민낯이었다.중앙과 지역 모두의 관점에서 볼 때 그 무참함의 근거는 대략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여당 내 계파 패권주의의 광포가 온 나라를 유린했기 때문이며, 또 하나는 활짝 열린 SNS의 공간을 흑색선전이 보란듯이 차지하고 앉았기 때문이며, 마지막은 포항에 그늘을 드리운 과거 회귀의 섬뜩함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정책선거, 인물선거의 여망을 비웃은 흑색선전이라는 유령은 이번에 `섰다판`같은 흥행에서 간단하게 재미를 본 기세를 몰아 앞으로도 오랫동안 선거판을 배회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다른 지역은 제쳐두고라도 지난달 29일 포스코 청송대에서 촬영된 사진만 보더라도 경북동해안의 총선 시기에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 어떤 일에 시달렸는지가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이날, 지역 시장과 군수에게 초청된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공통점은 모두 정당이 같다는 점, 그리고 예외는 있지만 극심한 마타도어의 희생양이 될뻔한 후보들이었다는 점이다. 이날 불참한 울릉군수를 제외하고 범위를 넓혀 2년 전 지방선거를 치른 시장군수까지 살펴보면 최양식 경주시장과 이희진 영덕군수 역시, 지난 선거는 곧 치욕의 뼈아픈 기억이었을 것이다.다시 돌이켜보자면 검찰의 발표에서도 드러났지만 이번 선거는 흑색선전이 금품살포를 부정선거혐의의 1순위에서 밀어내린 첫 무대였다. 선거의 현장에서 속속들이 확인한 이 음모의 작동기제에는 이번에도 어김 없이 황색언론이 등장했다. 문제는 예의 그 지역 기반 매체의 `공포탄형 폭로`경쟁에 서울에 사무실을 둔 신설 인터넷 미디어도 가세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매체 이름도 어중간한 중앙지를 차용하는 등 후광효과까지 동원해 저간의 물정에 어두운 지역 유권자들의 눈귀를 현혹시켰다.이들의 기사는 몇가지 팩트를 그럴 듯하게 짜맞춰 타겟이 된 후보가 마치 엄청난 음모라도 저지른 듯이 엮어 내는 수법이 영락 없는 OEM(주문자 생산)방식이다. 하이에나 매체들은 이번에 주로 새누리당의 당내 경선에서 일부 친박 예비후보들에게 경쟁적으로 고용됨으로써 선거를 더 없이 혼탁하게 했다. 어쨌든 이번 흥행에 재미를 본 것으로 호가 난 이들의 전횡은 앞으로 다가올 선거마다 어김 없이 골칫거리가 될 것이 뻔하다. 이들과 합세해 고비용 저효율의 우리 선거문화에 대안의 역할이 기대됐던 SNS는 이번 선거에서 부정총포류로 전락했으며 그 탄환은 황색언론의 기사가 맡았다.이런 북새통 속에서 선거 상황을 기회로 포항의 위기를 다시 한 번 따져보자는 뜻을 세웠던 이들의 꿈은 뒤로 내팽개쳐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포항의 선거에서 바람직한 정책경쟁은 일찌감치 사라지고 없었다. 4년마다, 2년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선거의 경험은 몸서리 쳐야 하는 트라우마가 되고 말 것이다. 이는 선거에서의 승리냐, 패배냐를 넘어 지역이 가까운 미래에 공동으로 책임지고 갚아야 할 리더십의 위기, 발전적 에너지의 고갈로 돌아올 것이다. 우리 지역의 미래를 위해 어떤 선거를 만들 것인가? 이는 결국 유권자들에게 달렸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는 모두가 학습해야 할 대상이다. 상대 후보의 부정비리 의혹을 지적한 후보와 팩트의 그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해 끝까지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 그 결과, 어느 한쪽의 책임이 드러난다면 이를 널리 알리고 다음 선거의 결과에 반영해야 한다. 인간에게 때로는 아픔도 힘이 되듯이 선거 트라우마는 극복하기에 따라 지역의 에너지가 될 수도 있다.

2016-05-04

“내 탓이오”

