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축구도시 포항에 스타급 선수들이 자꾸 팀을 떠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포항스틸러스 구단주인 포스코의 전사적인 원가절감 전략(?)에 맞춘 필연적인 선택이라고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야속하기만 하다. 애지중지 키워놓은 스타를 어느 날 갑자기 다른 팀으로 훌쩍 넘겨주니까 말이다.
포항스틸러스는 걸출한 프랜차이즈 스타 한 명을 또 잃었다.
포철동초-포철중-포철공고-영남대를 나온 김승대(24)다. 그는 최근 2개 시즌 동안 포항이 자랑하는 제로톱 전술의 핵이었다. 최전방과 미드필드를 오가는 폭넓은 플레이를 통해 18골·12도움을 기록했다. 그를 대체할 선수는 현재 포항구단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를 스틸야드에서는 볼 수 없다. 무척 아쉽다. 팬들을 위해 일년 만이라도 더 뛰어줬으면 좋으련만….
김승대는 내년 시즌부터 포항 레전드 출신 박태하 감독이 이끄는 중국 옌볜FC로 옮긴다. 이에 앞서 포항은 이명주라는 스타를 지난해 6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알 아인으로 이적시켰고, 공격수 고무열과 플레이메이커 신진호도 방출했다.
축구는 팀플레이도 중요하지만 화려한 개인기를 갖춘 스타가 있어야 관중들이 몰리고, 구경하기에 제 맛이 난다. 스타가 없는 경기는 관중을 모으기가 무척 힘들고 재미도 없다. 그래서 유럽 프로축구리그의 명문 축구팀 바로셀로나나 레알마드리드, 맨유, 맨시티, 첼시 등이 수백억원을 쏟아부으면서 유명스타를 영입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명의 스타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구단과 감독, 코칭스태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팬들의 열정이 어우러져야 만이 가능한 것이다. 열광하는 팬들이 있기에 스타가 만들어지는 것이지, 그냥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다. 그 만큼 스타 한명을 배출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포항의 자랑이었던 영플레이어 계보가 내년 시즌에는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포항은 K리그에서 가장 빠르고 탄탄한 유스시스템을 가동하면서 `화수분 축구`를 구사했다. 화수분 축구의 결정체는 3년 연속 영플레이어상 수상이었다. 2012시즌 이명주(당시 신인왕)를 시작으로 2013시즌 고무열, 2014시즌 김승대가 영플레이어 상을 수상하면서 다른 구단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기도 했다.
이들이 스타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황선홍 전 감독의 탁월한 조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내년 시즌부터는 포항의 화수분 축구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돼 아쉽다.
새로 부임한 최진철 감독의 전략시스템이 궁금하다.
최 감독 역시 당장 경기에 투입시킬 수 있는 외국인 용병을 선호하지, 검증되지 않은 포항 유스출신 신인을 기용하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또 포항의 유스시스템 출신을 팀에 합류시킨다 해도 모두가 이들 처럼 스타로 성장해 줄지도 의문이다. 이제 최 감독에게는 새로운 시련의 주사위가 던져졌다. 당장 내년시즌 초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의 출전권부터 따내는 일이다. 포항에서 맞는 그의 첫 겨울이 유난히 춥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포항의 프랜차이즈인 영 스타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그들의 플레이를 보며 열광했던 팬들은 이제 누굴 응원하러 스틸야드를 찾아야 하나. 스타가 사라진 스틸야드의 잔디는 푸르기만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