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브렉시트(Brexit)와 개헌(改憲)

등록일 2016-06-22 02:01 게재일 2016-06-22 19면
스크랩버튼
▲ 이창형<br /><br />기획정책국장
▲ 이창형 기획정책국장

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영국발 브렉시트(Brexit). `영국(Britain)`과 `탈퇴(Exit)`의 합성어인 브렉시트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신조어다.

영국은 1973년 대영제국의 자존심을 접고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했다. 하지만 불과 2년만에 집권 노동당 주도로 ECC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67% 찬성으로 잔류였다. 브리메인(BREMAIN)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41년만인 23일 다시 국민투표를 한다. 유럽연합의 일원이면서도 사실상 자국 통화인 파운드화를 고집하면서 거리를 둬왔던 영국은 왜 또다시 EU 탈출을 감행하려 하는 것인가.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EU 부담금과 이민자 급증으로 인한 실업률 상승 등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큰 이유다.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하는 EU 체제에 대한 불만, 영국 내 테러가 증가하면서 극우 세력이 발호한 점도 브렉시트를 부추겼다. 특히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경제 이슈와 민심을 이용하면서 브렉시트에 불을 붙였다. 그는 2013년 “2017년까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5월 총선에서는 “EU 내 지위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 EU와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으로 국민들의 반 EU 정서에 기대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총선 승리 이후 캐머런은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EU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 EU와 협상에 나섰다. 이민자들에 대한 복지 혜택 축소, EU의회가 제정한 법률을 거부할 권리도 챙겼다. 반 EU정서를 앞세워 정치적 실리를 챙긴 후 다시 EU잔류를 선언했지만 자신이 불을 지핀 탈퇴 분위기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자승자박인 셈이다. EU 잔류를 지지했던 콕스 하원의원의 피습사건 이후 분위기 반전 조짐이 일고 있지만 여전히 여론조사에서는 브렉시트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국제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현금 보유 비중을 높이는가 하면 금값은 연일 급등 상태다.

국내 금융시장도 비상이다.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영국계를 포함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에서 대거 빠져나가는 등 단기적으로 외환·금융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브렉시트의 혼돈을 보면서 최근 핫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는 우리의 개헌논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헌의 내용이 하나로 수렴되지못한 상태에서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독일식 내각제, 지방분권형 개헌 등 제 각각의 각론만 난무한다.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한 제도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개헌의 필요성과 방향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아예 무시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야권이 적극 주도하고 있는 개헌논의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은 반대 또는 유보입장이 여전하다. 박 대통령은 이미 개헌에 모든 이슈가 빨려 들어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국민이 개헌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느냐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금 국회 중심으로 이뤄지는 개헌 논의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먼저 정치권이 국민의 불신을 씻는 노력을 하고 개헌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는 외면한 채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개헌 문제를 이용한다고 보는 국민적 시각이 많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여의도에서만 핫 이슈가 되고 있는 개헌논의가 대선을 앞둔 정파적 문제로 비화될 경우 영국 발 브렉시트의 혼돈 이상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점을 정치권은 유념해야 한다. `브렉시트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질서는 급변하고 있다. 개헌 논의는 새로운 글로벌 환경에 맞는 가장 효율적인 국가시스템을 고민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국가의 틀을 새로 짜는 역사적인 논의에 왜 국민들은 침묵하고 있는 가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필요할 때다.

데스크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