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7번 국도의 한(恨)

등록일 2016-04-20 02:01 게재일 2016-04-20 19면
스크랩버튼
▲ 김명득 편집부국장

지난 주말 동네 동창들과 모임관계로 고향(영덕)을 찾았다. 고향 뒷산 칠보산에 있는 유금사도 다녀왔다. 늦봄이 아쉬운듯 유금사 경내에는 목련과 벚꽃이 봄바람에 하얀 꽃잎을 흩날리고 있었고, 마치 눈처럼 경내 바닥을 하얗게 수놓았다. 경내를 걸으면서 어릴적 이곳으로 소풍왔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다.

필자가 살던 곳은 이곳과 5km 정도 떨어진 바닷가 옆 금곡. 당시 이곳 유금사까지는 꼬박 1시간 30분 이상 걸어야 올 수 있는 곳이었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돌고 돌아 울창한 소나무 숲을 지나 멀리 칠보산이 보여야 “이제 다 왔구나” 한숨을 돌리고도 30분 이상을 더 걸어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었다. 요즘에야 차량으로 10분만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지만 그 땐 왜 그리 멀었던지….

유금사를 뒤로하고 칠보산 자연휴양림으로 차를 돌렸다. 이곳에서 친구들과 차 한 잔 할 요량으로 찾았으나 정문에서부터 저지를 당했다. 입장료를 내라는 것이다. 이곳 자연휴양림 인근에는 요즘 삼성그룹의 연수원 건립공사가 한창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공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곳에 삼성연수원이 들어서면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영덕군에 안겨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교통이다. 삼성연수원이 완공된다 하더라도 이곳으로 들어오는 도로사정이 그리 순탄치 않다. 영덕으로 들어오는 길이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전국에서 가장 교통오지가 영덕이 아닐까 생각된다. 영덕으로 들어오는 길은 크게 포항과 안동, 삼척에서 7번국도를 따라 들어오는 3가지로 분류된다. 최근 영주~영덕길이 뚫렸다고 하지만 이용자들이 포항~영덕구간 만큼은 안 될 것이다. 필자는 수년 전 기사를 통해 포항에서 영덕가는 길이 10~20년 전이나 똑같다는 지적을 한 적이 있다. 전국에서 아직도 철도가 개설되지 않고, 도로가 1개(7번 국도)뿐인 곳은 아마도 포항~영덕구간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곳의 교통사정은 어떠한가. 서해안과 남해안 지역을 한 번 가보면 알 것이다. 남해안의 경우 작은 섬까지 연결하는 도로가 생겼고, 서해안은 고속도로에다 철도까지, 이용자들이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놨다. 하지만 교통오지 포항~영덕구간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오로지 7번 국도만을 이용하는 것 외에는 다른 교통수단은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포항에서 배를 타고 강구나 축산항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포항서 영덕 가는 길은 흥해읍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된다. 특히 주말이면 정체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포항서 영덕 강구까지 연결하는 7번 국도에는 신호등이 셀 수 없을만큼 많다. 신호등이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더욱이 KTX 서울~포항간이 개통되면서 포항역을 통해 영덕으로 가는 이용객들도 크게 늘어났다. 올 여름 포항을 경유해서 영덕을 찾게 될 피서객들을 생각해서라도 포항~영덕을 잇는 동해안 고속도로가 하루빨리 개설돼야 한다.

포항~삼척간 동해선 철도공사가 현재 구간별로 한창 진행중에 있지만 앞으로 몇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고속도로 개설도 계획돼 있다고 하지만 언제부터 공사가 시작될지는 알 수 없다. 영덕도 이제 7번 국도 하나에만 의존하던 교통오지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 해당 부처는 국토균형개발 차원에서라도 포항~영덕 고속도로 건설 예산을 신속히 편성, 투입해 주길 바란다.

영덕군민들도 서해안 주민들처럼 뻥 뚫린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한번 달려 보고 싶다. 언제까지 한맺힌 7번 국도만 이용해야 하나.

데스크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