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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력의 극대화

등록일 2015-12-16 02:01 게재일 2015-12-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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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화<br /><br />대구·경북부장
▲ 정철화 대구·경북부장

2015년 한해도 어느덧 저물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한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황선홍 감독의 눈물이 무척 인상에 남는다. 황 감독은 지난달 29일 포항스틸야드에서 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나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1990년대 선수로 뛰며 포항 전성기를 이끌었고 2011년 감독으로 다시 돌아와 5년 동안 선수들과 함께 열정을 쏟았던 스틸야드를 떠나는 석별의 정이 너무 컸을 것이다.

황 감독은 선수 시절의 기량도 탁월했지만, 감독으로서 역량이 더욱 돋보였다.

황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첫해에 리그 3위와 ACL출전을 시작으로 2012년 FA 우승컵 우승과 리그 3위, 2013년 한국 프로 축구 최초로 2관왕(FA컵과 리그 우승)에 오르는 등 최고의 성적을 일궈냈다.

이같은 성적은 최악의 조건에서 거둔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모그룹의 지원축소로 몸값이 비싼 선수들을 타구단으로 떠나보냈고 용병마저 영입하지 못했다. 국가대표급 선수 한 명 없이 자체 육성한 유소년 출신으로 팀을 꾸렸다. 하지만, 용병 없이 국내 선수들로 팀을 구성했던 2012, 2013년에 최고 성적을 거뒀다.

황 감독은 포항에 올 때까지 초보 감독에 지나지 않았으나 포항에서 탁월한 지도력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최고 명감독 반열에 올라섰다.

황 감독이 포항에서 감독으로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대부분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빠른 공수전환, 세밀한 패스워크 등 `황선홍식 전술`을 꼽고 있다. 이는 세계 축구의 추세로, 대다수 프로팀이 구사하는 전술이어서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황 감독의 비법은 바로 조직력을 극대화해 전술의 완성도를 높인 지도력에 숨어 있다.

손자(孫子)병법과 쌍벽을 이루는 병법서로 오자(吳子)병법이 있다. 손자병법이 대적(對敵) 병법이라면 오자병법은 대아(對我) 병법이다. 곧 적을 이기기 위해 우리 쪽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치중하고 있다.

오자병법은 군주와 백성, 장수와 병사, 조직 상하간 인화(人和)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군주와 백성, 장수와 병사간의 인간적인 유대감을 부국강병의 요체라 했다. 군주가 백성을 부릴 때 반드시 먼저 상하의 화합을 꾀한 뒤 대사를 도모하면 실패가 없다고 했다.

전쟁에서 이기는 다섯 가지 내인으로 도(度·국력), 양(量·물력), 수(數·병력), 비(備·무력), 분(憤·심력)을 들었고 이 가운데 심력이 으뜸이라 했다. 즉 인간의 공명심(명예)을 자극하면 능히 천하무적의 연예(練銳), 즉 최정예 부대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 병법서 대로라면 황 감독이 재임하는 동안 포항은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다섯 가지 내인을 거의 갖추지 못했다. 이 상태로 전쟁을 치르면 팀의 자금력이 포항보다 못한 일부 시민구단을 제외하고 이길 수 있는 팀이 하나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황 감독은 심력에 초점을 맞췄다. 황 감독을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당시 황 감독은 많은 경기를 하면서 기술적, 전술적으로 전혀 밀리지 않는 데 미세한 차이로 승패가 결정 나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특히 명문팀들과 경기를 할 때 더욱 그러했다는 것. 황 감독은 이를 팀의 전통과 정신에서 우러나는 보이지 않는 기운이라고 설명했다.

황 감독은 이 기운을 팀 정신에 불어 넣었다. 황 감독은 재임 기간 라커룸에 `우리는 포항이다`란 글귀를 항상 써놓았다. 국내 K-리그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축구 명가의 선수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축구 명가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으며, 명가의 전통을 계속 이어갈 것을 독려한 것이다.

선수들은 `우리는 포항이다`는 깃발 아래 하나로 뭉쳤고 조직의 목표를 향해 서로 화합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최정예의 강한 군대로 거듭났다.

군주와 백성, 장수와 병사간의 인간적인 유대감이 강한 군대를 만들고 기적을 일궈낼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조직 구성원들간 인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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