▲ 이창형 정치선임기자(국장)1990년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내탓이오` 캠페인을 벌였다. 정권과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개인화 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반향은 뜨거웠다. 차량에 `내탓이오`가 새겨진 스티커 부착이 유행이었다. 당시 김수환 추기경도 자신의 승용차에 스티커를 붙이고 국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 운동은 나라 전체로 확산됐고 1996년에는 137개국에서 정신운동으로 전개되기도 했다.20대 총선 서울 종로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꺾고 6선 고지에 오른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전 대표는 “나라 경제가 거덜나게 생겼는데 전 정권 파헤쳐서 뭐가 되겠나”라고 했다. `이명박·박근혜정권 8년간의 적폐`에 대해 청문회를 하자는 야권 일각의 주장에 그는 “책임 추궁을 하는 게 앞설 정도로 우리 형편이 넉넉지 않다”고 했다. 더민주는 이번 총선에서 `경제심판론`을 내세웠다. 여러 정치공학적인 셈법이 작용했지만 국민들은 이명박·박근혜정부 8년의 경제정책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표로 심판했다.`지나다니는 강아지의 일당도 3만원`이라는 경남 거제, 통영과 울산은 지금 조선불황으로 침몰직전에 있다. 한때 공장부지를 못 구해 애를 먹었던 포항철강공단 곳곳은 문닫은 공장이 부지기수다. 구미공단은 대기업의 철수로 공장분할매각이 유행이다. 중소도시 곳곳의 식당은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새봄 활력이 넘쳐야 할 도시 곳곳의 밤거리는 암흑천지다. 생산이 올스톱이고 소비가 죽어가고 있다. 죽음의 도시 다름 아니다.박근혜 대통령은 총선 직후인 지난 18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서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에 두겠다”고만 밝혔다. 새누리당이 참패한 총선 이후의 첫 메시지에 대해 야권은 “성찰과 반성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박 대통령은 총선 하루 전 국무회의에서는 경제·민생법안의 처리를 지연한 19대 국회를 비판하면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해서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20대 국회를 만들어달라”고 강조했다.“진실한 사람들만 선택받을 수있도록 해달라”며 꾸준히 제기해 온 국민 심판론의 연장선상의 발언이었다.선거 전 이처럼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박 대통령은 선거패배 이후에는 침묵모드를 이어갔다. 각종 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참패했을 때 역대 대통령의 위기인식은 늘 논란이 돼 왔다. 초기에는 원론적인 수준의 메시지를 냈다가 비판이 드세지자 고강도의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수사학적인 사과는 물론,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통해 국민들에게 사죄했다.박 대통령은 대 국민 소통행보 출발점으로 지난 26일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언론을 매개로 총선 이후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의미였다.하지만 대통령이 중앙언론만을 통해 메시지를 간접 전달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청와대의 위기인식이 너무 안일하다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다. 패장들이 모두 물러난 새누리당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네 탓 공방`이 여전한 상황에서 대통령은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 국민들은 주목하고 있다.`군자는 허물을 자신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허물을 남에게서 구한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라는 말이 있다(논어 위령공 편). 총선이 끝난 지 보름여가 되지만 여야는 여전히 당권을 놓고 이전투구중이다. 석고대죄한다며 멍석을 깐지가 엊그제인데도.허물을 자기에게서 구하는 `반구저기(反求諸己)`는 없고 `네 탓`만 있는 정치를 보니 20대 국회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 또한 허망한 것인가.

2016-04-27

7번 국도의 한(恨)

▲ 김명득 편집부국장지난 주말 동네 동창들과 모임관계로 고향(영덕)을 찾았다. 고향 뒷산 칠보산에 있는 유금사도 다녀왔다. 늦봄이 아쉬운듯 유금사 경내에는 목련과 벚꽃이 봄바람에 하얀 꽃잎을 흩날리고 있었고, 마치 눈처럼 경내 바닥을 하얗게 수놓았다. 경내를 걸으면서 어릴적 이곳으로 소풍왔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다. 필자가 살던 곳은 이곳과 5km 정도 떨어진 바닷가 옆 금곡. 당시 이곳 유금사까지는 꼬박 1시간 30분 이상 걸어야 올 수 있는 곳이었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돌고 돌아 울창한 소나무 숲을 지나 멀리 칠보산이 보여야 “이제 다 왔구나” 한숨을 돌리고도 30분 이상을 더 걸어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었다. 요즘에야 차량으로 10분만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지만 그 땐 왜 그리 멀었던지….유금사를 뒤로하고 칠보산 자연휴양림으로 차를 돌렸다. 이곳에서 친구들과 차 한 잔 할 요량으로 찾았으나 정문에서부터 저지를 당했다. 입장료를 내라는 것이다. 이곳 자연휴양림 인근에는 요즘 삼성그룹의 연수원 건립공사가 한창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공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곳에 삼성연수원이 들어서면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영덕군에 안겨줄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교통이다. 삼성연수원이 완공된다 하더라도 이곳으로 들어오는 도로사정이 그리 순탄치 않다. 영덕으로 들어오는 길이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전국에서 가장 교통오지가 영덕이 아닐까 생각된다. 영덕으로 들어오는 길은 크게 포항과 안동, 삼척에서 7번국도를 따라 들어오는 3가지로 분류된다. 최근 영주~영덕길이 뚫렸다고 하지만 이용자들이 포항~영덕구간 만큼은 안 될 것이다. 필자는 수년 전 기사를 통해 포항에서 영덕가는 길이 10~20년 전이나 똑같다는 지적을 한 적이 있다. 전국에서 아직도 철도가 개설되지 않고, 도로가 1개(7번 국도)뿐인 곳은 아마도 포항~영덕구간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다른 곳의 교통사정은 어떠한가. 서해안과 남해안 지역을 한 번 가보면 알 것이다. 남해안의 경우 작은 섬까지 연결하는 도로가 생겼고, 서해안은 고속도로에다 철도까지, 이용자들이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놨다. 하지만 교통오지 포항~영덕구간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오로지 7번 국도만을 이용하는 것 외에는 다른 교통수단은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포항에서 배를 타고 강구나 축산항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포항서 영덕 가는 길은 흥해읍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된다. 특히 주말이면 정체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포항서 영덕 강구까지 연결하는 7번 국도에는 신호등이 셀 수 없을만큼 많다. 신호등이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더욱이 KTX 서울~포항간이 개통되면서 포항역을 통해 영덕으로 가는 이용객들도 크게 늘어났다. 올 여름 포항을 경유해서 영덕을 찾게 될 피서객들을 생각해서라도 포항~영덕을 잇는 동해안 고속도로가 하루빨리 개설돼야 한다.포항~삼척간 동해선 철도공사가 현재 구간별로 한창 진행중에 있지만 앞으로 몇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고속도로 개설도 계획돼 있다고 하지만 언제부터 공사가 시작될지는 알 수 없다. 영덕도 이제 7번 국도 하나에만 의존하던 교통오지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 해당 부처는 국토균형개발 차원에서라도 포항~영덕 고속도로 건설 예산을 신속히 편성, 투입해 주길 바란다.영덕군민들도 서해안 주민들처럼 뻥 뚫린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한번 달려 보고 싶다. 언제까지 한맺힌 7번 국도만 이용해야 하나.

