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전이 마침내 끝이 났다.
지난해 12월 15일 예비후보등록을 시작으로 정당 후보 경선, 후보자등록, 13일간의 공식선거운동 등 4개월여간의 길었던 총선 레이스가 지난 12일 자정을 기해 종료 휘슬이 울렸다.
후보자들은 그동안 각기 국가와 지역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열띤 경쟁을 펼쳤고 13일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에 대한 국민의 마지막 판정만을 기다리고 있다.
후보자들의 경연은 끝이 났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유권자들의 엄중한 선택만 남았다. 도덕성과 청렴성, 소통과 화합, 열정과 책임감, 균형적 판단력 등 지도자로서의 갖춰야 할 덕목을 갖췄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최선의 선택이 없다면 차선을, 그것마저 어렵다면 최악의 후보만이라도 걸러내는 소중한 한 표의 권리를 보여줄 때이다.
총선은 입법기관을 구성하는 국회의원을 주민들이 직접투표로 선출하는 것으로 주민 스스로 자신의 생활권을 확립하는 주권 행사이다. 주민들이 스스로의 권익을 지키고 국가와 지역 발전의 동력을 찾는 축제장이기도 하다.
선거는 스포츠 경기처럼 선거법이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심판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경기 진행을 한다. 심판의 오심이나 편파판정이 나오기도 하지만 오심도 경기의 일부로 인정하고 있다. 잘못된 판정에 대해 강력한 항의가 나오면 심판이 퇴장조치할 수 있는 절대적 권위도 인정해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거판은 심판의 권위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공정한 경기 진행을 하지 않아 오심도 잦고 더욱이 한쪽편을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 주기 위한 편파판정이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리 근대 정치사는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탈당과 무소속 출마 등의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경기는 규칙을 준수하며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때 아름다운 경쟁으로 박수를 받게 된다. 하지만 승부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각종 반칙이 난무하고 급기야 심판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불복해 재경기를 요청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이번 총선은 예전보다 그 정도가 더욱 심각했다. 정당 경선과정에서 유례없는 편파판정 시비에 시달렸고 오히려 탈당과 무소속 출마가 국민적 지지를 얻는 기현상을 만들어내며 선거전을 과열양상으로 내몰았다.
선거전이 과열되면서 상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성 상호비방전과 흠집내기 등 모든 수단이 동원되는 진흙탕 싸움이 전개됐다. 편가르기와 불법선거 고소, 고발이 난무하는 혼탁 선거가 여전히 숙지지 않았다. 지난 11일까지 선거와 관련해 대구·경북에서 선거 사범 160명이 입건돼 지난 19대 총선 때보다 무려 35.6%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선거 기간 동안 `내편, 네편`으로 갈려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서로간에 적잖은 마음의 생채기도 생겼다. 심각한 선거 후유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제 선거전은 끝이 났다. 경기 결과에 따라 승자와 패자도 정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얼굴 붉히며 싸웠지만, 승패가 결정나면 그 결과를 토대로 더욱 나은 발전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승자는 더욱 겸허한 자세로 경쟁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넓은 아량을 베풀어야 하고 패자는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아름다운 승복의 자세가 필요하다. 더욱이 경기에 패했을 때 결과를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승복을 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패인을 `내 탓`에서 찾고 또 상대를 배려하고 인정하는 승복정신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는 패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지탱해 주는 진정한 승자로 박수를 받을 것이다. 승자든 패자든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진정성으로 더 나은 지역발전과 사회통합을 이뤄나가는데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