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이었던 영남권신공항 백지화에 이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지역 배치설로 지역 민심이 폭발수준으로 요동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K-2 군공항과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시사했다. 지역민의 염원인 영남권신공항은 백지화시키고 혐오시설만 떠안기며 부글부글 끓던 TK로서는 K-2·대구공항 통합이전은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지역민에 대한 요구에 박 대통령이 화답한 셈이어서 일단은 환영한다.
영남권신공항 백지화로 대구는 숙원사업인 K-2 이전사업에 제동이 걸린데다가 사업 추진에 문제를 발생시킨 원인제공자인 정부와 국토부는 오히려 대구와 국방부가 K-2 이전사업에 대해 먼저 협의를 하면 검토하겠다며 문제를 떠넘겼다. 참으로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은 대선공약이었던 영남권신공항 약속을 파기한데 대해 한마디의 입장표명도 없이 이번에도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고 청와대는 국토부 발표 이튿날인 22일 “김해공항 확장=김해 신공항이며, 이는 대선 공약 파기가 아니다”라며 공약 파기 주장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TK로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꼴이 된 것이다.
이에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해 대구 지역 국회의원 9명, 재계 관계자와 시민 2천여 명이 대구백화점 앞에서 신공항 백지화 진상 규명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백지화 반대 결의문을 낭독하며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 파기를 성토했다.
지역 정치권도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대구공항 존치 결정으로 K-2 군공항 이전은 대구공항과 함께 이전하지 않는 한 사실상 불가하게 됐다”며 정부에 K-2 군공항 이전 대책을 강하게 촉구하고 신공항 용역검증 작업 참여와 대구공항 존치 및 K-2 이전에 대한 대안책 등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했다.
민심이반 현상이 지역 곳곳에서 나타나며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급락했다. 7월 첫째 주 들어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TK의 긍정 평가는 42.7%(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9%포인트)로 취임 이래 2번째로 낮았으며 TK지역은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가 긍정적인 평가를 넘어서는 지지율 역전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군(K-2)과 대구국제공항을 통합 이전할 수 있도록 정부 내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돼 기대를 충족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고 이전 지역 선정 시 대구 주민들의 접근 편의성을 제1원칙으로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신공항 무산과 사드 배치설로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TK의 민심이반이 극심해지자 지역 민심을 보듬기 위한 것으로 분석이다.
하지만 지역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K-2·대구공항 통합이전이 김해 신공항 결정 이후 악화되고 있는 대구·경북, TK 민심 달래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내년 대선 이전에 후속조치를 마련하지 못하면 선거 과정에서 변질되거나 무산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K-2와 대구공항 통합이전이 민심수습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면 지역민이 믿을 수 있도록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내놓아야 한다. 아직은 이전부지와 비용확보 방안, 통합공항의 성격과 규모, 기능을 명시하는 등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
박 대통령의 약속이 당근책이 아니라면 정부 주도로 올해 안에 모든 절차와 비용은 물론 대구공항의 성격, 규모, 기능 등을 명시하고 향후 구체적인 로드맵과 그에 따른 예산 반영 등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통합공항을 실질적인 지역 발전의 신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1천만명 수용, 3천500m급 활주로, 30개의 계류장을 갖춘 명실상부한 국제공항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역민의 결집과 지혜가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