2016-04-20

승자와 패자

▲ 정철화 대구경북부장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전이 마침내 끝이 났다. 지난해 12월 15일 예비후보등록을 시작으로 정당 후보 경선, 후보자등록, 13일간의 공식선거운동 등 4개월여간의 길었던 총선 레이스가 지난 12일 자정을 기해 종료 휘슬이 울렸다.후보자들은 그동안 각기 국가와 지역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열띤 경쟁을 펼쳤고 13일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에 대한 국민의 마지막 판정만을 기다리고 있다.후보자들의 경연은 끝이 났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유권자들의 엄중한 선택만 남았다. 도덕성과 청렴성, 소통과 화합, 열정과 책임감, 균형적 판단력 등 지도자로서의 갖춰야 할 덕목을 갖췄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최선의 선택이 없다면 차선을, 그것마저 어렵다면 최악의 후보만이라도 걸러내는 소중한 한 표의 권리를 보여줄 때이다.총선은 입법기관을 구성하는 국회의원을 주민들이 직접투표로 선출하는 것으로 주민 스스로 자신의 생활권을 확립하는 주권 행사이다. 주민들이 스스로의 권익을 지키고 국가와 지역 발전의 동력을 찾는 축제장이기도 하다.선거는 스포츠 경기처럼 선거법이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심판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경기 진행을 한다. 심판의 오심이나 편파판정이 나오기도 하지만 오심도 경기의 일부로 인정하고 있다. 잘못된 판정에 대해 강력한 항의가 나오면 심판이 퇴장조치할 수 있는 절대적 권위도 인정해주고 있다.하지만 우리나라 선거판은 심판의 권위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공정한 경기 진행을 하지 않아 오심도 잦고 더욱이 한쪽편을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 주기 위한 편파판정이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리 근대 정치사는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탈당과 무소속 출마 등의 악순환이 되풀이됐다.경기는 규칙을 준수하며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때 아름다운 경쟁으로 박수를 받게 된다. 하지만 승부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각종 반칙이 난무하고 급기야 심판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불복해 재경기를 요청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이번 총선은 예전보다 그 정도가 더욱 심각했다. 정당 경선과정에서 유례없는 편파판정 시비에 시달렸고 오히려 탈당과 무소속 출마가 국민적 지지를 얻는 기현상을 만들어내며 선거전을 과열양상으로 내몰았다.선거전이 과열되면서 상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성 상호비방전과 흠집내기 등 모든 수단이 동원되는 진흙탕 싸움이 전개됐다. 편가르기와 불법선거 고소, 고발이 난무하는 혼탁 선거가 여전히 숙지지 않았다. 지난 11일까지 선거와 관련해 대구·경북에서 선거 사범 160명이 입건돼 지난 19대 총선 때보다 무려 35.6%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선거 기간 동안 `내편, 네편`으로 갈려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서로간에 적잖은 마음의 생채기도 생겼다. 심각한 선거 후유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이제 선거전은 끝이 났다. 경기 결과에 따라 승자와 패자도 정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얼굴 붉히며 싸웠지만, 승패가 결정나면 그 결과를 토대로 더욱 나은 발전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승자는 더욱 겸허한 자세로 경쟁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넓은 아량을 베풀어야 하고 패자는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아름다운 승복의 자세가 필요하다. 더욱이 경기에 패했을 때 결과를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승복을 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패인을 `내 탓`에서 찾고 또 상대를 배려하고 인정하는 승복정신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는 패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지탱해 주는 진정한 승자로 박수를 받을 것이다. 승자든 패자든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진정성으로 더 나은 지역발전과 사회통합을 이뤄나가는데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2016-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