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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도시 포항이 부끄럽다

등록일 2016-06-15 02:01 게재일 2016-06-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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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득<br /><br />편집부국장
▲ 김명득 편집부국장

포항시가 `체육지원과`를 `새마을체육산업과`로 직제를 개편했다. 독립부서였던 체육지원과라는 명칭이 사라지고 새마을과 안으로 체육이 흡수된 것이다. 체육을 좋아하는 한 시민으로서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럽다. 은근히 화까지 치민다. 경북 제1의 체육도시라는 말이 무색하고 창피스럽다.

이번 행정기구 개편은 이강덕 시장의 의중이 절대적으로 반영된 것이겠지만, 대다수 체육인들의 의견은 수렴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생각된다. 이 시장이 당선 후 첫 시의 행정기구 직제를 개편할 때도 체육지원과를 새마을과로 편입시키려다 체육인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체육지원과 명칭을 그대로 존속시킨 바 있다. 그때도 필자는 체육지원과의 존속 당위성에 대해 이 시장을 끈질기게 설득했고, 시장도 고개를 끄떡이며 수긍했었다. 그런데 이 시장이 이번에는 도저히 양보 할 수 없는 모양이다. 어떤 외부 입김에 의해서인지, 아니면 절대적으로 기구개편이 필요해서인지 그 내막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포항 체육인들의 자존심은 꺾일대로 꺾였고,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렸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 시장이 이들 체육인들의 상처난 마음을 어떻게 달랠 수 있느냐다.

포항은 누가 뭐라해도 체육도시다. 프로축구단 포항스틸러스가 있고, 경북도민체전에서 8연패를 달성하는 등 경북 제1의 체육도시다. 그런데도 포항시는 `체육`을 홀대하고 있다. `새마을` 앞쪽도 아닌 뒤쪽에 `체육`이 따라 붙는다는 그 자체가 체육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이다. 타 도시처럼 체육부서를 확대, 개편해도 시원찮을 판에 축소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하고 있다.

이래놓고도 포항시는 체육지원과 가운데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해양스포츠 분야에 잔뜩 공을 들이고 있다. 물론 이 시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겠지만,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 해양스포츠 부서를 한시기구인 환동해미래전략본부 내 해양산업과로 이전하는 자체가 엇박자다. 해양산업과가 체육(해양스포츠)업무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더더욱 우려되는 것은 해양산업과 내에 해양스포츠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다. 일반직 공무원이 이 시장의 의중을 얼마나 이해하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해양스포츠의 비중이 큰 만큼 이 분야를 별도 부서로 독립시켜 적극 육성시켜야 한다는 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직제개편을 보면 체육행정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거나 문외한이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탁상행정인 것이다. 피 같은 예산을 낭비해가며 의뢰한 용역비가 아깝다.

이처럼 체육이 홀대받도록 한 체육인들의 책임도 크다. 오죽했으면 이 시장이 이렇게까지 했을까. 선거철만 되면 각 후보 캠프에 줄을 서는 체육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체육을 정치수단으로 이용하는 그들의 모습이 분명 눈에 거슬렸을 것이고, 선거후 봉합할 수 없는 갈등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실망했을 것이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체육인 출신 박승호 전 시장의 흔적지우기라는 지적이다. 도민체전 8연패의 위업은 지난 2006년 한 부서의 체육계를 체육지원과로 승격시켜 체육 분야를 강화한 박 전 시장의 업적이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는 재임기간 동안 포항야구장, 양덕스포츠 타운 등 스포츠 시설 인프라를 갖추면서 양적, 질적 발전을 가져 오게 했다.

결국 독립된 체육과가 없어지게 되면 체육행정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이강덕 시장의 결단이 후일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오늘도 훈련장 곳곳에서 피땀을 흘리고 있는 체육 꿈나무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줘서는 안된다. 체육은 그 도시를 상징하는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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